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만들어진 영화 '글렌게리 글렌 로스'는 지금도 적지 않은 영화 팬들이 재미 있으며 의미도 곱씹을 수 있는 작품으로 꼽는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영화와 '폐쇄구역'(At Close Range, 1986, '아버지와 아들' '근거리에서' 등 여러 한국어 제목이 있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두 속편을 연출한 제임스 폴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8일 보도했다. 향년 71. 대변인은 고인이 여러 해에 걸친 암과의 다툼 끝에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잠자던 중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1953년 12월 28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고인은 숀 펜과 마돈나, 알 파치노와 할리 베리 등 다양한 스타들과 함께 일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글렌게리 글렌 로스'는 알 파치노에게 오스카 후보 지명과 함께 골든글로브 상을 안겼다. 이 영화에는 알렉 볼드윈, 잭 레몬, 에드 해리스, 앨런 아킨 등 쟁쟁한 스타들이 호흡을 맞췄다.
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USC) 대학원 재학 시절 단편 영화를 통해 '해롤드와 모드' 감독 할 애쉬비와 인연을 맺으며 첫 장편 연출의 기회를 잡았다. 대릴 한나와 에이단 퀸이 주연한 뮤지컬 드라마 '레크리스'(1984)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숀 펜과 크리스토퍼 월켄이 호흡을 맞춘 '폐쇄구역'을 연출하며 마돈나의 노래 '라이브 투 텔'(Live to Tell)을 삽입했다. 그 인연으로 마돈나 주연 영화 '화려한 유혹'(Who's that girl)을 비롯해 그녀의 뮤직비디오 여러 편을 연출했다.
가장 최신작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속편 '50가지 그림자: 심연'(2017)과 '50가지 그림자: 해방'(2018)을 연출하며 호평 받았다. E L 제임스의 원작 소설을 옮긴 두 작품은 다코타 존슨이 아나스타샤 스틸 역을, 제이미 도넌이 크리스천 그레이 역을 맡았다.
고인은 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뷰를 통해 샘 테일러존슨이 본편을 연출했는데 속편을 연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난 이 특별한 남성과 이 특별한 여성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그 동학에 매료됐다"면서 "난 어떻게 권력 동학이 '심연'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감정적 관계와 모든 다른 것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특별히 매료됐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일종의 심리적 음모가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심리적, 성적으로"라고 말했다.
그 외 영화 연출작은 알 파치노가 출연한 '투 비츠'(1995), '체임버', '페이탈 피어'(Fear 이상 1996), '커럽터'(1999), '컨피던스'(2003), '헐리우드 디비전'(2004), 브루스 윌리스와 할리 베리 주연의 '퍼펙트 스트레인저'(2007) 등이다.
TV시리즈 감독으로도 활약하는 등 다방면에 재능을 과시했다. 1990년 오리지널 '트윈 픽스' 한 에피소드와 2016년 '빌리언스' 시즌 1, 그리고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넷플릭스 초기 오리지널 히트작 '하우스 오브 카드'(2018) 에피소드 12편을 연출했다. '한니발'과 '웨이워드 파인스' 등도 고인의 손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