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는 주민등록증 제도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국민통제 제도라면 기분이 어떨까?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FM 98.1 Mhz, pm 7:05-9:00, 진행 : 명지대 신율 교수)의 인기 코너인 '기억 속으로'를 담당하고 있는 소설가 서해성 씨는 5일 신분증 제도의 역사를 설명하며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 몇몇 국가가 전 국민 신분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카드 자체의 일련번호를 부여할 뿐 분실 등으로 인해 재발급 받게 되면 번호 자체가 바뀐다"며, "주민등록증 제도처럼 전 국민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해 개인에 관한 갖가지 정보를 관리하는 나라는 2차대전 시기의 영국이나 프랑코 독재 치하의 스페인 등 몇몇 국가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쟁상태나 독재국가에서나 사용된 주민통제 제도라는 지적이다.
서해성 씨의 지적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제도를 통해 개인의 신분은 물론 가족관계와 주거지 등 개인의 신상에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relNewsPaging]
다시 말해 주민등록번호만 알아도 한 개인에 대해 웬만한 정보는 다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상의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런 무시무시한 제도가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입됐을까?
서해성 씨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9월 조선통독부가 공포한 조선기류령과 기류수속조치가 주민등록제도의 효시였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조선기류령이 유지되다 5 · 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이 제정한 주민등록법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1962년 5월 10일에 공포된 주민등록법 제1조에는 이 법의 목적을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동태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조와 6조, 10조에는 '본적지를 떠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름, 성별, 생년월일, 주소, 본적을 시읍면에 등록하도록 하고 세대 전부 또는 일부가 이동할 때에도 퇴거와 전입신고를 의무화하도록'하고 있다.
주민등록제도가 식민지 백성을 통제하기 위해 일제가 도입한 제도를 그대로 유지, 아니 더욱 강화 · 발전시켰다는 얘기다. 어찌 좀 으스스한 얘기가 아닌지.
viewBestCut('bestRight')
이광조PD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