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leh배에서는 그동안 좋은 성적을 못 올렸던 것 같다. 상반기 성적이 안좋았지만 하반기엔 정말 독해질 것이다."
최철한 9단이 "독해지겠다"는 선언을 했다. 8월 1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2 olleh 배 제3회전에서 최 9단이 서봉수 9단을 맞아 173수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4회전에 진출했다.
서봉수 9단이 이 대국 이전까지 5승 2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었지만 대부분 최 9단 입단직후의 성적이라 큰 의미는 없는 성적이었다. 게다가 이를 대국 전 확인한 최철한 9단의 눈썹이 '꿈틀' 한 것으로보아 오히려 방심하지 않겠다는 '독'한 마음만 더 커졌을 것 같다.
서 9단은 실리위주의 발빠른 보법을 펼쳤다. 그러나 실리에서 앞섰지만 대마의 사활에서 큰 착각이 있어 중앙 부분이 뭉텅 떨어져 나가며 중반전투가 험난해졌다. 최철한 9단은 "서봉수 9단의 대마가 서로 차단되지 않고 실전보다 조금만 두텁게 뒀으면 끝날 때까지 어려운 바둑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 최철한 9단이 대국 시작전 오로바둑 어플로 다른 프로대국을 관전하고 있다.
이후 서 9단이 포기하지 않고 상변에서 패싸움을 벌이며 최강으로 버텼지만 최 9단이 잘 처리해 판을 끝냈다. 173수 최철한 9단 흑 불계승. 4라운드 진출.
대국 후 최 9단은 윤지희 3단과의 결혼과 함께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는 질문에 "맞다. 결혼하는 건 힘들었지만 항상 곁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바둑계에서는 최 9단의 상반기 성적이 저조한 것을 두고 "최 9단이 그동안 결혼 승낙과 결혼 준비로 인한 밀당(밀고당기기)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최 9단은 결혼 직후인 6월 18일부터 현재 8월 16일까지 19승 2패의 가공할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한편 3라운드의 마지막 대국인 박정상과 이원도의 대결은 8월 17일 두어진다. 내일 대국의 승자가 결정됨으로써 제4라운드 대진이 완료될 예정. olleh배는 각 라운드별로 최상위 랭킹 선수와 하위랭킹 선수가 짝을 지어 대진을 마련한다.
바둑TV에서 생방송하고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한다. 아이폰ㆍ안드로이드폰 등 모든 스마트폰에서도 <오로바둑> 앱을 실행하면 중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12 olleh배 오픈챔피언십은 (재)한국기원과 바둑TV가 주최하며 KT가 후원한다. 우승상금은 1억원이며 상금 총규모는 7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진다.
지난 1,2회 대회는 이세돌 9단이 주인공이었다. 이세돌 9단은 2010년 결승 5번기에서 강동윤 9단을 3-1스코어로 제압하며 초대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제2회 결승에서도 이창호 9단에게 3-1로 이겨 olleh배 2연패를 기록했다.
▲ 어? 기록이 왜 이래? , 최철한 9단이 서9단과 자신의 통산전적을 사이버오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있다. 서봉수 9단의 통산 전적이 2승 5패였다는 것을 확인한 최철한 9단, 프로입단 초창기 4패를 당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대국 전 가장 최근 대국은 2007년 맥심배, 서 9단이 이겼다.
▲ 서봉수 9단(우)의 너스레, "어라? 우리 한 판도 안두지 않았나? 내가 오늘에서야 최철한과 한 판을 두게 되었구나 하고 기뻐했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둔 지 20년도 더 되는 거 아냐?(20년 전이면 최철한 입단전임)"
▲ 최철한 9단의 착수, 용서(?)치 않을테야
▲ 최철한 9단 시간패의 주인공 계시원, 당시 열을 불렀던 계시원이다. 사실 마지막 '열'을 부르는 계시원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최 9단은 올해 한국물가정보배 8강전에서 시간패를 당했었다. 16일 대국에선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초를 부르기로 담당PD와 사전 조율을 마쳤다.
▲ 서봉수 9단의 착수
▲ 3라운드 대국전경, 서 9단이 착수하고 있다.
▲ 대국 중반, 일본 관서지역의 대학생들이 한국기원 견학을 왔다. 바둑TV 스튜디오 내에서 인터넷 중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 복기 장면, 서봉수 9단(왼쪽)이 적극적으로 복기에 임했다. 후배인 최 9단에게 물어 볼 것이 많았다. 최 9단의 방송 인터뷰만 없었으면 훨씬 오래 복기를 했을 것이다.
▲ "후후후, 정말 독해질 것이다", 대국후 바둑TV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철한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