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피면 바다에 같이 가요
김 안 녕
겨울에 했으면 하는 일, 겨울 길은 살살 걷기 연한 빛 하늘을 오래 올려다보기 흩어진 털실을 모아 두기 흩어진 빛을 찾아 뜨개질하기 노랑 귤을 소쿠리째 사서 겨우내 입안에서 시큼하게 굴려 보기 일호선을 타고 가다 문득 내려 망월사에 드는 것 기별 없이 마음을 주는 것 가서 아득한 풍경소리만 듣다 오는 것 들어도 듣지 않는 것처럼 그저 있는 것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고 한번은, 잡아 보기도 하는 것 고기를 줄이고 말을 줄이고 휘파람과 풀때기 눈물은 늘리기 세상에 없는 노래를 지어 부르다 낮술에 취하기 몽롱한 목소리로 돌멩이에게 전화하기 수국이 피면 바다에 같이 가자 말한 사람을 유월이면 수미감자 한 상자씩 보내는 사람을 구순 노모의 휠체어를 종일 밀며 가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그리워하지 않는 일 종내 내가 그리움이 되는 일
〈김안녕 시인〉
△ 경북 고령 출생 △ 2000년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하고 작품 활동 시작 △ 시집 '불량 젤리'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사랑의 근력' △ 제2회 길동무 문학창작기금 수혜
지는 것은 노을의 일
허기진 저녁이면 솥단지 선짓국이 먼저 끓는다 밥물 끓듯 강물 뒤척이고 귀 어두운 여섯 식구 대신 들개 우는 소리 서녘 하늘로 퍼져 가는 요령소리 슬픈 것들은 모르고 연대한다
사랑의 근력 - YES24
어느 날 터져 버린 주머니처럼 외로운 당신을 향해 건네는 인사, 다정, 그리고 詩200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특유의 생생하고 발랄한 언어로 삶의 본질을 감각하는 시를 써
www.yes24.com
시집 〈사랑의 근력〉 걷는사람 | 2021
수국이 피면 바다에 같이 가요 외 1편 – 문학광장 문장 웹진
수국이 피면 바다에 같이 가요 김안녕 겨울에 했으면 하는 일, 겨울 길은 살살 걷기 연한 빛 하늘을 오래 올려다보기 흩어진 털실을 모아 두기 흩어진 빛을 찾아 뜨개질하기 노랑 귤을 소쿠리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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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피면 바다에 같이 가요 (외 1편) / 김안녕 『문학광장 《문장웹진 詩 2023년 3월호》』 ▷원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