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깔깔하다.
서울로의 여행은 공부보다는 친구랑 술 마시는 것이
더 큰 과제였을까?
한국학술정보원이라는 곳이 겨우 채 익지도 않은 메뉴로
뭐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참 우스웠다.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안 조난심의 발표는 잠을 자고 말았다.
광주에서는 또 술을 마셨고, 금요일도 오랜만에 한강이 등이랑
삼겹살을 먹으며 또 한잔했다.
한강이의 '참샘 작은 발표회'는 어두운 객석이어서 다행이었다.
아침에 짐을 챙기는데 미리 맡겨놓은 선물을 들고
산타 복장을 한 젊은이가 왔다간다.
한강이는 선물을 받지도 못한다.
그의 수줍음은 유전된 것일까?
구례가는 버스는 오지 않았는데, 화엄사 가는 차가 10시 45분에 있다.
차에서 내리니 12시 10분이다.
등산복 차림의 젊은이 하나가 달려와 성삼재까지 택시타고 가자고 한다.
그냥 가겠다고 한다.
부르는 가게에 들어서니, 커다란 배낭이 서 있고
주인이 아까부터 저런다고 한다.
성삼재가는 버스가 없단다(11월부터 4월말까지는 안 다닌댄다)
산채 비빔밥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다.
밥을 먹고 나와 3,8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커다란 문을 들어서는데
12시 25분도 안됐다. 나무길을 터벅터벅 오른다.
바튼 기침이 난다.
입구로 들어서 보이는대로 건물을 찍어본다.
단청없는 보제루를 올라 각황전은 멀리서만 본다.
구층암 가는 길은 눈이 녹아 젖어있고 사람들이 바로 돌아 내려온다.
멀지않을거라고 짐작하고 오른다.
선비집같은 단아한 집이 반쪽은 노란 색으로 수리를 해
조화가 우습지만 구층암 현판이 붙어있다.
건물의 오른쪽 앞에 기단만 땔싹 큰 탑이 2층부터인가는 부서져 처마 끝에
차 있고, 마당 끝 시누대 앞에는 탑재들이 쌓여있다.
뒤로 도니 단아한 기둥에 마루가 나타나는데
가운데 기둥은 모과나무의 굽은 울퉁불퉁한 기둥을 그대로 썼다.
천불보전앞에는 두 그루의 모과나무가 협시하고 서 있고
가운데에 석등이 하나 덜렁하다.
안마당 뒤의 건물은 더 양반집같다.
역시 가운데 기둥은 모과나무다.
화장실 가는 족 길을 따라 보니 고무신 몇 켤레가 보이는데
사람은 안 보인다.
계곡 쪽으로 난 길을 가니 앞쪽에 마른 연못을 둔
길상암이 시골집 처럼 높다랗게 따뜻하다.
계곡은 바위로 널려있고, 건너니 자연관찰로를 만난다.
1시 반이다. 관찰로의 안내판은 지나치며 오른다.
금방 땀이 찬다. 연기암으로 들어서 물을 받는다.
섬진강의 굽이진 물줄기가 햇볕아래 흐리다.
연기암도 건물이 많은데, 좋은 집에서 스님은 손님을 배웅하는 중이다.
겉옷을 벗어 배낭 위에 끼워 넣고 노고단 5km 길을 잡아 오르니
2시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