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마땅히 구제해야 할 중생
마땅히 구제해야 할 중생을
지금 여기에 두고
어디 가서 별도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말이오.
원효 스님은 어느 날 외출했다가
분황사로 돌아오는 길에 대안 대사를 만났다.
대안대사는 원효 스님보다 나이가 많은 스님으로
저자 바닥에서 일반 대중과 어울려 사는 특이한 스님이었다.
당시 신라 불교계에서는 대안대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대안대사가 원효스님을 보자 반갑게 인사하며 아는 척을 했다.
"대사, 대사가 쓴 글은 정말 대단히 깊이가 있더군."
대안대사는 원효 스님을 칭찬하며
어디 가서 자기와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원효 스님은 대안대사를 따라갔다.
대안 대사는 원효 스님을 천민들이 사는 동네로 데리고 갔다.
원효 스님은 그때까지 천민 동네에 가본 적이 없었다.
젊어서 화랑이었을 때에는 귀족 출신이니까
그런 천민 마을에 갈 이유가 없었고,
출가해 스님이 된 뒤로는 천민 마을 민가에 갈 일이 없었던 것이다.
대안대사는 원효 스님을 데리고
주막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주모! 여기 귀한 손님 오셧으니, 술상 하나 봐주게."
술상을 봐달라니.
그건 출가 승려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효 스님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바로 뒤돌아 나왔다.
"어, 이보게, 원효대사! 원효대사!"
등 뒤에서 대안대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러나 원효 스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막을 나왔다.
그렇게 황급히 되돌아가는 원효 스님의 뒷전을 향해
대안대사가 말했다.
"대사, 마땅히 구제해야 할 중생을 지금 여기에 두고,
어디 가서 별도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말이오?"
출처: 깨달음-내눈뜨기 법륜스님
출처: 가장 행복한 공부 원문보기 글쓴이: 참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