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른 봄바람이 살랑이고, 햇살이 따사로워
3월 1일 목요일 날 봄맞이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약속장소는 수원에 있는 <호매실 스톤커피점>
호매실은 동네 이름인데, 봄이면 그 동네에 매화꽃이 만발했었나봐.
그래서 비로 옆 동네가 매송리, 바다쪽으로 더 가면 매향리고 그래.
커피점은 박은호 부인이 경영하는데, 즉석에서 커피를 구워 커피향이 짜릿하지.
모처럼 나서는 소풍길이라 약속시간이 되기도 전에
남학생 여학생 반가운 얼굴들이 삼삼오오 모이드라구. 건강한 모습으로.
일단 커피 한잔에 갖 구운 과자를 씹으며
"너 젊어졌다" "넌 더 예뻐졌구나" "너 사업 잘된다며" 등 대화를 시작하는데
김광성한테서 전화가 온거야.
3월 1일, 삼일절은 나름대로 뜻깊은 날이라서
선열들께 고개숙여 묵념 올리고, 만세 삼창을 부르다가
아차 실수로 약속장소를 착각해 역삼동 스톤커피점에 와 있다는 거야.
모처럼 미국에서 돌아온 마나님까지 대동하고 나섰는데.........
아쉽지만 묵념은 묵념이고 소풍은 소풍 아니냐.
해서 김광성 부부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산행을 시작했지.
고우회에서 다년간 수련을 쌓은 김기창과 오공근이 앞장 서고
목적지 칠보산은 해발 8848m 에베레스트에 비해 무척 아담하더라구.
그래도 누가 그러는데 산세를 보니 <봉황포란형>이래
봉황새가 황금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는 거지.
진달래는 아직 피지 않았고, 소나무 숲을 지나 1시간 정도 헐떡헐떡 올라가자
수원 시내와 발안, 조암을 지나 서해바다까지 한눈에 펼쳐지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거 있지.
그때 장훈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근처가 제암리야" 라는 거야.
사진 찍으러 간 적이 있었다며. 제암리 아냐?
1919년. 삼일운동이 있던 해, 제암리에 작은 예배당이 있었고,
그해 4월, 예배당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벌인 제암리 주민들이 학살된 역사의 현장이지.
교회당은 불타고, 불속에서 뛰어나오던 아녀자들은 총격으로 사살되고.
잠시 숙연해졌지만 그래도 산에서 땀을 흘렸으니 뭘 좀 먹어야 하잖아.
소풍은 먹는 재미 배면 시체 아니냐.
해서 소나무 숲에 자리를 깔았는데,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달랑 떡 다섯 개에 생선 두 토막 그리고 김밥 한줄이 전부야.
아니, 입이 스물인데 누구 코에 붙이란 말야.
거기다 비린내나는 생선은 대체 누가 들고 온거야?
미치겠드라구. 나는 아침까지 굶고 왔는데
해발 230m 산꼭대기까지 짜장면 배달해주는 짱개집도 없을테고,
그런데 이계호가 자기 부인과 손을 맞잡고 기도 한번 때리고 나니까, 이럴수가?
산상수훈을 위해 올라온 것도 아닌데,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가 현실로 나타나는 거 있지.
다섯 개의 떡이 갑자기 스무 개가 되고, 두 토막의 생선이 한 광주리 도마토로 변하더니
포도주가 되고, 오곡밥에 김치가 2통. 거기다 군고구마까지.
20명이 배 터지게 먹고 남았다. 글쎄 먹고 남았다니까. 산상에서. 이른바 할렐루야지.
산에서 내려오니 양수석 부부가 와 있는 거야.
오전에 약속이 있어 산행은 못했지만 목요모임은 빠질수 없다면서
해서 스톤커피점 방 한칸을 차지하고 양수석 부부의 지휘 아래
<여기에 모인 우리>를 합창했지.
어쩔수 없이 외로워지는 인생의 후반전, 서로 돕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보람차게 살자며.
그리고 최대환의 기도를 끝으로 공식 일정이 끝났지.
아쉽지만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여고생들이 계속 뭉기적거리는 거 있지? 일어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이 기쁜 날, 이대로 그냥 집에 갈수 없다는 거야. 2차 가자는 거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에 바람난 여자들 같애. 특히 남편 떼어놓고 솔로로 온 여고생들
파도소리 들으며 해변을 거닐고 싶다는 거야. 연분홍 스카프 바람에 휘날리며
미용에 좋다는 서해안 갯벌 낙지에 쭈꾸미 먹고야 말겠다는 거지.
<배째라>로 나오는데 못 말리겠더라구
그리고 말투도 서서히 조폭스러워지는 거 있지.
"차카게 살라는데 느그들 그렇게 나올거여?
"야 타!"
"내가 쏠게, 따라와~"
"김기사~ 운전해!"
그래도 김기창 오공근 김장훈은 용감하게(겁대가리가 없는 거지) 빠지고
나머지 남학생들 코가 꿴거 있지.
해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이 오이도 앞바다.
붉은 등대가 우뚝 서있고 자연산 갈매기가 끼룩대고........
헌데 이 아줌마들 왜 이래? 등대 꼭대기에 올라가겠다는 거야.
무리한 산행으로 하체가 후둘후둘 풀렸는데 거길 왜 또 올라가? 난 싫어.
그런데 잔말 말고 따라오라는 거야. 석양낙조를 보고야 말겠다는 거야.
그 높은 곳을 향하여 등대 오르다 조난사 당하는 줄 알았다.
덕분에 미용에 좋다는 갯벌 쭈꾸미는 얻어 먹었지.
광어와 숭어회에 소주 한잔해서.
그런데 여고생들 왜 그렇게 잘 먹는 거야? 산에서 배 터지게 먹었잖아?
그런데 또 먹어. 미용이래. 미용에 좋다고. 와, 그 억척
어찌됐든 쭈꾸미를 자세히 살펴보니 미용에 좋을수 밖에 없겠드라.
쭈꾸미는 뭐라해도 먹통이 생명이잖아.
살아있는 놈 스무 마리쯤 잡아넣고 샤브샤브로 끓인 국물을 보니
<머드팩>의 원료 그대로야.
그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이팽윤의 소식이 왔습니다.
이팽윤은 인천 어느 학교 교장인지, 교육감인지
어쨌든 인천시 교육계를 꽉 잡고 있는데
목요모임 친구들을 용유도로 초대할테니
5월 소풍은 1박2일 일정으로 용유도로 오라고. 하이고 고맙습니다.
염돈기는 허리디스크 수술 후 무리하면 안 된다고
정홍식은 갑작스런 중국 출장으로
이창남은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왔다고 참가하지 못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 갖은 친구는
양수석 부부, 윤광훈 부부, 이계호 부부, 이한석 부부, 최대환 부부
솔로로 김기창, 김장훈, 김한기 부인, 오공근, 오태영, 주선기 부인, 홍병철 부인 21명였습니다.
첫댓글 생생한 산행기에 마치 함께 동행한 것 같으네요. 함께 즐겼습니다.
오월을 기약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인터넷에 어리버리라 동호인 모임에 올릴 글인데 이쪽으로 들어왔어요. 양해해 주세요.
괜찬아유~~재미있게 생생히 잘 읽었구만유~~자주만 올려 즐겁게해줘유~~
즐거웠겠네여~~~^^
모든 모임에 태영 성님이 참석해서 지금처럼 생생한 모습을 소개해주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울까? 성님 부탁해~요~~~
때이른 봄소풍 잘 다녀오셨군요....작가가 쓰는 산행기인지라 좀 다르네여~~~~~
아, 재미 있었군요. 그 날 사정이 있어서 못 갔는데 어머~~~~~아쉬워라.
오작가성님 재미있게 잘읽었수다래.6월에나 서울들어갈것 같은데 그때는 소풍가기에 너무 덥나 ? 아 목요모임 샘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