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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4일 목요일 흐림
새벽기도 마치고 교회 문을 일찍 나온다.
아내보고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용성으로 간다.
고추 심은 하우스 문을 활짝 열었다.
앞으로 3일간 오지 않으므로 혹시라도 강한 열기에
고추가 잘못될까 봐서 아예 열어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관리기를 집에 가져다가 놓고 이번에는 논으로 간다
아이들하고 남이섬을 가기로 되어 있어서
돌아온 뒤에 물을 잡기로 하고 오늘은 물꼬를 막는 일만을 하였다.
엊그제 뽑아놓은 쪽파를 날라 집안에 넣었다.
비가 오면 어쩌나 싶어 집안으로 들여다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산양초에 가서 진표를 데리고 와서 점심을 먹인다.
학교에서 어린이날 기념 체육행사를 하고 나서
진표만 데리고 나왔다.
논산역에 시간에 맞게 도착하여 케이티 열차에 오른다.
나로서는 처음 타보는 아이티엑스 열차다.
이런 열차를 타 볼 기회가 없었기에 나도 흥분이 되었다.
논산과 연산을 지나더니 계룡도 거치지 않고
서대전과 오송역을 지나 바로 광명역을 지나 용산에 직행이다.
논산에서 출발한 지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참 빠르기도 하다.
우리 어릴때는 영등포까지 8시간이 걸렸었다.
용산역에서 춘천역까지 가는 IT청춘열차와 연결이 되었다.
“진표야 무엇 먹지 않을래?”
진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단다.
용산에서 청량리 역까지는 전철과 같은 라인으로 간다.
보통 열차처럼 여유있게 달린다.
기내방송이 들린다.
‘이 열차는 전철이 아닙니다,
전철표를 타신 분은 전철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이 멘트는 심심하다 싶으면 자꾸 나온다.
전철표를 가지고 아이티 청춘열차를 타기도 하는 모양이다.
청량리를 지나면서 속도를 내서 달린다.
북한강의 주변으로 이어지는 청평댐과 강이 보인다.
가평역에서는 큐알코드를 출구에 대고 나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부부는 기차 시간과 좌석번호만 가지고 있으니
통과하지 하지 못하게 문이 막힌다.
안내원에게 차표시간 적어 준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입력하는 것을 할 줄 모르니
통과시켜달라고 사정을 한다.
안내원은 한 번 웃으면서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노인 역할을 한 번 해 보니 할만 하다.
가평역에서 먼 저 온 찬이와 은실이가 마중을 나왔다.
외국 공항에서 있을법한 일들이 이었다.
우리 짐을 싣고 남이섬의 광장으로 들어간다.
초롱이가 업무를 마치고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의료원에서 중요한 일을 기획하여 계획서를 냈는데
합격을 하면 북유럽을 여행한다고 하니 정말 좋은 일이다.
이어서 찬이 아빠가 학교 일을 마치고 도착하였고
방실이와 보라네 식구도 30분 간격으로 도착하였다.
식구들 모두 모였는데 큰 사위는 오늘 사돈 어른이 넘어져
팔과 다리와 엉덩이를 크게 다치셔서
통보를 받고 급히 대전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오지 못하고 말았다.
많이 다치지 않으셔야 할 텐데......
배표로 한참을 망설였다.
남이섬 왕복 배삯은 만 육천원인데 경로우대가 만 삼천원이고
애완동물 특히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할인 혜택을 두 명 받는다는 표시가 있다.
더구나 오후 6시 30분 이후에는 만원인데
은실이와 초롱이는 어느 것이 유리한가를 면밀히 따진다.
가장 싼 값으로 남이섬으로 갈 수 있는 표를 얻었다.
배에 올랐다. 은실이가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딘다.
쉬던 의자에 노트북 가방을 놓고 왔다는 것이다.
배는 이미 출발했으니 내릴 수도 없다.
발을 동동 구른다.
늦게 도착한 방실이와 보라가 다음 배를 탄다는 전화를 받았다.
노트북을 찾아 오라고 했고 보라가 가방을 찾았다
천만다행으로 가방은 주인을 찾게 되었다.
자기 물건을 자기가 챙기는 습관을 기르자.
남이섬에서 노란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숙박을 하는 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차량이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참 잘 되었다.
에델바이스는 10명이 넘는 인원이 숙박할 수 있는 팬션이다.
호숫물이 코앞에 보이고 아주 큰 잣나무숲이 보초를 선다.
짐을 풀어놓으니 외손주들이 연극판을 벌인다.
늦은 저녁을 준비하느라 찬이 아빠가 슈퍼에서 물건을 사 나르고
아내가 준비한 부지깽이 나물과 미나리 나물 그리고 머위탕과 김장김치를,
은실이가 준비한 셀러드와 닭강정, 돈육과 야채를 섞어서 요리를 하고
보라는 김밥을 말아댄다.
모두들 수고 많이 하였다. 어서들 모여라.
내가 간단한 감사의 기도를 시작으로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잘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지......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아주 재미있게 놀고 있다.
내일은 제주도부터 강한 비바람이 전국을 강타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하나님이 하시라는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하나님 그래도 감사합니다.
2023년 5월 5일 목요일 비
아이들은 어제 밤 늦도록 놀더니 늦잠을 잔다.
찬이의 재치있는 만담 비슷한 춤이 잠을 못자게 하였다.
그 녀석은 남이 가지지 않은 끼가 있는 녀석이었다.
제헌이는 중학생이라서 제법 머리파마도 하고 안경을 썼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고
시험 보는 것마다 백점이라고 보라는 창찬을 늘어놓는다.
부러운 것은 초롱이와 은실이다.
이녀석들 학교에서 시험 보면 60점도 받는대요.
할배인 나와 할미인 아내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다.
그저 흐뭇하기만 하였다.
남이섬의 아침은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하다.
아내가 나와 비슷한 시각에 눈을 떴다.
아늑한 잠자리였다. 포근하고 푹신하였다.
창으로 비친 잣나무 숲이 우리를 유혹했다.
둘이 살짝 우산을 들고 펜션을 나선다.
도로는 물로 불어 있어서 물이 신발에 젖으니
그 옆의 낙엽이 있는 곳을 밟으면 폭신하다고 일렀다.
감촉으로 부드러운 느낌도 있어서 좋았다.
강변 데크 길은 안개로 살며시 가린려 있었다.
강 저쪽의 산모롱이가 멋져 보이는 곳에 구름이 걸려 있다.
어디선가 산새 소리가 들린다.
엄마 젖을 찾는 아기의 울음 마냥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젊은 한 쌍이 우산을 받쳐들고 손을 잡고 걷는다
우리 젊을 때를 생각한다.
참 좋은 시절이었구나.
오리보트를 타는 선착장 지붕위에 무엇인가 보인다.
숨을 쉬는 것처럼 살짝 목을 움직이니 생물인 것이 확실하다.
가까이 가 보니 공작 암수 여섯 마리가 앉아 있다.
무거운 몸무게를 어떻게 날렸는지 위엄을 떨며 강물을 응시한다.
꽃이 지는 나뭇가지도 신기한데 간간이 타조의가 켁켁거린다.
청솔모가 날다람쥐 같이 뛰더니 우리를 슬쩍 바라본다.
메타스퀘어 굵은 가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숨바꼭질 하듯 날아다닌다.
다람쥐는 무엇이 바쁜지 쥐새끼같이 땅바닥을 대닫는다.
사진을 찍을 사이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돌아온다.
부지런한 은실이가 아침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녀석 집에서는 매인 아침 남편 출근시키랴. 아들 등교시키랴.
자기 학교 출근하랴 날다람쥐같이 부지런해야 하는 녀석이다.
오늘 아침은 김밥이라고 하며 미니김밥을 만드는데
손놀림이 예사가 아니다.
평소 집에서도 많이 만들고 학교에서도 많이 만든 솜씨란다.
보라도 방실이도, 초롱이도 김밥은 원로격이다.
자기 엄마 닮았나보다.
이런 솜씨라면 은퇴후에 사람 많은 곳에서 김밥집 해도 되겠다.
농담을 건넨다.
‘우리 딸들 나중에 은퇴하면 감밥집을 해라 내가 부식을 댈태니......’
이제 섬을 나가야 하는데 비가 그치지를 않는다.
펜션측 차량이 하루 묵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차를 이용하는 바람에 한 시간은 더 소비하였다.
잠시 비가 주춤하는 사이에 여객선이 들어온다.
빠르게 배안으로 들어간다.
훈한한 실내가 맘에 들었다.
차분하던 아내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이리저리 물건을 살핀다.
아내가 핸드폰과 카드가 들어있는 가방을 방에 놓고 온 것이다.
어제 둘째의 핸드폰보다 더 많은 것을 잊고 왔다.
짐 잘 챙기라고 호령하던 아내가 자기 짐은 챙기지 못한 것이다,
배는 기적을 울림과 동시에 출발하고 말았다.
은실이가 팬션 주인에게 전화로 짐을 놓고 온 것을 알리고
초롱이와 같이 배에서 내리지 않고 다시 남이섬으로 들어간다.
전화가 오기를 주인이 가방을 찾았고 선착장으로 가지고 가는 중이란다.
가방은 찾았고 우리는 서로 웃었다.
주춤거리는 사이에 점심때가 넘었다.
‘오늘 점심을 할아버지가 산다’
좋은 것을 고르라니 춘천 산골짜기 닭갈비집이 뽑혔다.
40분 걸려 춘천의 산골짜기 닭갈비집에 도착한다.
차들이 엄청 많은 것이 확실히 인기가 있는 곳이구나!
계단을 내려가는 길목에 간간이 푯말이 보인다.
연속극 “신사와 아가씨”의 촬영지란다.
우리 부부가 그렇게 재미있게 보았던 활홀한 풍경들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구나.
생각하고 보니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오길 잘 했다.
자 맘껏 먹어라.
우선 닭갈비 매운 것 4인분과 간장 갈비 4인분을 시키고,
다시 4인분을 더 주문하고 먹기 시작한다.
먹다 보니 닭갈비가 익산의 하림에서 만든 것임을 알았다.
메밀전을 두 장 주문하고 춘천막국수도 인원에 맞게 주문한다.
정말 아이들고 배가 고픈지 잘도 먹는다.
맛이 있었다.
먹고 또 먹고를 반복하다가 저희들도 끝이 있지 이제는 그만 먹는단다.
나는 일찍 나오면서 아이들 보다 먼저 값을 지불한다.
이런 때 할애비, 할미 노릇 잘 했다 싶어 뿌듯했다.
나오면서도 좋은 경치 산골짜기 닭갈비 집을 몇 번 더 돌아보았다.
이제는 오늘 숙소로 가자.
고속도로로 돌아가서 50분을 가서 청평댐 부근의
엘리제 풀펜션을 찾았다.
산속에 단독으로 지어진 2충 건물이다.
겉은 견고한 느낌인데 안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넓은 홀이 깨끗하고 거실 옆에 풀장이 있고 스파도 있다.
2층에는 노래방도 있고 정원이 아름답다.
2개월 전에 예약을 하였는데 하루 120만원? 아내가 깜짝 놀란다.
제부도에 있는 펜션보다 깔끔하고 더 좋았다.
아이들은 벌써 수영복을 갈아입고 풍덩풍덩 풀장으로 들어간다.
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북한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바로 앞에 있으니 그만이다.
주인은 여기 말고 다른 곳도 가 보아야 한다며
대학생 정도 보이는 딸이 와서 거들어주기도 한다.
뉴스에 제주도에 400밀리 비가 강풍과 함께 밀려와
비행기가 360편이 결항되고 선박도 꽁꽁 발이 묵였단다.
전라도 완도부근에는 200밀리의 비가 하룻사이에 와서
제한 급수가 풀리기는 하였는데 논이 침수되고 도로가 잠겼단다.
나는 하우스 문을 열어놓고 왔어도 근심하지 않기로 하였다.
논의 물꼬를 막고 왔으니 비가 오면 물이 고일테지......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만사가 태평이다.
그래야 옳지.
저녁은 점심을 잘 먹은 관계로 아이들이 라면을 끓여달랜다.
사위가 실력을 발휘하여 라면을 몇 개나 끓였는지 실컷들 먹는다.
아이들이 노래방으로 가게 하고 둘째 사위가
하이볼 캑테일을 만드는 솜씨를 발휘한다.
얼음을 사오고 재료를 사와서 여러 가지로 조합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현대인이라고 하지......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각자에게서 나오는 제목들이 유익한 단어들이다.
주로 공부하던 이야기, 그리이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이야기, 유명 강사들의 강의 이야기......
아내에게 살며시 나의 의견을 말한다.
여보 우리 아이들 많지 않지?
더 많이 나았어도 좋을 것 같았지?
그저 행복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만히 일어나 나의 방으로 들어가 감사의 기도와 잠을 청한다.
도란거리는 소리가 가물거린다.
나는 꿈속에서 그 이야기를 아련히 듣는다.
거기서도 오늘을 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준 하나님께 감사했다.
주여 오늘 비오는 나들이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 여행을 다녀왔군요
여러해 전 재경 공주 10회 1박2일 남이섬 나들이가 생각나는군요.
우중이고 순간 아슬한 상황도 있었지만 온 가족 행복한 단합대회가 된 듯 하며.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