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서 중 미스 리 - 김광림 작
(미스리는 무릎을 꿇은 채 막동의 다리에 얼굴을 묻고 계속 운다.) (고개를 들며) 병신아, 모르지? 내가 자기 얼마나 좋아하는지? 왜? 누가 들을까봐? 자기하고 나하고 좋아하면 안 되는 사이야? 남이 좀 알면 안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때? 그게 죄야? 그래, 나 술 마셨다. 왜, 날 술 좀 마시면 안 되니? 나 하나도 안 취했어. 볼래?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봐. 하나도 안 취했잖아? 이건 유부남 김막동. 저건 최부장. 하나도 안 취했지? (막동의 눈을 들여다보며) 솔직히 얘기해봐. 이제 내가 싫어졌지? 갑자기 좋아하네. 솔직하게 말해. 나 이제 싫다. 끝내자. 마누라가 무섭다. 너 숨막힌다. 왜 말 못해? 그 말하기조차 귀찮아? 그렇게 매사가 귀찮으면 숨은 어떻게 쉬고 밥은 어떻게 먹냐? 나 보는 눈이 왜 그래? 왜 피해? 거짓말하더라도 입에 침이나 바르고 해라. 치사한 자식. 이 위선자야! (사이) 마지막으로 같이 잔 게 언젠 줄 알아? 그럼 내가 아직도 좋아?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관둬. 지가 뭘 잘 했다고 뚱해서 그래, 씹할. (사이) 어디 다시 한 번 해봐. 기회를 줄 테니까. 따라해 봐. 김막동이는 이명숙이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눈을 흘기며) 엎드려 절 받기 힘들다. 그래도 그 말 들으니까 기분 좋은데? 하기 힘든 말했으니까 선물 하나 할게. (가슴속에서 신문 스크랩을 꺼내며) 자기가 원한다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알아? 됐어. 어서 읽어봐. 그런 거 상관있어? (막동은 잠시 미스리를 쳐다보다가 신문 스크랩을 들여다본다. 잠시 후 복 바치는 기쁨을 참지 못하는 표정) 김억만이 하숙집을 뒤지다가 우연히 찾았대. 아까 우리 얘기 듣기 전 까지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나? 묻지 말라니까. 내가 누구하고 무슨 짓을 하건 관심이나 있어? 저만 챙기는 이기주의자. 지금 요 앞 여관에서 자고 있어. 나타나기 전에 얼른 감춰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잖아요? 돼지가 그거 가지고 있어봤자 뭐해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야 뭐가 되든 어때요? 서방님만 잘 된다면--- 어서 대본이나 쓰사와요. (막동은 자리에 앉아 쓰기 시작하고 미스리는 막동의 모습을 지켜보고 앉아 있다.) 자기 이번에 과장 진급하면 나한테 뭐 해줄꺼야? 정말? (손가락을 걸며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