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몰운대일세
소한부터 봄비 같은 겨울비가 이틀이나 내린 일월 둘째 수요일이다. 간밤까지 우리 지역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흩날리다 새벽에 그쳐 주었다. 일찍 잠을 깨어 약차를 달이고 도시락을 준비했다.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적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동선이 제법 먼 산책을 나섰다. 창원실내수영장 앞으로 나가 용원으로 가는 757번 버스를 탔다. 시내를 질주해 안민터널을 지났다.
진해구청과 STX조선소를 거처 웅천을 지났다. 날이 밝아오자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붉은 아침놀이 엷게 퍼졌다. 날씨가 개어줌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웅천 남문지구 아파트가 들어서 입주가 되자 버스 노선이 그곳까지 둘러 연장 운행했다. 용원 종점에 닿아 마트에서 곡차를 한 병 마련했다. 좁은 물길만 남겨둔 용원 앞바다에 망산도 유주암은 밀물이 밀려와 물이 채워지고 있었다.
용원사거리에서 하단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녹산을 거쳐 명지시장을 지난 을숙도에서 내렸다. 평소 을숙도에 내리는 승객은 드물지 싶다. 커다란 자연석에다 ‘을숙도철새도래지’라는 글귀가 세워져 있었다. 남단의 탐조 전망대는 철 따라 여러 차례 들렸기에 이번은 그냥 지나쳤다.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른 둑에는 찻길과 인도가 구분이 되어 보행자에게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둑을 건너면서 수문을 빠져나와 너울너울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봤다. 저 먼 강원도 황지는 물론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남강 물까지 골골마다 모아진 물줄기는 낙동강 본류가 되어 바다로 합수하는 다대포였다. 낙동강하구둑 바깥에는 을숙도대교가 놓여 있었다. 을숙도대교는 부산항 남항대교와 북항대교에 이어 광안대교까지 부산에서 해상으로 이어진 교량의 한 축을 이루었다.
을숙도에서 하단으로 건너가 강변 산책로를 따라 하류로 향했다. 하구둑 수문을 빠져나온 강물은 세찬 바람으로 물결이 크게 일렁였다. 덩치가 작은 쇠오리는 떼 지어 헤엄쳐 다녔다. 갈매기는 바람이 세차 먹잇감을 겨냥함이 마땅찮은지 갈 길을 잃고 공중에서 배회를 했다.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에 우레탄으로 포장된 산책로라 걷기가 좋았다. 강 건너는 을숙도가 빤히 바라보였다.
을숙도대교를 벗어난 낙동강 하구는 몇 개 모래섬이 드러났다. 명지와 신호에는 아파트가 높이 들어서고 있었다. 멀리 가덕도가 아슴푸레하게 보였다. 바람이 세차긴 해도 비가 온 뒤여서인지 미세먼지가 끼지 않아 시야는 좋은 편이었다. 소한을 지나 대한이 다가올 절기인데 날씨가 포근해 계절을 잊은 듯했다. 해안에는 강풍경보까지 내려 바람이 세차도 봄날에 부는 훈풍 같았다.
하단에서 다대포에 이르는 강변로는 수 년 걸친 확장공사가 끝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길 건너편 장림포구도 새롭게 단장해 놓았더랬다. 베네치아를 연상시킨다고 부산의 ‘부’를 붙여 ‘부네치아’라 붙여 놓았다. 바다로 달려가는 강물 방향과 같이 걸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모래섬이 여럿 떠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철새 떼들은 갈대숲에 몸을 숨겼는지 보이질 않았다.
바다로 휩쓸리는 강물 방향과 같이 걸어 고니나루 쉼터에 이르렀다. 배낭을 열어 도시락과 곡차를 꺼냈다. 모래섬에 밀려와 부딪히는 물결을 바라보면서 자작으로 곡차를 먼저 비웠다. 어쩌면 광대무변한 다대포 포구에서 곡차를 드는 여유가 사치였는지 모르겠다. 곡차를 비우면서 도시락 뚜껑을 여니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아직 더 걸어야 할 여정이 있어 소진된 열량을 보충했다.
다시 배낭을 추슬러 다대포로 향해 걸었다. 대한해협과 맞닿은 다대포에는 세찬 바람으로 백마가 갈기를 휘날리며 떼 지어 달려오는 듯했다. 모래는 파도와 비에 젖어 먼지가 많이 일지 않아 걷기에 좋았다. 소나무가 숲을 이룬 산등선 따라 바다로 융기해 나간 끝이 몰운대였다. 거기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오기엔 허여된 시간이 부족했다. 지하철로 하단으로 나가 창원으로 돌아왔다. 20.01.08
첫댓글 엇저녁에 뵀는데, 밤새..^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