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공직의 중요성은 특별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공직 진출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원하는 사람 모두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지망자 중에서 공직에 가장 적합합한 사람, 공직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하며,
선거의 당선이나 수십 대 일의 경쟁을 통과해 본인이 해당 공직에 적합함을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공직 적합성이 강조되는 것은 공직자들이 공직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인권 보장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현이, 나아가 국가 발전의 양과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휼륭한 공직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직무능력과 도덕성이 그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어둡게한 각종 비리나 전관예우, 현직의 권력 남용,
그리고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그대로 드러낸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나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등의 사례는 공직윤리의 현주소를 적가라하게 보여준다.
공직자 윤리는 모든 공직자에게 요구되며, 처음 공직자가 되는 순간부터 퇴직할 때까지,
아니 퇴직한 이후까지도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정부가 13일 오전 44개 중앙행정기관과 3개 연구.관리기관의 감사관 회의를 개최한 것도
공직윤리를 바로세우고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특히, 5년 단임제를 채택한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네임덕 현상이 심각해졌고,
그로 인해 공직기강이 해이가 임기 말에 두드러진다는 지적들이 계속돼 왔다.
재선의 가능성 없이 권좌에 물러나는 것이 확정된 대통령이 점차 힘을 잃고,
그에 따라 일부 공직자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했던 사례들은
공직윤리의 기초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은 공직윤리의 내재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의 안정성과 계속성, 그리고 도덕성이 강화돼야 한다.
직업공무원제가 적용되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의무)
정신에 따른, 보다 고차원적인 공직윤리가 적용돼야 한다.
만약에 이를 벗어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그 전제는 공직기강의 확립이다.
공직기강이 흐트러질때, 항시 공직윤리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지게 됐던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이제 1년 7개월여 남은 박 근혜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더욱 키우지 않으려면
공직기강 재정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공직자들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싫은 소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공직기강이 바로서는 것은 아니다.
원칙이 바로서고 눈치와 배짱이 통하지 않고, 복지부동이 아닌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때,
즉 신상필벌이 확고하며, 그 정당성에 대해 이의가 없을 때 공직기강이 바로설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대통령부터, 총리부터, 장관부터...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
친인척이나 측근에 대해 예외를 두기 시작할 때 모든 원칙이 무너져 내리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엄정한 신상필벌에 대해 공직자뿐 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공직기강이 확립되고,
공직윤리도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