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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구곡
월악산 자락에 있는 계곡이라면 흔히들 송계계곡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월악산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으로 용하구곡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야겠다.
한 여름에도 물이 워낙 차서 '여름을 이용한다'는 뜻으로 명명된 용하(用夏)계곡. 9곳의 절경이 있어 구곡으로 칭해지는 이곳은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숨은 계곡으로 계곡 여행의 묘미만큼은 송계계곡이 따라올 바가 아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였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한서린 얘기가 곳곳에 배어있는 월악산. 그에 영향을 받았음인지 최고 봉우리 국사봉은 본래의 이름 대신 신령스럽다는 뜻의 영봉으로 불린다. 월악산을 여행함에 있어 마의태자에 얽힌 얘기 하나쯤 준비치 않는것도 예의가 아닐성.....
"월악 영봉이 물에 비치고 항구골에 배가 닿으면 구국의 한이 풀릴 것이다." 마의태자가 월악을 떠나 금강산으로 향하면서 남긴 말이다. 천년이 지난 이제사 그의 예견이 이루어지고 보니 놀랍기도 하고 일경 안타깝기도 하다. 마의태자의 구국의 한은 어디서 풀렸을지....
용하구곡은 넓은 지역을 감돌던 충주호의 물길이 잦아드는 월악리 끝자락에 있다. 충주에서 버스로 1시간여. 송계계곡과는 20여분의 거리다. 충주 에서 수안보 방향으로 가다가 월악산 국립공원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충주호에 잠긴 월악산자락을 끼고 도는 아름다운 길을 가게 된다. 몇굽이를 돌고나면 다리 아래로 충주호 유람선이 뜨는 월악나루가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고,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송계계곡과 덕주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용하구곡은 이들을 버리고 제천,덕산 방향으로 계속가야 한다. 36번 도로를 따라 5 분여를 더 가면 삼선교. 다리를 넘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사산리다. 이곳에서 작은 다리 하나를 더 건너면 바로 월악리. 국립공원 매표소가 있는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월악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신륵사 가는 길과 용하구곡 길이 갈라진다.
용하구곡 방향으로 길을 잡고 산속을 향해 들어가면 용하구곡의 들머리가 되는 억수리. 첩첩산중에 에워싸인 작은 마을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왠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천년만년을 장수할 것 같은 느낌이다. 마을 상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궁금증 한가지. 왜 억수인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답하는 가게 아줌마의 답이 듣는 이에게는 되레 별나게 들려 웃음을 감출 수 없다. "억수리는 맑은 물이 억수로 흐르는 마을이라서 안 그렇나. "예닐곱개 의 산자락에서 쏟아내는 청류가 마을을 적시며 흘러나가니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아래 거쳐왔던 수산2리에서부터 용하천이 시작되지만, 여행을 위한 용하구곡은 억수리부터다.
억수리에는 민박과 상점이 여럿 있다. 계곡여행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해야 할 곳이다. 억수리에서 조금 올라가면 첫 번째 주차장이 있다. 여기서 수문 동 골짜기와 용하수 골짜기로 갈라진다. 배낭에 야영장비를 둘러메고 가야 할 곳은 용하수 골짜기다. 수문동쪽은 휴식년제로 묶여 통제가 되어 있다.
용하수 골짜기는 용하구곡에서도 물이 가장 맑은 곳. 관폭대와 선미대, 청벽대가 줄줄이 이어지는 절경 이면서도 골이 깊지 않아 쉽게 오갈 수 있다. 계곡 트레킹을 하기에 딱 좋을 정도라면 어떨까? 용하수에서 짐을 풀기에 가장 좋은 곳은 관폭대. 울창한 솔숲에 야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넓은 암반이 백여 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고 그 사이 세 개의 작은 소를 이루며 물이 흘러내린다.
여느 계곡에 비해 수량은 작지만 퍽이나 맑다. 주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계곡이어서다. 시원한 그늘과 맑은 물이 어울린 계곡미 만점의 장소다. 5분만 몸을 담궈도 추워서 더 이상 있기가 힘들지만 이곳에서의 계곡욕은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다. 밤이면 물소리에 풀벌레 소리가 귀를 울리고, 때로는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져 내리는 장면도 볼 수 있는 곳.
여기에 렌턴 불빛 아래서 속삭이는 얘기까지 더해지는 더없이 낭만적인 곳이다. 더 위에 있는 청벽대와 선미대 쪽에도 야영을 할수 있는 개활지가 있지만, 공식적인 야영장으로는 관폭대가 마지막인 만큼 그곳에서 야영을 하는 게 옳다. 그러나 용하구곡의 진짜 묘미는 관폭대를 지나 청벽대 주변에서부터 펼쳐지는 협곡에서 맛보게 된다.
무지개는 사라지고 연기만 남아있다는 글귀가 정겨운 청벽대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차례로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을 했다고도 하고 송이와 독사 가 많다는 선미대, 산모가 치성을 드리면 득남을 한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수룡담. 굴속에서 내다보는 계곡미가 일품이라는 우화굴, 폭포는 없고 물소리만 들린다는 세심폭을 만나게 된다.
계곡이 끝날 무렵 물이 살아온다는 뜻의 활래담과 강서대가 애써 찾아온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관폭대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트레킹을 해볼 만하다. 얼핏 관폭대 주변만 돌아보고 실망감을 느낀다면 이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격이다. 지금은 자연휴식년제로 묵여 계곡 상류의 상당부분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용하구곡의 전부를 볼 수는 없지만 때문에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용하구곡에서 최고의 볼거리는 수문동 폭포쪽이다. 관리인에게 학생임을 밝히고 들어가 볼 수 있다. 수곡용담과 병풍폭포, 수문동폭포가 줄줄이 물을 쏟아내는데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등산을 좋아한다면, 용하구곡 매표소 앞에서 신륵사 방향으로 접어들면, 영봉으로 오를 수 있다.
신륵사를 지나면 수없이 많은 돌탑을 쌓아놓은 곳이 있고, 월악의 숨은 절경으로 일컬어 지는 수렴선대폭포를 지나 영봉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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