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버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인터넷 중독을 알아내는 방법.
정상인: “아 이제 좀 쉬어볼까” (컴퓨터를 켠다)
온라인 중독자: “아 이제 좀 쉬어볼까” (컴퓨터를 끈다)
(물론 과장되고 재미차원의 글이지만), 현대인들 중 대부분이 후자의 경우에 속할 것 이다. 장기간의 컴퓨터사용 후에도, 침대에 누워 타블렛이나 스마트폰으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야만 잠이 드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나’를 표현한다. 이러다보니 ‘온라인중독’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출처: gettyimages>
온라인 중독과 더불어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특히 게임중독에 관련된 극단적인 사례들이 계속 나오면서 (예를 들어, 게임중독에 빠진 한 중학생이 게임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게임에 중독된 부모가 갓 태어난 아기를 굶겨 죽인 사건, 닷새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다 호흡곤란으로 30대 남성이 사망한 사건 등), 게임중독에 대한 연구와 게임중독 전문 치료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는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행위에 대해 중독이라는 임상적 진단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특히 게임의 금단증상은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로 인해 생기는 금단 증상에 비해 덜 병리적이기 때문에 2013년 현재 학계에서는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때 곧 출간될 정신질환 진단서 DSM-5에 게임중독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미국정신의학회는 게임에 중독될 수 있다는 구체적이고 실증적 자료가 부족해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래서 현재까지 게임중독에 대한 정확한 진단 기준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DSM-4의 알코올 의존진단기준을 적용해 보면 게임의존진단기준 혹은 증상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게임에 대한 내성이 나타난다. 즉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더 오래 게임을 하고 싶어진다.
2. 게임금단증상이 있거나 금단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 게임을 하게 된다. 게임금단증상으로는 초조, 불안, 무기력, 게임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것 등이 있다.
3. 결심 또는 계획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한다.
4. 게임을 줄여야겠다 매일 다짐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5. 게임을 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는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잠자리에 들기를 기다렸다가 몰래 게임을 하거나, 게임방에 가기 위해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한다.
6. 게임이 학업 (직장), 가정 및 대인관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하루의 스케줄이 게임에 의해 결정되고, 밤새워 게임을 하느라고 잠을 못 잔다. 또한 학생의 경우 지각이나 결석수가 늘면서 성적이 하락한다.
7. 게임 때문에 몸과 마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계속 게임을 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오랬동안 한 후 머리가 심하게 아프지만 게임을 멈추지 못하거나,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 여러 게임중독 척도가 이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척도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개발한 ‘게임행동 종합진단 척도’, 이형초 (2001)의 ‘인터넷 게임중독 진단 척도’와 김유정(2002)의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 척도’등이 있다 (이런 척도들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척도점수계산법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게임과몰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출처: gettyimges>
게임과몰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임과몰입자들에게 우울증, 불안증, 주의력결핍장애 등이 자주 나타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게임과몰입의 원인인지 아니면 동반되는 증상인지 단정짓기에는 연구결과가 미흡하다. 그러나 주의력 결핍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게임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는 이들의 높은 자극추구욕구과 자기 통제 혹은 충동조절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게임중독이 충동조절 장애의 하나라고 간주되기도 한다). 또한, 게임중독은 새로움을 원하는 성격 (Novelty seeking), 보상 의존성이 강한 성격 (Reward Dependence), 현실이나 위험을 회피하는 성격 (Reality or Harm Avoidance)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외에, 자기노출을 꺼려하는 성격, 내성적인 성격, 외로움, 사회적 위축, 낮은 자아존중감 등이 게임 과몰입과 유의미한 상관을 보인다고 밝혀졌다.
부모와 관련한 원인으로는 부모의 권위적 교육스타일과 부모와의 대화부족으로 인한 소외된 관계등이 게임과몰입과 관련이 있다. 부모의 지나친 통제가 오히려 게임과몰입을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있는 반면, 이와는 반대로 부모로부터 컴퓨터사용이나 게임에 대한 통제가 전혀 없는 경우 게임과몰입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많은 게임과몰입의 초등학생 및 청소년이 학교생활 부적응, 사회성 저하, 불안, 우울증상, 낮은 정체성을 보인다. <출처: gettyimages>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많은 게임과몰입의 초등학생 및 청소년이 학교생활 부적응, 사회성 저하, 불안, 우울증상, 낮은 정체성을 보인다. 또한, 게임중독이 초등학교 학생들의 신체 건강 (예. 두통, 불면증, 소화기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성중, 김교헌, 이홍성, 2005).
Rochester대학 Ryan교수 연구팀은 일주일에 10시간 이하로 게임을 하는 경우,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20시간이 넘어가면 우울증과 대인관계 문제가 나타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분당서울대병원 김상은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매일 2시간 30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하는 사람은 마약 종류의 하나인 코카인에 중독된 사람들과 유사한 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게임 중독이 마약 중독처럼 전문화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게임과몰입이 심각한 경우 현실과 게임속의 세계를 혼동하거나 게임을 모방하여 폭력적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신체적인 활동을 늘리고 현실세계에서의 대인관계를 넓혀주는 것은 게임과몰입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심리학계와 의학계에서는 아직까지 게임이라는 것에 중독될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지, 신체, 사회발달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 아동 혹은 청소년들 사이의 게임과몰입이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게임에 노출되는 시기가 빠르면 생후 18개월부터라고 하니, 앞으로 인터넷이나 게임과몰입을 보이는 아동과 청소년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자녀가 게임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께 아래의 방법들을 권유하고 싶다.
• 아이들이 게임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재미도 있고 교육적 효과도 볼 수 있는 교육용 만화영화나 운동, 음악, 미술등의 취미생활을 가지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특히 신체적인 활동을 늘리고, 현실세계에서의 대인관계를 넓혀주는 것이 좋다.
• 컴퓨터를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물건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거실에 두거나, 자녀와 부모가 대화를 하면서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작은 일도 자주 칭찬해주고, 적극적이고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 지금 자녀가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지 알고 있는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자녀의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자녀의 스트레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왜 자녀가 게임을 좋아하는지 게임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 얻는 것이 무엇이지 혹시 다른 고민은 없는지 자녀의 감정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게임 시간을 제한하고 컴퓨터를 없애거나 하는 단순한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 폭력적인 게임 (예. 전쟁 시뮬레이션) 이나 캐릭터를 이용하는 게임 또는 온라인머니가 사용되는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다. 덜 폭력적이고 한 판에 게임이 끝나는 방식의 게임으로 종류를 바꾸도록 한다. 이미 게임을 즐기는 자녀에게 무조건 게임을 금하는것은 반항심만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모든 방법들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오늘부터 당장 게임 다이어리를 만들어 자녀의 게임사용 패턴을 적어보자. 물론 자녀가 직접 기록하는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루 동안 게임을 한 시간과 게임종류를 기록하고, 게임을 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분 상태는 어땠는지 그리고, 게임을 한 후에 한 행동과 기분 상태 또한 기록한다. 이렇게 일주일동안 기록하다 보면, 게임사용패턴을 알게 되고 이와 더불어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게임 중독이 심하거나, 주변의 도움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경우, 전문가에게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중독은 다른 중독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므로,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전문가와 의논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