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 탱화 점안식
법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음력 10월 초하룻날에 우리는 법식에 따라
여법하게 산신탱화를 모시는 점안식을 올렸습니다.
탱화는 후불탱화, 신중탱화, 산신이나 칠성탱화 등 여러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점안식은 산신탱화를 모신 것입니다.
점안(點眼)은 “점을 찍어 눈동자를 그린다.”는 말입니다.
개안(開眼)이라고도 하는데 눈을 뜨게 한다는 뜻입니다.
점안식(點眼式)은 새로 조성한 불상이나 탱화에 부처님의 법력을
불어 넣어 불보살님의 가피로 신통력을 갖게 하는 의식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화공이 그림을 잘 그렸더라도 점안의식을 하지 않으면
행여 그것이 훌륭한 예술품은 될지언정 우리들의 기도를 들어 주시고
우리의 공양을 받아 주시는 불보살님 으로서의 능력을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단 염불을 하고 다라니를 외우면서 법식에 따라
점안의식을 거행하면 탱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바로 부처님과 보살님, 그리고 신장님들이 되어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우리를 보호해 주는 신앙의 대상이 됩니다.
오늘 산신탱화를 점안의식 통하여 모심으로서
산신(山神)이 우리 민족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우리 불교사회에 수용 되었는지에 대하여
간략하게나 살펴보고자 합니다.
산신(山神)
(1) 개념
산에 있으면서 산을 관장한다고 여겨지는 신.
자연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에서 비롯된 것으로
산신령 또는 신령이라고 합니다.
산신에 관한 믿음은 고대로부터 있어온 것으로,
명산에는 영험한 산신이 있어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신의 도움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습니다.
(2) 산신의 성별
일반적으로 산신하면 노송을 배경으로 인자하신 미소를 머금은
선풍도골의 산신을 연상하였고 또 그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산신신앙의 발달 과정상에 보면,
재래의 산신신앙이 조선조 남성중심의 유교사상과
신선을 말하는 도교사상 등과 접목하면서 구성되었고
일반화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땅의 산신사상은 그 뿌리가 매우 깊어
건국신화인 단군신화까지 거슬러 살펴보아야 하며
그 후에도 민족의 역사와 함께 천체신앙 다음으로 깊이 신봉해
온 신앙체계인 만큼 다각적인 면에서 살펴 보아야합니다.
1) 단군신화에서 보면
산은 신의 강림처이자 주거지로 인식되었고
또 그 신이 인간세상의 연이 다하면 지상을 지키고
백성을 보살펴 주기 위해 산신이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2) 고구려의 골령(鶻嶺)도 하늘이 동명왕을 위해
직접 지어준 성(城)이라 전해지고 있으며,
또 토함산 산신이 되었다는 바다출신 탈해왕도
이런 종류의 설화로 미루어 보면 산신은 의당 남성이었습니다.
3) 하지만 일찍이 인류는 모계 중심사회의 과정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산은 어머니와 같이 여겨졌습니다.
제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잉태하고 의지처가 되어주는 산과
그를 닮은 어머니 분명 여기에는 공통분모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여산신(女山神)의 연원이 시작되었는데
가락국의 시조모인 정견모주, 혁거세를 낳았다는 신라의 서술성모
그리고 선도산성모, 성거산성모, 남해왕부인, 운계산성모,
지리산 성모천왕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4) 이렇게 볼 때 신을 의지해 삶을 영위하고 마지막에는 그 곳에 묻히는
인간에게 산은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그리고 아버지처럼 위엄 있는
신으로 인식되었고, 섬김의 대상이 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5) 문제는 여산신과 남산신 가운데 어느 쪽이 기본인가입니다.
앞서 살폈듯이 남산신은 외부로부터 온 일종의 도래인(渡來人)과
같은 존재이며 그가 산신이 되는 것은
세상과 연이 다한 뒤의 일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여산신은 산이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왔듯
처음부터 산신으로 존재했다는데 일종의 기득권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6) 결론적으로 산신의 성(性)에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이 있고,
양성(兩性) 가운데 여산 신에게 기득권이 있습니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 오늘날 산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것은
유교와 도교사상의 영향이라 하겠습니다.
(3) 종교적 관점
산을 신성시하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같으면,
1) 산을 우주의 중심체로 보는 관점입니다.
2) 산이 천상과 지상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로 보는 것입니다.
3) 산이 지역과 국가를 보호한다는 진산의 관점입니다.
(4) 진산
진산(鎭山)이란 옛날부터 각 고을이나 지역 뒤에 있는 큰 산을 말합니다.
이러한 산은 항상 고을을 지켜준다고 믿고서 산신제를 올렸던 것입니다.
1) 그 대표적인 진산이 “삼산, 오악”인데 왕이 친히 나아가서
산신제를 올렸던 곳인데
가) 삼산은 나력, 골화, 헐례가 있는데
나력 - 국가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하여 선왕에게 고하는 산.
헐례 - 옛날 왕들이 묻혔던 무덤. 고분의 산.
골화 - 왕족들의 무덤을 모신 산을 말합니다.
이 세 곳을 신라 나름대로 삼산을 정해 놓고서 왕이 친히 나아가 크게
제를 올렸었는데 이를 대사라고 하였고,
이밖에도 삼국시대의 고구려 때에는 가뭄으로 산천에 제사하였으며,
백제 때에는 산곡신에 제사하였다는 등의
많은 기록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나) 오악은 토함, 지리, 계룡, 태백, 부악산을 가리키며,
성악, 화악, 감악 등 24곳의 산을 지정해 놓고
고을의 현감들이 “소사”를 드렸던 예가 있었습니다.
2) 삼신산이라고 하면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봉래산, 방장산, 영루산을
말하는 것이며 오악은 중국과 우리나라에 각각 있습니다.
가) “오악”이란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얼굴에서
이마, 코, 턱, 좌우 광대뼈를 오악이라고도 합니다.
나) 중국의 오악은 태산, 화산, 형산, 항산, 숭산을 이른 것이며,
다) 우리나라의 오악은 동의 금강산, 서의 묘향산, 남의 지리산,
북의 백두산, 중앙의 삼각산을 이릅니다.
단 시대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산에는 항상 정기가 서려 있어서
일체의 부정을 금해야 하고 언제나 지극 정성을 다하게 되면
큰 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겼던 것 입니다.
(5) 불교의 경우
산신에 대한 개념은 신중신앙의 시원인“화엄경" 이미 정의 되어
있습니다.
“화엄경”에는 보봉개화, 화림묘계, 금강밀단 등 열 분의 주산신이
등장하고 있으며 화엄에서 설한 보살 52계위 가운데 10주의 제8 동진주
(그릇된 소견이 생기지 않고 보리심을 파하지 않는 것이 마치 동자가 욕심이 없는 천진한
것처럼 부처님의 십신 영상이 일시에 갖추어지는 지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불교가
이 땅의 산신신앙을 융성한 교리적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간략하게나마 산신신앙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출처: 양천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