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른 나라의 특이한 카페들
최근의 번화가를 돌아다녀보면 공사중인 건물에 스타벅스의 표지가 부착되어 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다.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른 스타벅스 지점이 있는데도 말이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점을 가깝게 위치함으로써 경쟁 업체의 진입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통 비용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 또한 스타벅스가 아무리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도, 사람은 항상 많다! 하지만 이처럼 표준화되는 카페 때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카페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장에서는 세계 속의 다양한 카페 하우스와 커피 문화를 알아보는 것으로 대리 위안을 삼을까 한다.
3.1 그리스: 카페니온(Cafenion)
그리스인들은 세계 인구의 0.15% 정도를 차지하지만, 전체 커피 소비량의 0.64%를 마셔댄다. 그리스의 전형적인 동네 카페를 ‘카페니온(Cafenion)’이라고 부른다. 만약 당신이 관광객으로 카페니온에서 커피 한 잔 하려고 들린다면 눈총 살 각오를 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카페니온은 자신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오는 것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스의 남자들은 일과가 끝난 후 카페니온에 모여 작은 컵 아래에 분말이 잔뜩 가라앉아 있는 진한 터키식 커피나 달고 독한 전통주 우조를 마시며 왁자지껄하게 하루를 정리한다.
카페니온은 옥외형 카페이기 때문에, 내부에는 탁자 두 세 개나 큰 벤치 하나만 있고 대부분의 테이블과 의자는 테라스에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테이블을 잡고 앉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카페니온에 머무른다. 2유로에서 3유로(우리 돈으로 약 2,500원 ~ 3,600원)정도의 커피를 시키고, 또 시키고, 한 잔 더 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스인들은 왜 이렇게 카페에 열광할까?
고전적인 이유는 과거에는 카페니온이 마을에서 라디오가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인들은 이 곳에서 세상 소식을 전해 들으며 자신들의 의견을 큰 소리로(때로는 테이블 너머의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논쟁했다. 대화의 주제는 정부의 악행부터 그리스 역사, 세계 정세부터 동네의 소소한 일들까지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었고, 때로는 이 곳에서 비즈니스 계약 체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스의 카페니온은 한국의 과거 선술집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현재는 전통적인 카페니온 대신 현대의 카페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스 사나이들의 아지트라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고, 동네 주민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주는 기능은 여전하다. 카페의 웨이트리스들은 대부분 모든 손님과 친구들이다. 보통의 아테네 카페들은 하루에 원두 1kg, 인스턴트 커피 500g, 필터 커피 150g을 소비한다. 지금도 그리스 사람들은 커피를 애호하는 것이다. 어쩌면 카페를 애호한다는 쪽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3.2. 짐바브웨: 인터넷 카페
빅토리아 폭포로 유명한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는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음식과 물, 의약품, 기초적인 교육과 주거이지만 젊은 세대들은 좀 더 섬세하고 복잡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의 같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어한다.
스위스의 구세군(The Salvation Army)은 짐바브웨의 제2도시인 불라와요(Bulawayo)에서 ‘구세군의 마시예 트레이닝 캠프(The Salvation Army’s Masiye Training Camp)’를 실시하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3년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이 인터넷 카페의 목적은 ‘다양한 관심사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도록 만드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카페’가 되는 것이다. 이 카페는 많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라와요의 젊은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 인터넷 카페의 이용자들은 이 곳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카페 내부에 노티스 보드를 설치해서 지역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허브 역할도 하고 있다. 흔하지 않은 인터넷 카페라는 점 때문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대부분 여유 자금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은 돈을 부담하게 하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가가 문제시 되고 있다.
3.3. 일본과 이탈리아: 구찌 카페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일본의 긴자에서는 구찌가 구워낸 팬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 장인 정신이 깃든 고급 핸드백이나 의복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인 구찌가 식음료 산업까지 진출하면서 다각화를 꾀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구찌는 핵심 고객들에게 구찌의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2004년 12월 31일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 갈레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Galleria Vittorio Emanuele) 거리의 구찌 매장 안에 구찌 카페를 열었다. 이탈리아의 과자 명인 언스트 크남(Ernst knam)이 만든 구찌의 ‘G’ 로고가 들어 있는 초콜릿을 맛 볼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구찌 특유의 다크 컬러 목재와 금속 느낌으로 마무리 되어 있어 브랜드 이미지를 카페 내부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쇼핑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면서, 구찌의 우아한 이미지 역시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긴자의 구찌 카페 역시 총 8층으로 이루어진 구찌 플래그쉽 스토어의 4층에 위치하면서, 새로운 쇼핑 문화를 전달하겠다는 이념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오감을 이용하여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명품 브랜드가 구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페라가모는 호텔(갤러리 호텔 아트, 더 호텔 룽가르노, 더 호텔 컨티넨탈)을 운영하고 있으며, 불가리는 이탈리언 레스토랑과 라운지 바, 스파, 불가리 스토어를 거느린 호텔 겸 리조트(불가리 리조트 발리)를 가지고 있다. 샤넬과 돌체앤가바나도 각각 도쿄와 이탈리아에 우아한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브랜드가 목표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다.
3.4 미국: 생수 카페
미국 마켓에 가보면 다양한 종류의 생수를 만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물에 있어서는 스웨덴, 프랑스 산 수입 생수부터 금속 맛이 느껴지는 광천수, 세련된 병 디자인에 민트 오렌지향을 넣은 물, 화장품이 아닐까 의심되는 로즈 워터까지 다채로운 선택권을 가진다. 프리미엄 생수는 스타벅스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유행의 최첨단을 달린다는 미국 뉴욕의 북부 차파콰 시내 뒷편에는 2006년 생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 ‘비아 제노바(Via Genova)’가 생겼다. 이 생수 카페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고전적인 생수 브랜드, 한 병에 55,000원인 크리스탈 병에 담긴 ‘블링(bling)’까지 80여 종류의 고급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비록 손님들은 각 생수들의 미묘한 산도와 맛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카페에서는 항상 병에 담긴 생수를 따지 않은 채로 손님에게 주면서 생수 자체의 맛뿐만 아니라 물이 담겨 있는 병의 이미지까지 판매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에는 ‘워터 소믈리에(water sommelier: 물 감정사)’라는 신종 직업도 등장했고 한국의 고급 레스토랑들은 워터 바(water bar: 다양한 물을 파는 곳)를 만들어 수입 생수를 보기 좋게 진열해 놓고 있다. 여태까지의 카페들이 물에 무엇을 섞는지에 주목했다면 새로운 시대의 카페는 물 자체에 방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4. 한국 카페 사업의 확장 양상 해외의 대형 체인 커피샵들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아이스크림, 제과 업계가 카페 형식의 점포를 차릴 뿐만 아니라, 커피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편의점 등의 업체들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비하는 것의 요즘의 추세이다. 왜 모두들 갑자기 커피와 카페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한국의 커피 산업은 1조 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원두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분말형 인스턴트 커피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커피가 대중화된 국가에서는 이 비율이 반대이다. 현재는 시장 규모가 약 3천억 원 정도라고 추산하지만,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원두 커피 사업의 시장성을 보고 많은 업계에서 커피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마진이 80%에 달할 정도로 일반 커피의 높은 수익성도 이점 중 하나이다.
우리 나라에서 카페는 해외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체인 커피샵), 국내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 등의 퓨전 카페,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커피샵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업체가 커피를 주력 품목으로 설정하면서 커피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4.1 해외 프랜차이즈의 국내 진출 확대
국내 커피전문점 1위는 스타벅스이다. 2006년 기준 점포 수 191개로 2위인 커피빈의 점포 수 77개와도 그 차이가 월등하다. 원두커피 전문점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한국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스타벅스의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해 해외 커피 체인샵들도 출점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이앤지커피와 한국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2007년 1월 양재점을 오픈한 세계 2위 커피 전문점 브랜드인 카리부 커피가 그 대표격이다. 카리부 커피는 양재점에 이어 신촌점과 압구정점을 열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이대점과 청계천점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카리부 커피는 스니커즈 조각이나 초콜릿이 큼지막하게 토핑 된 음료를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스타벅스가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온 젊은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으며, 국내 원두커피 시장이 아직 미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파스쿠찌 또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명동의 땅값을 감수하고 명동에만 3개의 점포를 오픈했다. 이것은 명동과 을지로를 파스쿠찌 점포로 이으면서 명동 상권을 꽉 잡겠다는 의도이다. 롯데리아는 인지도가 떨어졌던 기존의 자바 커피 대신 ‘앤제리너스 커피’로 브랜드 이름을 개명했다. 앤제리너스 커피는 올해까지 50개의 가맹점을 더 모집하여 총 100개까지 점포 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4.2 특색 있는 국내 커피 전문점의 등장
해외 프랜차이즈에 맞서는 국내 커피 전문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빈스 앤 베리즈(beans&berries)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했다. 빈스 앤 베리즈는 유기농 원두로 커피를 뽑아내고,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한 명도 사용하지 않고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이수한 직원들이 직접 매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가 높은 편이다. 매장 내부의 인테리어 또한 크랜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의 모양을 따서 동글동글한 느낌을 준다. 사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도 과일을 이용한 주스나 스무디 등의 음료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빈스 앤 베리즈는 브랜드 이름에 직접 ‘베리’를 사용하여 커피만을 강조하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을 꾀하고 있다.
‘카페 데 베르’는 유기농 방식으로 만든 차, 초코 두유, 초콜릿을 파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공정 거래(fair trade)’라는 또 다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몇 천원 주고 사 먹을 때 커피 나무를 가꾸고 열매를 수확한 저개발국의 노동자에게는 몇 십 원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 거래 마크가 부착되어 있는 제품을 산다면 커피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고, 커피에 공생하는 새들까지 지킬 수 있다. 이런 윤리적 소비자들을 위한 건강한 차와 음식을 만드는 카페 데 베르는 도심의 정원 같은 특유의 인테리어 역시 호응을 얻으며 7호점 오픈에 성공했다.
다국적 기업을 이긴 다윗형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등장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과 ‘다빈치’가 그것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대구에서만 37개의 매장을 개설하고 연 매출 성장률 200%를 기록했다. 다빈치 또한 대구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국 시장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1평 정도의 공간에서 이동해가며 커피를 판매할 수 있는 무빙 카트도 등장했다. 이런 토종 커피 전문점의 강점은 기존의 스타벅스, 커피 빈이 펼치고 있는 고가 정책(평균 5,000원 이상)에 대비되는 싼 가격(2,000~3,000원)과 좋은 품질이다.
4.3 패스트푸드, 편의점 업계의 커피 판매
17시즌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인기 시리즈 ‘심슨 가족(The Simpsons)’을 아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호머 심슨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분홍색 아이싱의 도넛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의 웰빙 조류의 신봉자들이 보면 기겁을 할 기름과 설탕 덩어리 도넛을 소비하는 미국의 노동 계급 소비자들은 그럼 어떤 커피를 마실까? 던킨 도넛의 커피를 마신다. 존 길버트 던킨 도너츠 마케팅 담당 부회장은 “스타벅스의 편안한 소파와 하얀 목재로 된 탁자, 부드러운 재즈 선율 등 모두 훌륭하다.”면서 “그러나 고된 노동을 하는 우리 고객이 바라는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고급 커피 체인 샵의 복잡한 메뉴와 우아한 인테리어가 필요 없는 고객들을 겨냥한 서민 커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던킨 도너츠의 수익의 65%는 커피에서 나온다.
맥도널드와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 업체 역시 커피 산업에 뛰어들었다. 맥도널드는 어린 고객 위주로 포지셔닝된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아예 맥카페(McCafe)를 런칭했고, 버거킹도 ‘BK 조(Joe)’라는 터프한 이름의 커피를 팔고 있다.
GS25,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등 국내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도 커피 전문점인지 편의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커피 종류를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전용 에스프레소 머신과 얼음 기계를 들여놓아 차가운 아이스 커피를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다.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의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저가 커피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편의점 업체들의 커피 산업 진출은 여태까지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세븐일레븐 종로 인사점은 하루에 아이스커피를 1,000잔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훼미리마트의 컵 커피 판매량도 2006년 대비 70% 상승해 연간 200억 원대에 이른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커피를 마시는 일이 특별한 의식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린 이상, 거리에 포진하고 있는 편의점들은 커피를 제공하기에 가장 편리한 장소임에 하나는 틀림없다.
4.4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 카페의 만남: 퓨전 카페
아이스크림 시장에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갈래를 개척한 레드 망고의 성공은 20대 여성들의 코드를 정확히 짚어낸 데에서 시작했다. 웰빙이라는 큰 사회 트렌드에 걸맞는 저칼로리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과, 그 아이스크림을 사발을 연상케 하는 큰 그릇에 담아 친구들과 함께 비벼 먹으면서 수다 떨 수 있는 카페 문화의 접목이 레드 망고를 성공의 가도로 올려 놓았다.
하겐다즈는 이미 2003년부터 ‘딥샵(Dip-shop)’과 라이프스타일 카페로 가맹점의 형태를 분류해서 관리해오고 있다. 딥샵은 기존의 베스킨라빈스31 매장과 비슷한 테이크아웃 중심의 매장이며, 주거 밀집 지역에 입점한다. 라이프스타일 카페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감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문화 교류의 공간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카페는 유통 및 문화 중심가에 위치하며, 와인 빙수 등의 크리에이션(creation) 메뉴를 판매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베스킨라빈스31은 초기 수입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고급 제품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었으나, 하겐다즈, 떼르뜨글라스 등 본격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자연주의 트렌드를 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많아지자 고유의 이미지를 잃어버렸다. 이에 베스킨라빈스는 칼로리가 낮은 메뉴 개발과 함께 2006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이례적으로 베스킨라빈스 카페인 ‘카페31’을 런칭한다. 기존의 아이스크림 매장이 테이크아웃 고객에 중심을 두었고 빈약한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던 반면, 카페31은 안락한 소파와 실내 분위기를 제공한다. 카페31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하드락 요거트’ 등의 주력 메뉴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하여 토핑을 고르고, 점원이 차가운 대리석 위에서 비벼주는 아이스크림으로, 사실상 레드 망고와 미국의 콜드 스톤을 동시에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다. 카페31은 아이스크림을 망라한 디저트 카페, 학생들을 위한 스터디 공간,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가 되겠다는 목표로 현재 12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한국 진출 22년 만에 카페형 매장을 설립한 베스킨라빈스31의 행보는 아이스크림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브랜드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카페 산업에 진출하는 현상은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CJ뚜레쥬르, 파리바게뜨, 크라운베이커리 등 국내의 주요 베이커리 업체들이 앞다투어 베이커리 카페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뚜레쥬르는 프랑스의 비스트로 개념처럼, 직장인들이 주 타겟인 역삼 선릉 종로점의 경우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뚜레쥬르가 각 점포가 위치한 지역적 상황에 맞춰 메뉴를 제공하는 반면 파리크라상은 이탈리아풍으로 실내를 단장하고 프리미엄 건강빵 판매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일반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물론이고, 생과일 스무디 등 건강 주스도 마실 수 있다. 크라운 베이커리 카페 역시 웰빙 트렌드를 따르는 건강 샌드위치 등을 내놓으며,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주방에 통유리를 끼우고 오븐을 실내로 내놓았다.
이처럼 제과 프랜차이즈들이 카페 개설에 열 올리는 이유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 더 이상 단일한 전통적 베이커리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힘들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깔끔한 음식으로 무장한 이러한 복합형 매장들은 브랜드의 고급화에 일조하며 매출 개선,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 유수 베이커리 업체들이 모두 카페 산업에 뛰어들었고,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이상 차별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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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많은도움이되는자료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