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멋진 노후 있나요?”사재털어 잠비아 도와퇴직 후 현지봉사 희망“한국만이 내 땅 내 고향이란 좁은 시야에서 자유로워지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기쁨을 체험할 것입니다.”자신의 속내마저 담담히 풀어놓는 김청자(아녜스.62.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신념이 넘쳐났다. 30여년간 국내외 음악애호가들로부터 갈채와 찬사를 한몸에 받아온 메조소프라노 김교수에게는 ‘영원한 현역’이라 불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다.정년을 앞두고 지난해 안식년을 맞은 김교수가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곳이 바로 아프리카. 지난해 1월 우연찮은 기회에 아프리카를 찾게 된 이후 그는 검은 대륙에 취해 신열을 앓아야 했다. 잠시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곳, 무엇이 그를 지폈을까. 지난해에만 세 번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지난 1996년 아프리카 잠비아에 진출한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수녀들과 유근복(서울대교구) 신부가 순교할 각오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에서 만난 아이들, 잠깐동안의 만남이었지만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의 눈빛은 가슴 깊숙이 각인돼버렸다.“마을을 떠나기 전 달빛 아래 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가슴에 안기더라고요. 그날 미사 중 특송을 한 저에게 친밀감을 느꼈던 모양이에요. 아이들이 제 심장을 뚫고 들어온 순간이었어요.”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후 그의 눈에는 이전과는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그 밀림 속에서 순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원주민들이 떠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아프리카를 통해 나를 부르시구나,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거예요.”얼마 전 그는 사재를 털고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30만원이 넘는 침대 100개를 잠비아로 실어 보냈다. 원주민들을 위한 무료병원을 짓는 수녀들의 어려움을 보고와 자청해 나선 길이었다. 정년을 3년 앞둔 김교수는 매년 두 차례 이상은 꼭 아프리카를 방문할 계획이다. 자신의 활동을 통해 모인 후원금을 보내는 일뿐 아니라 원주민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일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살고 일하는 곳이 곧 고향이라는 생각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곁에 있어주는 게 아닐까요.”제2의 고향을 위해 김교수는 후학들을 선교사로 양성할 원대한 계획도 키워가고 있다. 퇴직 후엔 아예 아프리카로 떠날 속내도 드러낸다.“지금이 진정한 전성기라는 생각입니다. 더 이상 멋있는 노후가 있을까요?”
-가톨릭신문에서-
출처: 레지오단원들의 쉼터 원문보기 글쓴이: ♥보니파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