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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 알려주는 앱은 언제 나올까?
글 : 김민철 / 조선일보 기자 |
QR코드처럼 꽃 찍으면 인식, 이름 알려주는 앱 나왔으면… 지금 앱은 재미用 초보 수준… 식물 변이 심해 개발 어려워 '高手'가 꽃이름 알려주는 코너… 신속 정확하니 활용해 보세요
"엄마, 이게 무슨 꽃이야?"
길을 가다 아이가 이렇게 물을 때 꽃 이름을 바로 알려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보았을 것이다. 'QR코드처럼 꽃 사진을 찍으면 바로 이름이 나오는 앱이 나올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도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상상 가능한 기기는 거의 다 나오는 세상 아닌가.
와인의 경우 라벨 사진을 찍으면 곧바로 어느 나라 어느 지방 산(産)이고, 어떤 맛이 나고, 시중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바로 알려주는 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멜로디를 좀 들려주면 노래 제목이 뭔지 알려주는 서비스도 나온 지 오래다. 그런데 왜 꽃을 인식해 곧바로 이름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아직 나오지 않을까.
이런 앱이 있긴 하다. 미국 앱 'Leafsnap'은 현장에서 나뭇잎을 따서 아이폰 카메라로 찍으면 이름을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컬럼비아대, 메릴랜드대가 합작으로 개발한 식물 정보 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업데이트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동북부에 있는 나무 200개 이하만 인식 가능하고, 인식률도 아직 써먹을 만한 수준이 아니다.
비슷한 국내 앱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국립수목원에서 만든 '우리식물찾기' 앱은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을 잎으로 구분할 수 있게 만든 앱이다. 그러나 아직 100가지밖에 검색할 수 없고, 인식률도 80%가 목표였다는데 그보다 현저히 낮다. 이 앱으로 숲에서 가장 흔한 신갈나무 잎을 찍어 보니 한참 후에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래서 프로그램 앞에 '재미로 찾는'이라는 말을 붙였다. 국내외 앱 모두 흥미 유발이나 재미로 해보는 수준이지 실용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이다.
이처럼 식물 자동 인식 앱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인 것은 식물의 변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같은 종이라도 자라는 단계에 따라, 계절에 따라, 환경에 따라, 영양 상태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와인과 같은 공산품은 규격화돼 있어서 비교적 쉽게 인식이 가능하다. 사람 얼굴도 눈은 두 개, 코와 입은 하나 등 일정한 틀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식물은 몇 가지 틀로 분석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변이도 심하기 때문에 자동 인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잎만 해도 뿌리에서 나온 잎과 줄기에서 나온 잎이 다른 경우가 많다. 국립수목원 생물다양성정보화연구실 관계자는 "검색이 가능하려면 먼저 프로그램을 학습시켜야 하는데, 같은 종도 형태가 너무 다양해 종당 100컷을 인식시켰는데도 만족할 만한 인식률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앞에 소개한 두 가지 앱은 잎을 인식하는 앱이다. 잎이 아닌 꽃을 인식하는 앱은 언제쯤 쓸 만한 것이 나올까.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IT 전문가, 식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꽃 모양을 인식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 초기 틀을 잡는 단계로, 2년 정도 후쯤 초기 버전을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꽃으로 식물을 인식하려면 꽃잎 개수를 기본으로, 꽃 색깔, 꽃잎 모양, 암술의 형태, 꽃이 핀 시기 등을 따져야 한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꽃은 잎보다 크기나 형태가 더 다양하고 특징을 잡기도 쉽지 않아 기술적으로 휠씬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DNA 분석 같은 방식이 아닌, 꽃 형태로 식물을 인식하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고 식물 이름을 짧은 시간 내 아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안이 몇 가지 있다. 아쉽지만, 본인이 꽃을 보고 몇 가지 정보를 넣으면 그와 비슷한 식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의 앱들을 활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종류의 앱은 꽤 있다. 예를 들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제작한 앱 '청계산 야생화'는 산행 중 발견한 식물의 특징 3가지(풀 또는 나무, 꽃잎의 색깔, 꽃을 관찰한 시기)를 선택하면 이에 해당하는 식물들을 보여주면서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서울 근교 산은 청계산과 식물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은 아니지만 사진을 올리면 고수들이 거의 리얼타임으로 이름을 알려주는 수동 방식도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다. 여러 야생화 사이트에 있는 '무슨 꽃이에요?' 코너가 대표적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일수록 이름을 알려주는 시간이 짧은 편이다.
언젠가는 스마트폰으로 꽃이나 나무 사진을 찍으면 자동 인식하는 앱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국립수목원이 나무 100개의 잎을 인식하는 초보적인 앱을 만드는 데도 수년이 걸렸다. 우리나라 자생식물만 4000여 종이고, 원예·재배종까지 합치면 수만 종에 이른다. 이런 식물들을 제대로 인식하는 앱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자동 앱을 기다리면서, 우선 '수동'으로 관심 있는 꽃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 약력 - 김민철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차장 E-mail : mckim@chosun.com 199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정치부 등을 거쳐 사회정책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복지팀장으로, 이 시대 최대 이슈로 떠오른 복지 정책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복지, 구석구석 스며드는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10여 년 전부터는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 지금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꽃탐사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물로 한달에 한번 꽃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김민철의 꽃이야기’를 조선일보에 연재하고, 33개 국내 소설 속에 나오는 꽃 이야기를 다룬 책 ‘문학 속에 핀 꽃들’도 펴냈다. 1967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해양학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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