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과 다감
한 사람이 자꾸 공원을 헤매는 장면을 상정해 본다 두 사람이 물 위에서 노를 젓는 장면을 병치해 본다 한낮의 공원, 하고 떠올리면 떠오르는 것들을 한낮의 공원이라는 말이 대신해 주고 있다
고수부지의 두 사람, 바글대는 여름의 날벌레들,
모두가 내린 버스에서 홀로 내리지 않는 한 사람 같은
그러한 장면이 이 시엔 없고
영화를 보는 장면이 갑자기 끼어든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이 죽는다 원래 죽기로 되어 있던 사람들이 죽는다 영화 밖에서도 사람은 죽지만 거기에는 자막이 없다
이 시에는 다른 어떤 시들처럼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공원으로 나오면 잔디를 밟지 마시오, 라는 팻말이 보인다 그것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쓰인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현대의 한국어 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진행된다
한낮의 공원,
이쯤에서 시선이 멀어지는 것이 좋다 새가 날아갈 수도 있고, 공원을 둘러싼 도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삽입되기도 한다 아니면 더욱 멀리 가거나,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시를 끝낼 수도 있지만
잔디를 밟지 않으려고 어디로도 가지 않고
잔디의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슬프지 않다
그렇게 써도 슬픈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