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5년 1월 16일 목요일 (연중 1주)
제오권
제 123편
(순례자의 노래)
1 하늘에 앉아 계시는 이여, 내가 눈을 들어 당신을 쳐다봅니다.
2 상전의 손만 쳐다보는 종의 눈처럼 마님의 손만 쳐다보는 몸종의 눈처럼 우리 하느님 야훼의 자비를 바라 우리 눈이 그분을 쳐다봅니다.
3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야훼여, 불쌍히 보아주소서. 너무나도 멸시를 받았습니다.
4 배부른 자들의 비웃음 소리, 교만한 자들의 그 모멸, 이제 그만 지긋지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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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편은 공통 탄원 시편입니다. 멸시와 비웃음을 받는 사람들이 주님께 간구하는 기도입니다. 주인만을 바라보는 종의 간절함에 빗대어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이 노래 역시 순례자의 기도에서 공동의 탄원으로 발전해 나갑니다. 123편에서 시인은 원수들의 멸시와 조롱을 받는 고통 가운데 있습니다. 여기서 원수들은 아마 바빌론의 포로 생활에서 겪은 나라 잃은 백성의 슬픔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오늘 시편에서 시인과 공동체의 간절함은 ‘눈’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고통과 아픔 가운데 우리가 바라봐야 할 그분에 대한 시선을 놓지 않고, 진정으로 간구해야 할 이유입니다. 교회에 앉아 십자가를 하염없이 쳐다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안타깝고 지친 마음에 기도조차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님이 달리신 십자가를 바라만 보았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간절함이 오늘 시편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며 주님께 자비를 구하는 기도(3절)야말로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겸손한 기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신앙의 자세가 항상 주님께 시선을 맞추고 사는 삶이기를 청합니다. 만약 아직도 조롱과 비웃음 때문에 힘겨운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시선을 하느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시절의 혼탁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주님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기도가 바로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는 기도입니다. 언제나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