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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8
초음속 여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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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진봉기
인천공항에서 미국 뉴욕까지 거리는 1만1000㎞ 정도예요. 시속 900㎞로 비행하는 비행기를 타면 보통 14시간 정도 걸려요. 아무리 매력적인 여행지라도 좁은 좌석에 앉아 10시간 넘게 비행해야 한다면 선뜻 떠나기가 망설여지죠.
그런데 앞으로 몇 년 뒤면 10시간씩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어진다고 해요. 소리의 속도인 마하(Mach)로 비행하는 초음속(超音速) 여객기가 다시 세상에 등장했거든요. 초음속 여객기가 상용화되면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 5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해요.
소리보다 빠르게 나는 여객기
지난 1월 미국의 항공기 제조 업체 '붐 수퍼소닉'은 초음속 여객기 'XB-1'의 시험비행에 성공했어요. 이 비행기는 이륙 11분 30초 만에 1만668m 상공에서 시속 1377㎞에 도달했습니다.
소리의 속도는 초속 340m입니다. 마하 1은 초속 340m(시속 1224㎞)를 말하는데, 이 속도를 넘기면 '초음속'이라고 얘기해요. 붐 수퍼소닉은 2029년 초음속 여객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승객 80명을 태우고 마하 1.7(시속 약 2080km)로 비행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이 비행기를 타면 세계 주요 도시 어디든 5~6시간 정도면 갈 수 있게 되죠.
사실 초음속 비행기는 이미 1969년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어요. 이 여객기는 1976년부터 상업 운항을 시작해 2003년까지 운용됐어요. 콩코드는 마하 2(시속 2448㎞)로 비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속도였어요. 콩코드기는 주로 런던~뉴욕, 파리~뉴욕 등 대서양 노선에 투입돼 운항 중단까지 수백만 명이 이용했어요. 일반 항공기로 7시간 이상 걸리던 대서양 횡단을 3시간대에 가능하게 했죠.
처음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 때는 엔진 성능에 집중했어요. 콩코드는 터보제트엔진 4기를 탑재했는데, 제트엔진은 대기 중 공기를 압축하고 연료를 연소시켜 생긴 뜨거운 배기가스를 배출해 추진력을 내는 방식입니다. 엔진 4기를 동시에 사용해 초음속에 도달한 거예요. 하지만 이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음속을 돌파해 비행할 때 '소닉붐(Sonic Boom)'이라고 불리는 귀를 찌르는 폭발음이 생겼던 것이죠. 이때 지상에서 측정한 소음 크기가 105db(데시벨) 정도였는데, 이는 천둥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랍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콩코드가 바다 위에서만 초음속을 낼 수 있도록 했고, 아예 콩코드 착륙을 금지하는 공항도 생겼어요. 여기에다 안전 문제와 연료 효율 문제가 겹치며 결국 콩코드는 2003년 마지막 운항을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죠.
소닉붐 문제 해결한 차세대 항공기
소닉붐은 왜 생기는 걸까요? 비행기는 하늘을 날며 기체 주변의 공기를 밀어내게 됩니다. 기체에 의해 압축된 공기 흐름은 비행기 주변으로 압력파를 만들어요. 음속보다 느리게 비행하는 일반 여객기는 이런 압력파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압력파가 사방으로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비행하면 압력파가 흩어지지 못하고 비행기의 전면부에 쌓이게 돼요. 이렇게 전면에 쌓인 압력파는 비행기 진행 방향에 있던 공기층과 충돌하면서 충격파를 만들어내요. 이 충격파가 내는 커다란 폭발음이 바로 소닉붐입니다.
차세대 초음속 항공기는 소닉붐을 잡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고 있어요. XB-1의 소닉붐 크기는 85db 수준이라고 해요. 미 항공우주국(NASA)과 록히드마틴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초음속 항공기 'X-59'는 소닉붐 크기를 75db 수준까지 낮췄어요. 일반 여객기가 내는 소리 크기와 비슷한 정도죠.
소음 줄이기 위해 기체 설계 바꿨죠
XB-1과 X-59는 어떻게 소닉붐을 줄였을까요. 우선 항공기 기체 전면부를 뾰족하게 만들었답니다. 이렇게 되면 초음속 비행 때 생기는 압력파가 비행기 전면부에 쌓이는 걸 줄일 수 있어요. 앞부분을 최대한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 조종석 창문도 없앴어요. 조종사는 대신 비행기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을 확인하죠. 공기의 압축과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기체도 길고 가는 형태로 만들었답니다.
날개 모양도 일반 비행기와 다릅니다. 폭이 매우 좁고, 살짝 뒤로 젖혀진 형태예요. 이런 모양은 비행기 동체에서 밀려나는 공기의 파동을 작게 만든답니다. X-59는 뒤에 보조날개를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날개를 늘리면 공기가 비행기 동체와 부딪치며 발생하는 충격파도 날개 개수만큼 분산됩니다. 날개가 2개일 때는 큰 충격파 2개가 만들어지는데, 날개가 4개인 경우엔 그보다 작은 충격파 4개가 생기는 거예요. 그만큼 지상에 전달되는 소닉붐이 작아지죠.
기대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에요. 최근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항공 업계에서도 연료 소모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위해선 폭발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초음속 여객기 탑승객 한 명당 소모되는 연료는 일반 여객기에 비해 5~7배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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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조선비즈 기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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