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16) : 역답사(영월역)
1. <영월역>은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전통적인 한옥형식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웅장한 주변 산들과 조화를 이루며 ‘영월’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역 앞에는 ‘다슬기’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많아 경치 뿐 아니라 식도락의 재미도 함께 준다. 영월역은 걷기답사를 하기에 적당한 장소이다. 이곳에서는 두 방향의 코스로 갈 수 있는데 하나는 영월 시내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 역을 나서 다리를 건너면 <영월성당>과 <라디오 스타 박물관>으로 이동할 수 있고, 다시 방향을 바꾸면 관풍정과 시외버스터미널이 나타난다. 영화관과 먹거리 식당이 집중되어 있는 영월의 중심지이다. 조금 더 걸어 나가면, <영월군청>과 <장릉>, <청령포>로 이어진다. 시내 구경을 하면 1-2시간이면 충분하고, 청령포까지 걸어갔다 온다고 해도 3-4시간이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답사를 마치고 가볍게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적당한 답사코스인 것이다. 다른 쪽 방향으로 걸어 나가도 괜찮다. 역 앞 별마루 천문대가 있는 봉래산을 보면서 동강을 따라 걷는 코스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영월 장례식장>에서 끊기지만 왕복 1시간 정도로 편안하게 영월의 산과 물을 관찰할 수 있다.
2. 영월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익숙한 장소이다. 다시 시내를 걸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무척 좁다는 점이다. 조금만 이동하면 영월의 대표적인 공공시설이나 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영월의 매력은 시내보다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박물관들과 시내에서 떨어진 깊고 웅장한 산과 강이지만, 넓고 한산한 외곽지역과는 대조되는 유달리 좁은 영월 시내를 걸으면서 조금은 답답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도 점점 비워져가고 있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 공무원들과 직장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시외버스터미널은 텅텅 비어있고 영월에서 이동하는 배차노선은 몇 군데 밖에 남지 않았다. <카이스트>에 합격했다고 축하하는 현수막이 눈에 확 들어온 이유는 공간의 축소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지방의 영재에 대한 반가움 때문인지 모른다.
3. 오늘은 오랜만에 영월의 대표적인 박물관 중 하나인 <동강사진박물관>을 방문했다. 군청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가들이 1950-7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우연하게 들렸지만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과거에는 사라지고 흘러가는 것들을 잡아두는 방법으로 그림과 조각을 활용했다. 인간은 미래를 향해 가지만 언제나 과거에 대한 회상과 기억을 존중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근대에 ‘사진’이 발명되자 기록으로서 ‘그림’의 가치와 역할은 ‘사진’에게 전이됐다. ‘사진’은 예술적인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오늘 사진의 진정한 모습을 확인한다. 지나버린 시간의 아쉬움과 우리의 변화를 통해....
첫댓글 - 편안(무사)하게 넘어가자는 영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머물러 있는 곳으로 남아있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잠시 기억 속으로 넘나든다. 생각처럼 선택할 수 없는 삶의 형태 역시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