전반기를 마친 2001시즌 프로야구가 ‘올스타 휴식기’를 맞아 가빴던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출범 20주년을 맞아 더욱 성숙한 그라운드를 목표로 힘찬출발을 했던 올 시즌은 풍성한 기록 사냥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반복된시행착오는 여전히 자성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 8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은 흔히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에 비유된다.수많은 야구팬의 기대와 찬사를 한몸에 받아 대중적인 스타로서도 유감없는 명성을 누려서다.
그러나 별들에게 나름대로 운명이 있는 것처럼 스타 감독들에게도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있다.바로 성적이다.
2001시즌이 정규리그 일정의 약 60%를 소화하고 짧지만 달콤한 올스타 휴식기로 접어들었다.전반기에도 별들의 운명과 관련해서 여느 해처럼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야구계에 ‘40대 기수론’을 외친 젊은 리더도 있었고 갖고있는 빛을 더욱 화려하게 내뿜는 샛별도 있었다.불의의 사고로 한순간에 빛을 잃고 쓸쓸히 저 멀리 블랙홀로 사라져간 별도 있었다.
전반기 동안 감독들이 보여줬던 그들의 운명을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들의운명에 빗대어 풀어봤다.
◆샛별-김응룡 김재박 김인식
새벽녘 북쪽 하늘에서 언제나 빛나는 별.새치름해 깜박이는 것 같으면서도날이 갈수록 강력한 빛을 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과시하고 있다.
18년간 그를 마음 편하게 안아줬던 광주를 떠나 대구로 둥지를 옮긴 김응룡감독이 휘하에 있는 ‘위성’들을 껴안자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유남호 김종모 등 가신을 데리고 뚝심의 야구를 펼치면서 “역시 용장”이란 찬사를 되돌려 받았다.
김재박 감독 역시 안정기에 접어든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자신의 위치를 더욱확고히 했다.최근 3년 사이에 두번이나 한국시리즈를 거머쥔 그는 예비 한국시리즈인 삼성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 명실상부한 ‘거성’으로 자리잡았다.이젠 아무도 그의 자리를 침범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빛은강렬하기만 하다.
‘투수 조련의 달인’ 김인식 감독도 한 자리를 빼면 섭섭하다.지난 95년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그는 이후 팀 전력을 안정시켜 꾸준한 성적으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혜성-김성한
갑작스럽게 나타나 온 우주의 숨을 죽이게 하는 새별이다.김성한 감독은 이런 찬사를 받기에 충분할 카리스마와 자질을 지녀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샛별 김응룡 감독의 수제자답게 때로는 뚝심으로,때로는 거친 야생마 같은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해 시즌 초반부터 호랑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말처럼 ‘준비된 감독’답다.호랑이 돌풍의 정점은 올 시즌 최대의관심사가 될 포스트시즌 진출.그렇게만 되면 그의 데뷔는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깜빡이는 별-김명성
올 시즌 들어 갑자기 빛을 잃어가고 있다.선수단을 포함한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주위에서는 빛의 “색깔이 없다”며 혹평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기 전열을 재정비하고 총력전을 펼치면 다시 빛을 볼 가능성도아직은 남아 있다.지난 두 시즌 동안 그가 이뤄놓은 것처럼.다시 빛을 낼 수있을지는 오로지 ‘자가발전’에 달렸다.
◆부활한 별-이광환 김성근
사라진 듯 보였다가 느닷없이 새로 나타난 별들이다.지난 96년 당시 LG 감독으로 ‘올스타 괴담’의 첫 희생양이 된 이광환 감독은 5년 동안 와신상담하다가 윤동균 최동원 등 재야의 ‘위성’들을 대동한 채 화려하게 별들의 세계로 돌아왔다.
꼴찌 전력이라는 주위의 평을 뒤엎으며 시즌 초반 예상외의 강력한 돌풍을일으켜 혜성의 존재를 알렸다.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빛의 밝기가 줄어들고있으나 혜성은 마지막에 스스로 불사를 때가 더 화려하다고 말한다.
김성근 감독은 더 극적이다.지난 99년 쌍방울 사령탑에 있다가 ‘올스타 괴담’의 제물로 느닷없이 퇴장당했다.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영원히 블랙홀에 갇혀 나오지 못할 줄 알았지만 그의 생명력은 강했다.
삼성과 LG의 2군 감독으로 주변을 맴돌다 지난 5월 이광은 감독의 경질 속에극적으로 중심무대로 컴백했다.예전보다 훨씬 강렬한 빛을 낼까,그렇지 않으면 다시 사그라질까.
◆사라진 별-이광은
지난 99년 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지난 5월 임기인 3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불의의 낙마로 사라진 별이다.주위에선 그의 퇴진을 두고 “빛을 발할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지난해 가을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에 당한 뼈아픈 패배가 부담이었을까.시즌초 8개 구단 중 최고의 공격력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였던 스타군단의 빛이 사그라지자 그 책임을 지고 화끈하게 물러났다.어둠 저편에서 부활을 꿈꾸며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