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해양 문학상 수상작
[여수 수산시장] - 박덕은
밤의 더께가
구물구물 벗겨지기 시작하면
정적에 든 계명城*이 불을 켠다
온몸에 줄기가 생겨
땅속과 땅 위로 뻗어나가는
갯메꽃의 유전자를 가진 상인들
갯내음 신은 발걸음이
잠이 덜 깬 성문을 열자 길이 생긴다
그 길이 가장자리로 퍼져갈수록
해풍 버무린 언어들이 돌아온다
파랑파랑한 숨결들이 발돋움하며
목 길게 빼 동튼 풍경을 내걸자
수평선보다 더 눈부신 시간이
암팡지게 눈뜬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파도 소리를 성곽에 쌓으면
뭍의 중심에서 사철 바다가 선다
시장의 초입부터 수많은 표정들이
갈매기 떼처럼 설레는 폭발음 품고
스며드는 장터는
온통 붕붕거리는 갯메꽃밭이다
울긋불긋
탄탄하게 사그락거리는 비릿한 것들이
좌판대의 이마에서 안팎으로 번득이며
마수걸이 손님처럼
두근거리는 색채 풀어놓느라 달막달막하다
소란스러움이 침묵을 앞지르고
과장된 입놀림이 심장을 벌떡거리게 하자
흥정이 신바람으로 일어선다
난만하게 피고지는 북적거림,
그 틈새에서
타닥타닥 튀는 활어들의 혈색이 좋다
상인들의 너스레가
경쾌한 손놀림으로 타전되며
시끌벅적한 둥근 가슴들이 신명나게 무르익으면
장바구니 넘치도록 오밀조밀한 돛을 펼친다.
*계명성: 새벽 무렵에 나타나는 샛별
카페 게시글
시/시조분과위원회
[여수 수산시장] - 박덕은
흰돌 이성교
추천 0
조회 27
24.07.07 21:4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