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머리글
전 정치학을 배운 사람도 아니고 정치를 전공하지도 않았습니다만,
사람 사는 건 다 정치라고 합니다. 뭐, 그렇다면 사람 살면서 무언가 결정하는 것 역시 정치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가 어떠한 일이나 결정을 가지고 정치적인 것으로 평가(또는 비판 또는 비난)하는 것은
그 일이나 결정이 특정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결정권자들의 의도가
(때로는 원색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분기역 문제를 포함한 호남고속철도 건설 자체에 관한 작금의 상황 전개를 볼 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오송분기와, 이 오송분기를 포함한 호남고속철도의 건설이
정치적이라고 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수긍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이 글은, 호남고속철도 건설 자체에 대한 찬성과, 오송분기에 대한 반대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비록 건설 이후에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적자에 허덕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경부축과 더불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국토의 축이라면 호남축임을 부인하실 분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호남축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중에, 노 전 대통령이 호남고속철도 이야기를 꺼냈고,
굳이 그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도 호남축 사람들의 이동권과 관련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에 따른 여러 대안 중에서 경부축과의 형평을 맞추고 이동시간을 절감하는 수단은
고속철도라는 겁니다(어차피 고속철도의 화물 기능은 없거나 미미하니까).
그러면 이제, 다음 내용은 오송분기에 대한 반대로 채워 보겠습니다.
2. 오송분기 결정을 위해 이해해야 할, 기본계획 변경
지난 2005년 12월 22일, 국토연구원에서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안)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국토연구원에서는 2003년의 연구용역을 크게 수정했는데, 그 이유는 아시는 바와 같이
고속철도를 개통하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용하는 사람들이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이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복선의 경부고속선이 2015년에는 포화된다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2045년이 되어도 경부고속선이 포화될 일은 없다..그러므로 전 구간 신선 건설은 없던 일로 하자.
이렇게 계획을 수정했다는 거죠.
사실 이 계획 수정은, 오송분기 결정의 빌미 가운데 하나가 됐죠.
천안분기에 비해서 오송분기가 신선 건설 연장이 짧아지고 공사비가 좀 줄고..하기 때문이죠.
여기까지만 읽으신 분이라면, 도대체 오송분기가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3. 오송분기를 지지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장점에 대한 반박
오송분기를 지지하는 측에서 드는, 오송분기의 장점이라면
'지역균형발전', '행정도시와의 연계', '충북, 태백, 영동선과의 연계(이른바 X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제가 생각하는 것으로, 오송기지와의 연계,
신선 건설 연장의 상대적 감소로 인한 건설비, 유지비 등의 절감을 들 수 있죠.
이건 다음의 4.에서 잠깐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 다음에서는 앞의 4가지만 보도록 하죠.
(1)
이 중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가장 크게 내세우며 분기역을 오송에 유치하면
충청권이 발전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충청권, 특히 충북지역에서 가장 '비대'해져 있는 곳이
청주 권역입니다. 충북에서 청주를 뺀, 괴산, 음성, 진천, 충주, 제천 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분기역=지역균형발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지도 미지수죠.
과거 호남선의 분기역이었던 대전역이 지금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호남선 완주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기도 했고,
당시 호남선에는 삼각선이 없어 모든 열차가 대전에 정차해 방향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대전조차장->서대전간 삼각선은 개통 당시에는 없었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광복 이후에야 설치됩니다.)
그 동안 사람들이 대전역에 내려서 뭐라도 하고 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하나하나가 지금의 대전광역시를 형성한 것입니다(집적의 효과라고 하면 거창할까요?).
그러나 고속철의 분기역은 그럴 필요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설령 분기역=지역균형발전의 등식을 억지로 성립시키더라도
그 적용을 청주 권역에 할 것이 아니라, 천안아산분기를 통하여 역이 들어설 수 있는
공주 시가지 부근, 공주 권역에 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 지역은 지난 100년간 철도교통의 외면과 함께 발전에서도 철저히 외면되어 왔으며,
고속철도의 통과를 통하여 철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었죠.
(2)
'행정도시와의 연계'의 관점에서도 오송분기역은 그리 독보적이지 못합니다.
오송역은 행정도시와 직선거리로 약 13km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천안아산분기시 설치될 것이 유력했던(행정도시와의 연계, 공주지역의 철도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공주역의 경우에도 행정도시와는 약 12~15km 정도 떨어진 곳에 만들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어느 쪽도 행정도시와의 연계교통이 전무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결국 행정도시의 관문역할을 하게 될 역이 하나냐 둘이냐의 차이일 뿐이고,
그 하나냐 둘이냐의 실질적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은 위에 어느 정도 설명을 하였습니다.
또 그러한 행정도시의 통행량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그것도 사실 의문입니다.
자..이제부턴 이 링크를 참조하시면
http://www.honamktx.org/board/files/net_pda/공청회자료_배포용.hwp
공청회 보도자료 34쪽 이하에서 통행수요 분석을 하고 있는데,
2003년의 분석과 비교해서 충북은 조금 늘었고, 충남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공주역은, 공주시내나 공주권역, 심지어 행정도시와도 거의 전혀 연계되지 않는 등
사실상 신설의 의미가 거의 없는 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계룡역과는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3)
이른바 'X축'에 대해서는, 저보다 철도를 더 많이 아시는 많은 분들께서 일전에 설명하신 적이 있습니다.
충북선 이하 태백, 영동선은, KTX 열차가 달려 봤자 의미가 없는 구간이라는 거죠.
결국 호남과 영동지역의 연계를 위해서는 기존선의 개량이나 환승을 통한 연계가 필요합니다.
고속열차가 달릴 수 있을 만한 선로로 그것들을 개량하려면 얼마나 들지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고,
결국 현실적으로는 환승연계가 방법일 텐데, 과연 충북선을 거쳐 영동지역으로 가는 열차를
몇 편이나 굴리게 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군요.
(4)
오송분기를 할 경우에 그나마 가장 쓸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는 항목인데요.
오송역 바로 옆에는 검수와 입환 등을 할 수 있는 오송기지가 있습니다.
오송분기를 할 경우 이 기지를 이용하는 것이 편해지죠.
그러나 호남고속철도 자체의 차량기지는 오송이 아닌 광주에 계획되어 있으며
천안아산분기를 하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건설이 예정된 조치원-보령간 철도 쪽으로
인입선을 빼는 방식으로 오송기지와 충분히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인입선에 R=5000이 적용될 것도 아니고)
4. 오송분기를 반대하는 쪽에서 드는 단점들
오송분기를 반대하는 이유라면, 여러 가지가 있고 또 여러 분들께서 설명해 주셨으니 자세히는 쓰지 않겠지만,
우선 위 3. (1)에서 설명한 대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오히려 어긋납니다.
둘째로, 소요시간의 증가는 결코 3~4분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혹시 오송도 통과하고 남공주도 통과하는 열차라면 5분 정도 더 걸릴 수 있겠죠.
분기 이후에 곡선을 바로 통과하면서 바로 300kph의 속력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여기에 오송도 정차하고 남공주도 정차하면 적게 잡아 역당 5분, 최대 10분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됩니다.
오송 우회로 추가로 걸리는 5분을 포함하면 최대 15분까지도 더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이것은 서울-목포가 106분으로 예정되어 있는 현재의 계획상으로 볼 때 매우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이 넘느냐/안 넘느냐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해서 말이죠(106+15=121분 > 2시간).
셋째로, 운임부담의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운임책정에서 거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거리는 운임책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의 임률대로라면 오송분기시에는 천안아산분기에 비해 약 2800원의 추가요금을 부담하게 됩니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될 때에는, 당연히 여기서 더 올라갑니다.
건교부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인지하고 추가 부담에 대한 요금보전 발언을 했고
그것을 순박하게 믿는 사람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국민의 세금이며, 그렇게 보전해 주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도 의문일 뿐더러
보전해 준다고 했을 때, 타 이용객과의 형평도 고려하여야 하고,
무엇보다 그 액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위의 보도자료 57쪽에 근거해서 호남고속철도의 이용객을 평균 일 5만명 정도로 잡고,
그 중에서 천안아산 이북과 익산 이남지역을 이용하는 승객을 대략 일 3만명 정도로 잡았을 때,
하루에 3만명 * 2800 = 8400만원의 보전 비용이 발생하며,
이 돈은 연간 최소 300억원, 30년간 9천억원의 보전비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액수는, 오송분기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건설비 약 5600억원(보도자료 46쪽)을 훨씬 상회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이 돈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고스란히 이용자 부담이 되겠죠.
넷째로, 환경 및 문화재 문제가 있습니다.
어차피 고속선에서는 급구배가 거의 불가능하니 극복하기 어려운 지형은 터널로 간다고 생각하면
천안아산분기라고 해도 그 정도의 터널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만,
오송분기의 경우 금강 유역을 따라가면서 그에 따른 생태계의 교란 가능성이 있고
백제시대를 비롯한 유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 가능성이 천안아산분기에 비하여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좀더 객관적인 연구와 평가가 필요한 부분으로
제가 여기에 대해 더 이야기할 만한 입장은 못 된다고 보지만요.
5. 분기역 선정 과정에서의 의문점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는 대로, 분기역 선정 평가단은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각 5명씩
모두 75명으로 구성되었고, 거기서 충남, 광주, 전북, 전남의 20명이 퇴장한 가운데
지난 2005년 6월 30일, 55명만의 의견으로 분기역을 선정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 46쪽 이하에 그러한 내용들을 담은 자료가 있습니다.
사실 19개의 세부 평가항목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직접의 이해당사자가 될 호남권에 대해서는 '호남권 등'으로 얼버무리고 있으나
충청권만은 따로 떼어서 충청권 발전 효과를 세부항목으로 설정하고 있는 등)
더 수긍할 수 없는 것은, 보도자료 56쪽의 세부항목 별 평가점수입니다.
국토연구원 스스로 보도자료 55쪽에서 "국가 및 지역발전효과"에서 비슷한 지지를 보인 천안아산,
대전에 비해 오송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그것이 전체 점수 획득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런 효과가 교통성, 환경성 등에도 파급되었다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죠.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분기역 선정 평가 과정 역시 중대하고도 명백한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보도자료 46쪽에서 천안아산과 오송분기를 비교해 볼 때, 경제성은 천안아산분기가 우수하고
재무성은 양쪽이 비슷하게(오송이 약간 우위) 나왔습니다만,
보도자료 56쪽의 평가점수는 정 반대로 뒤집혀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 의문점들은 스스로 찾아보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 정도쯤 되면, 오송분기역의 결정이 철저한 검증과 토론의 산물이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의 단물을 별로 얻어먹지 못한 충북을 밀어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의 결정체라는
사람들의 비난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이죠.
단지 그러한 물증이 없어서 확실하게 그렇다고 이야기를 못 하는 것일 뿐입니다.
6. 결론
더 장황하게 쓸 것도 없이, 오송 분기가 잘못이었다는 겁니다.
오송분기 자체가 여러 가지 단점(호남고속철도의 본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미의)들을 갖고 있고
오송분기의 장점이라고 주장되는 것들도 별로 쓸 만한 논거는 없으며
그 선정 평가 과정도 역시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덧글로 오송분기를 비난하시는 많은 분들도 마음 먹고 생각을 정리하신다면
이 정도의 글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님의 주장에 대한 제 의견을 밝히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저 역시 현 상황에서 오송분기가 번복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결정된 일이고, 번복될 경우 계획 자체가 백지화될 위험이 있어
번복을 결정한 정권에서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이죠.
태클이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천안분기=직선, 오송분기-드리프트 ㄳ
드리프트 재밌군요 ㅋ
선정평가가 짜맞추기 식 이어서 그렇지요...=_=; 과다 수요 포장으로 경제적 부담을 직접적으론 철도공사가 간접적으론 전국민이 떠않게 됩니다. 돈지랄 하고 하는일 제대로 없는 열우당 이죠...-0-;(뭐 딴따라 당도 충청권표 노리느라 똑같은 짓 했을겁니다...;;)
이 글 퍼가도 될까요? ^ ^; [cyworld.com/milkis4u]
그닥 정치하게 쓴 글은 아니지만, 상업적 목적이 아닌 한 자유로이 퍼가실 수 있습니다.ㅎ 그냥 긁어 가셔도 됩니다.
오송분기에 대해 제대로 지적해주셨군요.. 제가 전에 조사한 자료와 비슷합니다.. 한가지 묻고 싶은것이 있는데.. 오송분기를 "행정소송"이나 "가처분"등으로 막을수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지역주민들이 100명이상이 모일경우 국민감사라는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민감사는 300인 이상 성인이 청구하면 되긴 하는데, 실제로 국민감사가 이뤄졌단 얘긴 들어본 적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고요. 행정소송을 하려면 그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시간상, 운임상 손해를 받는 것은 법률상 이익이 아니라서 불가하고요. 가처분은 일단 가능성은 있겠지만 어차피 본안소송에서 각하될 것이 분명하다면 어렵겠죠..아마 건설이 예정된 해당지역 주민이나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해서 딴지를 건다면 모를까..
잘봤습니다^^ 오송에서 분기해봐야 청주 청원만 개발되지 나머지 충남 충북은 별로 그다지 개발되지 않을꺼로 보입니다 잘 연계만 한다면 가능 할지도 모르지만요 오송분기 된다면 x축 연계된다는데... 태백 영동 중앙선을 아에 다시 개통시키지 않은한 지금가지고 ktx는 무리죠~~ 다시 조사해서 제대로 개발되서 국민의 세금이 낭피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네요~~
본인도 오송분기를 반대합니다 -_ㅠ 천안에서 직선분기 후 남공주를 거쳐 가는게 더욱더 좋다고 보아지는데 -_ㅠ 문제는 경부선의 김천구미역과 호남선의 남공주역을 선택정차를 하냐 안하냐에 따라 시간차가 날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