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변산, 그리고 고사포해수욕장에서 하루
(전북 부안군에 있는 변산반도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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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간 망설여도 우리는 결국 선풍기대신 에어컨을 틀고
지하철 대신 자동차를 선택한다.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도 지금 당장 못 견디게 더우니까
어쩔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옥수수가 말라비틀어지고 북극곰이 아슬아슬하게 녹아버린 빙하에
매달려있어도 당장 내 목숨이 위협받는 것 아니니까.
그러나 올여름을 조금 시원하게 보내면 내년 여름은 훨씬 더 더울 것이다.
에어컨을 틀수록 환경오염은 심해져 지구는 “헉헉” 거릴 수밖에 없으니까.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되더니 밤잠을 청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열대야는 해가진 뒤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밤을 말한다.
하지만 온도가 열대야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습도가 높은 날에는
체온조절이 어려워지고 불면의 밤을 지세야 된다.
이런 때일수록 낮잠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숙면의 지름길이다.
눅눅한 침대, 짜증나서 잠 못 드는 밤이 몹시 괴로울 때다.
오늘 찾아가는 변산반도국립공원(邊山半島國立公園)은
변산반도서부의 변산산괴(邊山山塊)를 중심으로 1971년 12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 6월 11일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범위는 부안군 변산面, 하서면, 상서면, 진서면 등 4개면에 걸쳐 있다.
변산(邊山)의 자연경관은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혀 왔으며,
즉 산 쪽의 내변산(內邊山)과 바다 쪽의 외변산(外邊山)으로 나누어진다.
山쪽인 내변산의 경승은 3-400m의 산지(山地)가 이루는
산악美, 계곡美와 울창한 수림, 그리고 산중(山中)에 산재하고 있는
개암寺, 내소사 등 사찰로 이루어진다.
한편 외변산의 경승은 주로 암석해안의 채석강, 적벽江 등 해식애와
모래해안의 백사청송(白沙靑松) 등 해안경치로 이루어진다.
계절은 대서(大暑)속에서도 한 여름이다.
계속되는 폭염과 불 볕 더위로 도시는 후끈하다 못해 뜨겁다.
뜨거운 섬과 같다 해서 “열섬”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도심이 도시의 외곽보다 더 더운 것은 아스팔트도로와 콘크리트건물
때문이다.
도시의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거대한 난방기구 일 뿐이다.
낮 동안 흡수한 태양열을 밤새 방출하기 때문이다.
바로 해가 진 뒤에도 더운 이유이다.
열섬을 잠시나마 식혀 줄 반가운 손님인 “후드득” 빗소리가 몹시 그립다.
오늘산행은 남녀치에서 출발:-
쌍선峰 -월명암 -낙조 대 -자연보호헌장碑 -봉래구곡- 선인峰- 원광선원
-사자峰 -중개터널 -매표소로 내려오는 코스다.
날씨 탓이겠지!
연일 계속되는 찜통, 가마솥더위에 견딜 항우장사가 어디 있으랴.
예약회원들이 궁색한 변명을 하며 취소를 하고 불참하는 통에
겨우 30명의 회원만으로 전북 변산으로 떠났다.
신임 김 금자총무가 개인사정으로 나오지 못해 이정례전총무가 대신
업무를 봐주었다.
산행버스 안은 에어컨 때문에 시원했지만 운산里 남여치에서 산행을
하려고 차에서 내리자 삼복더위가 실감이 났다.
염천고열(炎天高熱)이라더니
악머구리 끓듯 하는 매미울음 소리가 요란스럽다.
(악머구리= 많은 사람이 모여서 시끄럽게 마구 떠드는 모양을 이르는 말).
검고 축축한 땅속에서 5-17년씩이나 절이고 삭였다가 마침내 터져 나오는
피 울음소리다.
붕붕 으르렁대는 자동차 소음과 줄기차게 “트르륵-찌-” 하며 “맞장 뜨는”
수컷들의 울음폭포다.
“홑적삼 날개 미친 듯이 비비대며, 목이 터져라 시일야방성대곡을 하는데,
문득 “맴 맴 매앰-” 음전하게 홀짝거리는
“누님 반짇고리 골무만한 참매미” (박용래시인)소리도 함께 들린다.
숨 막히는 더위라지만 나무그늘이 있어 한결 나았다.
산행시작부터 남여치 코스를 따라 가파르게 올라가는 한 시간 약간 더
걸리는 코스는 온몸을 땀으로 범벅 시켰고 산행 중에 좀처럼 물을 마시지
않던 내가 목이 말라 연거 퍼 물을 마셔야만 했지만,
그래도 힘은 들어도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따분해하던 것 보다는 기분은
한결 상쾌하고 좋았다.
낙조대와 어우러지는 월명암은 크기는 작으나 널리 알려진 기도도량이었다.
내변산의 푸근함과 잘 어우러지는 곳으로 숲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월명암(月明庵)은
전북 부안군 산내면 중계里 변산 쌍선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다.
691년(신문왕: 11년) 신라 고승 부설(浮雪)이 창건하였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산상무쟁처(山上無諍處)의 한 곳으로 대둔산 태고사,
백암산 운문庵과 함께 호남의 3대 영지(靈地)로 손꼽히는 곳이다.
봉래선원(鳳萊禪院)이 있어서 근대의 고승인 행암. 용성, 고암, 해안. 소공
등이 수도한 참선도량으로 유명하다.
절의 앞쪽으로 의상봉과 가인관음봉(佳人觀音峰) 등의 암봉이 아름다움을
시샘하듯 다투고 있다.
“묵은 추위 몸속에 숨어있어 배가 차니 싸늘하게 식은 음식 입에 대지마라.
얼음물과 찬 과일도 많이 먹으면 가을철 학질을 일으킨다.”(동의보감에서)
한의학(韓醫學)에서는 여름철 일수록 뱃속은 더 차기 때문에 찬 음식을
피하라고 강조한다.
덥다는 이유로 빙수나 냉커피, 생맥주를 즐겨 마시면 가을, 겨울철엔
독감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여름 건강 비결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는데,
뜨거운 음식으로 뜨거운 여름을 이겨보자는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다.
날씨는 더워도 국립공원이고 경치가 좋아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월명암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산, 들, 바다가 함께 어울리는 변산반도는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닌 천혜의 경관이었다.
그 모두를 한눈으로 담을 수만 있다면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최고봉의 높이가 불과 509m로 낮은 산이지만 산의 어울림이 첩첩산중이란
표현에 꼭 들어맞는 내변산과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평온한 들녘의 모습,
변산반도 서쪽 바다의 길게 뻗어가는 짙푸름이 마치 일부러 연출된 듯
어우러지는 사이로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추는 태양은 자연이 사람에게
보여주는 참으로 대단한 경관이리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 감상의 명당은 월명암 인근 낙조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연보호헌장碑 옆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선녀탕과 직소폭포 쪽에서 온
산행2팀을 만나 함께 남여치주차장으로 향했다,
고사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위해서 서둘렀다.
고사포해수욕장을 찾아가 풍덩 바닷물 속에 빠져 보고도 싶었다.
고사포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里에 있는 해수욕장이었다.
약 2km에 이르는 백사장과 방풍(防風)을 위해 심어 놓은
약 300m의 넓고 긴 송림(松林)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일대의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보다 물이 맑고 깨끗하며 모래도 곱고 부드럽다.
고사포해수욕장 앞에는 새우 모양을 닮은 하(鰕)섬이라는 작은 섬이
하나 있는데,
매월 음력 보름이나 그믐쯤에 해수욕장에서 이 섬까지 약 2km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는 사람들이 섬까지 걸어갈 수 있어 조개나 낙지, 해삼 등을 잡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해수욕장 송림은 거대한 주차장이요 난민촌처럼 텐트로 가득했다.
회원들이 쉴 평상 3개가 한 세트인 좌석을 7만원을 주고 빌렸다.
주인이 샤워는 무료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영복을 준비한 회원들은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하고 나머지 회원들은
평상에 앉아 쉬고 있다.
바다는 인파로 가득했고 쾌속보트와 바나나보트가 신나게 달린다.
양동매씨들이 하산酒 준비를 하는데 오리 탕에 병어 회 무침이란다.
복숭아도 3상자를 사오고, 밥과 김치를 준비했는데 20만 원 이상 거금이
들었다고 조정님 매씨가 귀 뜸을 해준다.
오늘 하산酒는 최경자부회장이 전액 부담을 했다한다.
고맙다는 인사밖에 할 수 없는 회장 처지가 측은해 보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옆에서 보니까 염천아래서 가스불로 음식을 끓이고 만드는 것이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저분 들은 전생에 부처님나라에서 보살이었는지 모르겠다.
양동매씨들의 손 큼과 음식 맛은 천하제일이리라.
회원들도 맛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지만 주변 텐트까지 무료 배달된
음식들은 고맙고 맛있다는 무형(無形)의 감동으로 되돌아왔다.
아예 먼 곳에서는 빈 그릇을 들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금광이 아니면 감히 이럴 수가 있을까?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귀로에 산행버스가 곰소에 들렸기에 아내를 위해 토하젓 한 병을 샀다.
그런데 호사다마랄까?
최 사장이 대형가스 통을 깜박하고 현장에 두고 온 바람에 고사포까지
되돌아 가 찾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열대야와 밤새 열리는 올림픽경기에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지만
플레인 요구르트와 견과류는 스트레스를 줄게 해 잠이 오게 만든다.
혈관을 이완시키는 와인과 비타민c가 풍부한 피망,
뇌를 휴식상태로 만드는 오트밀과 바나나도 숙면에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오늘 같이 산행하고 바닷물에서 노느라고 피곤한 육체와 정신에
불면의 밤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산행이 우리에 심신에 좋은 것이다.
(2012년 8월 3일)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계속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사 천사 daum blog 2012, 8, 3일
산행의 고달품, 해수욕장의 시원함, 넉넉한 인심,
산과 바다의 절묘한 만남, 안 봐도 멋져부러-- 금광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