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방긋 웃으며 다시 타이지의 앞에 카레 밥을 내놓았고 타이지는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그런 타이지 앞에 자신이 먼저 카레밥을 먹어 보였고 그제야 타이지는 용기를 내어 그것(?)을 먹어 보았다. 맛있었다. 적당히 매우면서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졌고 타이지는 히데에게 맛있다고 웃으며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히쓰는 그 말에 슬그머니 자기도 다시 밥을 퍼서 카레 밥을 만들어 먹었다. 확실히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나왔다. 그는 은우를 존경하는 눈으로 보았고 히데는 또다시 자신의 카레의 위대함에 대해 자랑하기 시작했다. 요시키는 카레 밥을 먹었다. 확실히 맛있었다. 미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밥맛.
"맛있네요."
"그렇지? 그렇지? 요짱, 그렇게 생각하지? 타이지 저 녀석은 엄살이 너무 심해서 탈이야!"
"뭐? 아까 그 요리가 이 요리가 맞나 의심스러워! 쓰블나게 이상한 카레 만들지 말라니까!"
"흥! 그래도 이건 내가 만든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었다고!"
다시 타이지와 히데의 실랑이는 시작되었다. 그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카레의 맛에 대해 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 요리가 히데가 만든 요리냐며 아즈카가 새로 만든 것이다라고 타이지는 소리를 질렀고 히데는 그래도 처음부터 만든 건 자기라며 고집을 부렸다. 요시키는 보다 못했는지 그만하라고 엄중히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뭔가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그만 두고 제각기 할 일을 찾아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 사람들... 원래.. 저래요? 요시키 상.."
"음? 신경쓰지 마세요. 히데의 카레는 유명한 걸요. 저번에는 히쓰가 먹다가 배탈이 나 공연 도중 화장실로 가야했던 적도 있는 걸요."
"어머나? 그 정도에요? 그렇게 맛이 이상하지는 않던데.. 그냥 향신료가 너무 들어가서 매웠던 것 빼곤.. 뭐.. 하긴 조금(?) 맵긴 했어요."
"대충 알만 하군요.. 끔찍해라.. 늦게 먹길 잘했네요."
요시키는 생각만 해도 무서운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 한입 쏙 먹었다. 은우는 그런 요시키가 이해가 안되는지 고개를 절레 흔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해가 되는 지 같이 몸서리를 쳤다.
히데의 카레는.. 무서운 것이었다.
#.9 일본으로의 귀환
나리타공항.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었다. 많은 기자와 방송국 사람들로 보이는 그들은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행여나 그들이 몸을 숨기고 빠져 나갈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그들만이 알겠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무언가를 향한 욕망이 짙었다.
그리고 공항 출구에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일행이 있었다. 화려한 빨간 머리에 얼굴이 덮을 듯한 선글라스를 끼고 사람들 시선을 피해 재빨리 나가는 사람과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기자진을 향해 노려보는 사람, 여유있는 웃음을 머금고 옆의 남자와 담소를 나누고 오는 사람, 그리고 깔금한 정장에 사각형의 페레가모 선글라스를 끼고 오는 사람.. 마지막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오는 그 사람..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에 잔뜩 겁을 먹은 한 여자. 그 외 스탭 진..들..
누군가가 외쳤다..
"X 다!"
그들이 온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것이다. 카메라의 셔터 소리, 몰려오는 사람들의 질문 소리, 팬들의 고함 소리.. 귀가 윙윙거렸다.
"요시키 상! X-JAPAN을 재결성한다라는 말이 사실입니까?"
"히데 상의 사망 후 영구히 없을 거라던 X-JAPAN을 다시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역시 멤버들 간의 가정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새로 영입한다는 기타와 보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요시키 상! 대답을.."
"모든 것은 기자회견에서 밝히겠습니다."
요시키는 짤막한 대답을 마치고 바로 그들이 묵을 숙소로 향했다. 요시키의 개인 돈을 털어 빌린 도쿄 근처의 작은 주택.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은우를 위해 빌린 곳이었다. 은우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 카메라에 대해 상당히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루시는 X에게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은우의 신상에만 관심을 보였다. 히네는 익숙한지 웃으며 요시키와 이야기를 했지만 타이지는 그의 존재가 거슬린 지 자꾸만 그에게 신경이 갔다.
"히데.. 저 사람 뭐야?"
"응? 저 사람? 우릴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장본인. 일본으로 가는 당일날 비행기표 몽땅 챙겨들고 나타날 줄이야.. 이거 완전히 우리가 한방 먹었는 걸.."
히데는 사과를 한 입 가득 베어먹으며 루시를 바라보았다. 은우는 상태가 안 좋은지 창백한 얼굴로 루시에게 뭐라고 말을 하였고 루시는 그런 그녀에게 정중히 무어라 말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자회견.. 하러 가자. 이제부터.. 우린 전투야.."
요시키는 숨을 크게 쉬었다. 이제부터 이들의 전투는 시작이었다. 도프 헤즈의 활동마저 접어가면서 와준 파타와 히쓰, 라운드니스(註 - 여기서 타이지는 미혼이며 라운드니스의 활동을 계속 해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를 포기하면서까지 따라와 준 타이지. 지금 일본에 오면 온갖 이슈거리와 비난과 멸시를 받을 걸 알면서도.. 나는 X-JAPAN의 히데라며 목숨을 걸고 돌아와 준 히데.. 그리고.. 대인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일본으로 넘어와 준 아즈카.
요시키는 어깨가 무거웠다. 불혹의 나이에 다시 시작함이란 무모함과도 같은 도전. 은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히데의 팔을 꼭 잡았다. 역시나 굉장히 무서운 모양이었다. 히데는 웃으며 그녀의 팔을 톡톡 두들기며 괜찮다는 듯 웃었다.
도쿄 0000 호텔.
많은 기자들과 방송매체 사람들이 가득 메운 홀. 그들은 그들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앗! X-JAPAN이다!"
누군가의 말에 그들은 준비된 기자회견 장을 보았다. 그들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눈을 의심했다. 그가..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가.. 이 기자회견장을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모든 셔터 소리는 잠잠해졌다. 그가 들어오자 그들은 모두 입만 벙긋거리며 그들 향해 손가락질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