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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제발.... 으으. 제발!"
방안 가득 긴장감이 맴돈다. 입이 바싹 바싹 마르고, 다한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손바닥엔 땀이 흥건하게 젖어서 몇 번이
나 이불에 닦아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몇 초 동안 기도를 했다. 그리고 아로하도 나 만큼이나 긴
장이 되는지, 역시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유심히 나를 바라보는데.
"아싸, 고도리!!!! 나 청단에 오광이야!! 거기다 포고에 오빠 광박이니까. 으음, 그럼 얼마지? 흐흐."
손에 쥐고 있던 패를 바닥에 까보이며 쾌재를 부르는 나와 달리,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서 부시시한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남은 패 하나를 그냥 집어던지고 침대 위로 벌러덩 누워버리는 아로하. 마치 어린 아이 땡깡 부리듯이 뒤로 누워서 팔 다리
를 구르며 '나 안 해!!!' 라고 소리치는 아로하 위로 몸을 기대고 얼른 일어나라며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그런게 어딨어, 일어나!! 나 멍따까지 했단 말이야. 빨리!!"
"나 안 해. 안 할래... 하기 싫어 꼴통."
이젠 누운 그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말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징징대기 시작하는 아로하.
"흐어엉. 나 멍따란 말이야, 일어나!!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벌써 내 돈 97만 8천 6백원이나 따갔잖아! 한 번만 봐줘."
"그래도 나 멍따..."
"벌써 3시간이나 했어 우리. 그만하자... 응? 오빠 허리 아파."
히잉. 나 오늘 멍따 처음한 건데!! 쩜 100원 짜리 맞고를 3시간이나 쳐서 아로하 돈을 백만원 가까이 따내고 이번엔 포고에
멍따까지 했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아로하는 은근슬쩍 판을 엎어버리고 완전히 배째라는 식이다. 아픈 건 아픈 거고, 돈
은 돈인데! 끝낼 땐 끝내더라도 정산은 제대로 해줘야지. 이게 뭐야....!!! 아직 점수 계산도 못했잖아.
"우리 아빠가, 원래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계산은 정확히 하는 거랬어."
피익 한숨을 쉬며, 아로하 가슴 위로 얼굴을 기대고서 중얼거리듯이 말하면. 귓구녕이 막혔는지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
서 헛소리를 하는 아로하.
"응.. 나 뽀뽀해줘."
"오빠가 판 엎었으니까, 그냥 깔끔하게 50만원 내놔. 매너 없는 남자는 딱 질색이야!"
"사랑해... 나한테 그러지마."
"내가 뭐. 내가 뭐!! 그러게 누가 판 엎으래??"
아, 열 받아... 처음엔 그냥 심심해서 시간 떼우려고 시작한 게임인데, 어느새 너무 푹 빠져버렸는지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불타 지금은 이 지경까지 됐다. 광을 보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쌍피가 나오면 벌렁거리던 콧구멍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
지고, 조커를 먹으면 웃음이 빵 터졌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빠른 두뇌 회전을 하고 잘 안 되는 표정관리까
지 하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런 식으로 파토를 내다니. 생각할 수록 너무 화가나고 허무해서 결국 짜증이 폭발해
버린 나.
얼렁뚱땅 그냥 넘어가려는 것도 못마땅한데 자기한테 뭘 그러지 말라는 건지 괜히 욱해서 벌떡 일어나 따지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앉아서 불쌍한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는 아로하. 그리고는 한다는 소리가.
"넌.... 나보다 돈이 더 좋아?"
헐... 그게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물을 말은 아니잖아? 혹시라도 내가 정말 돈이 더 좋다고 말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 바로 토라질 기세였다. 너무 진지하게 물어오는 아로하의 말에 내 머리는, 게임의 세계는 냉정한 거라며 '돈
받아' 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로하의 표정이 너무 불쌍해보였던 탓일까?? 제멋대로인 내 주둥이는 머리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아니야. 난 오빠 밖에 없어' 라는 망발을 지껄이며 애처롭게 날 바라보는 아로하의 머리를 있는 힘껏 끌어안아 사랑
의 손길로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아로하는 또 아이처럼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허리를 꼬옥- 끌어안고서 애교 섞
인 목소리로.
"그치~ 나 밖에 없지?"
당연하지. 자기보다 한참 어린 여자친구랑 맞고 치다가 돈 잃고 삐져서 이런 술수를 부리는 남잔 아마 아로하 너 밖에 없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고개를 끄떡거리며 '응, 오빠 밖에 없어' 라고 말하자, 여전히 내 품에 안겨 만족스러운듯 씨익 웃
는 아로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부비적거리는 건지 자꾸 내 가슴으로 파고드는 아로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주었다. 그러
다가 침대 한켠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려서 문자를 확인하면.
[돼지, 자?]
어제 강원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김태양.
[아니 아직. 왜?]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답문을 보내고, 핸드폰을 다시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어제 새벽에 얘기하다가 안 건데,
김태양은 바뀐 내 번호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힘들어 하는 자신이 안 되보였는지 소아가 알려줬었지만 그냥
연락하지 않고 혼자 꾹 참았었다고...
"사랑해, 꼴통."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아주 편안한 얼굴로 내 품에 안겨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로하를 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요즘에는
내가 안기는 것보다 아로하가 나한테 안기는 횟수가 더 빈번해져서 왠지 남녀가 바뀐 것 같기도 하지만 썩 나쁘진 않다. 어
쨌든 한참동안 내 품에 안겨서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조용조용 떠들던 아로하는, 갑자기 잠이 와서 안 되겠다며 씻어
야겠다고 화장실로 들어갔고, 혼자 침대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던 중 이번엔 김태양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집 앞이라고 잠깐 나오라는 말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오밤 중에 여자를 불러내냐고 따지다가, 계속 5분이면 된다고 막무가
내로 앙탈을 부리는 김태양한테 못 이겨 결국 잠옷차림으로 밖에 나온 나.
"미쳤어 돼지?! 추운데 왜 그러고 나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날 보고, 호들갑을 떨며 내 곁으로 다가오는 김태양. 안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오자
마자 후회 했는데, 큼지막한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미쳤다는 말만 연발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김태양을 보니 갑자기 웃
음이 픽- 새어 나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랄까...? 그래서 덜 미안하고, 편안한 느낌.
"으으, 우리 돼지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니 몸이나 챙겨!! 병원복 입고 새벽에 싸돌아다니지 말고."
"햇살이 눈 뜨고 있는 시간엔 병원 밖에 나오지도 못한단 말이야!! 오늘도 강원도에서 오자마자 병원에 쳐넣는 거 봐!!
내 동생이지만 가끔 진짜 무서워 죽겠어."
"헐... 그럼 햇살이 깨기 전에 다시 빨리 들어가! 나도 이제 들어갈래. 추워."
아무리 집 앞이라도 잠옷만 입고 나오는 미친짓 따위, 이제 다시는 하지 않을 거다. 정말 너무 추워서 팔짱을 끼고 입술을
덜덜 떨다가 막 문쪽으로 돌아서려는데, 그런 내게 쏜살 같이 '나 왜 왔게!!' 라고 소리치는 김태양.
"으으.. 왜 왔는데! 나 추워, 빨리 말 해."
그리고 귀찮다는 말투로 재촉하는 날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입고있던 패딩 점퍼의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하더니, 내 목에
무언가 하날 걸어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러고 다니면 감기 걸리니까, 이제부턴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이건 내 명령이야."
"뭐?"
"내 명령 어기면 키스 백 번이니까, 참고해!"
"참나..."
코가 빨개진 김태양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명령이라는 말에 콧방귀를 꼈다. 그런데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히
자기 할 말만 하는 김태양. 이제야 정말 내가 알던 뻔뻔 김태양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괜시리 기
분이 좋아졌는데, 피식 피식 웃으며 비웃음을 날리고 있던 내 입술 위로 천천히 입맞추는 김태양. 그리고는 내가 잠시 벙쪄
있는 사이 '어젠 고마웠어' 라는 말을 남기고 손을 흔들며 먼저 돌아서 가버린다.
양손을 머리 위로 붕붕- 흔들며 멀어져가는 김태양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잠옷을 여미며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데그 순간 내 목에서 뭔가 달랑거리는게 조금 걸리적거려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면, 방금 전 의아했던 김태양의 말이 생각나
서 살며시 미소짓게 되는 나.
어젠 고마웠어.... 대체 뭐가 고맙다는 건가 했더니, 김태양이 내 목에 걸어주고 간 것은 바로 벙어리 장갑이였다. 물론 내
것과 똑같은 디자인은 아니였지만 털도 보들보들하고 색도 예쁜게, 어제 내가 김태양 발에 끼워주었던 장갑보다 훨씬 더 예
쁘고 귀여운 스타일이였다. 게다가 방울까지 달려서 앙증맞은 것이 나랑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단 말이지.
어쨌든, 김태양한테 방금 선물 받은 벙어리 장갑을 끼고 급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 엉망이 된 앞머리를
정리하며 방으로 돌아왔는데, 벌써 다 씻고 화장대 앞에 서서 스킨을 바르다가 거울로 날 보고는 표정이 묘해지는 아로하.
"나갔다 왔어?"
"응? 어떻게 알았어??"
그냥 잠깐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거나 1층에 내려갔다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갔다왔냐고 묻는 아로하가 신기해서
물으면.
"바람 냄새나. 근데 밖엔 왜?"
"아... 갑자기 친구가 집 앞이라고 잠깐 나오라고 해서."
"이 시간에?"
"으응.."
화를 내는 건 아니지만 평소랑 다른 분위기에 괜히 주눅이 들어서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친구 누구."
"응?? 그게... 그냥 친구. 오빠가 모르는 애."
그냥 솔직하게 말 하면 되는데, 전혀 당황할 필요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분명 방에 들어
올 때까지만 해도 숨길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왜 거짓말이 나온 건지, 우물쭈물 하다가 어색한 말투로 '오빠가 모르
는 애' 라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버린 나. 그리고 잠시 후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내 손에 끼워져 있는 장갑을 바라보며.
"못 보던 거네."
아주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하는 아로하.
"늦었다. 자자."
분명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오늘 늦게 일어나서 밤새 놀아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먼저 밤새 놀아주겠다고 약속한 아로하였
다. 아침에 출근해야 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도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던 아로하였는데... 갑자기 졸음이 밀려와서 나랑 한
약속 못지킬까봐 잠 깨려고 세수까지 하고 나온 아로한데. 이제는 나랑 그런 약속 따위 한 적도 없다는 듯이, 굳은 얼굴로
자자고 말하며 먼저 침대에 가서 눕는 아로하.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아로하의 모습에 선뜻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우두커니 한참동안 서
있다가, 느릿느릿한 걸음을 옮겨 침대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이불 속에 들어가 천장을 보고 누워있으면 왠지 서러워지는
기분. 팔배게를 해주고 날 안고 잠들어야 할 아로하가 오늘은 내게 등을 돌린 채 잠을 자려고 한다. 여태껏 정말 단 한 번
도 그런 적이 없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에선지 내게 등을 돌리는 아로하다.
"...."
절대 이유 없이 이럴 사람은 아닌데,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눈치라도 채게끔 해줬으면 이렇게까
지 울컥하진 않았을 텐데. 서운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꾹 참고, 조용히 옆으로 돌아누워 아로
하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았다.
"미안해...."
"...."
"오빠..."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미안하다고 말했다. 왠지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그리고 벌써 잠든 것도 아닐 텐데,
내게 미안하단 말을 듣고도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아로하는.
"너한테 그런 말이 듣고 싶었던 게 아닌데..."
상처받은 듯, 약간은 슬프게 젖어있는 목소리로 내게 말하고.
"차라리 그냥 솔직하게 말해. 니가 거짓말 하니까... 진짜 불안하잖아."
거짓말이라는 말에, 어떻게 알았을까 라는 생각보단 그냥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 그리고...
"예전에 넌, 적어도 거짓말은 안 했어."
나한테 실망한 듯 마음 아프게만 들리는 아로하의 목소리에, 주르륵 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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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죄송해요 ㅠㅠㅠ 늦게 들고왔는데도 길게 써서 갖고오지 못했네요 ㅠㅠ 너무 짧죠?
월~화에 들고오겠단 약속 지키려고 지금 부랴부랴 써서 올리는 건데 솔직히 마음에 안 들어요. 흐어엉. ㅠㅠ
그렇다고 아침에 출근하는데 밤을 샐 순 없는 노릇이고;; 지금 못 올리면 언제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그냥 올려요.
제가 이번주에 생일이라 ㅋㅋㅋ [저 13일이 생일이에요 ㅋㅋㅋㅋ]
이번주엔 약속이 많을 것 같아서;;; 그래도 다음편은 이번 주말 안에 꼭 들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분량도 길게 써서 가지고 올께요. [그 전에 올 수 있음 올께용.]
암튼 여러분 또 추워진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길 미끄러우니까 나가실 땐 항상 조심하세요 ♡
(업쬭 = 숫자)
넵 감사합니다 ㅠ ㅋㅋㅋ 로하 많이 응원해주세요~~
아로하 ㅠ.ㅠ
로하 불쌍하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