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정해 받은 숨의 길이를 가지고 태어난다는데요
동쪽 어깨놀이에 누운 소를 닮았다는 그 섬의 해녀들은 물숨 쉬며 살아왔다는데요 아가미도 없이 어찌 허파로 물을 쉰다는 건가요
숨은 금세 끝나가는데요 샛서방에게 기어이 먹이고 싶은 전복이 쫙 펴진 손바닥만 하게 얼핏 눈에 띄더라지요 욕심이 물숨을 부른다는데요 목숨 걸 때 물숨이 문득 찾아온대요
발끝 멀리 바다에 여가 하나 있었는데요 태풍 같은 물결이 어여차 하고 덮칠 때면 에여라차 하고 사나워진 물을 되받아치며 설핏설핏 얼굴을 보여줬다는데요
그 얼굴 본 사람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네요
거기 여에 모여 사는 해녀들도 물숨을 쉰다는데요 큰 섬 바닷가 여기저기 흩어져서 물질하며 살다가 물숨 쉬며 이사 온 해녀들은 물 위로 머리 내민 적 없어 얼굴 본 사람이 없다는데요 욕심도 없고 곤난진니도 없다는데 세월 내내 물숨 쉬며 여를 끌어안고 살아 번호 없는 주민이 되었다네요
수억 년 ,
수평의 바닷길만 오고 가다가 수직으로 물길이 탁 트이던 어느 해였던가요
물숨으로 앙버티던 광원 光源 이 부챗살빛을 뿜으며 느닷없이 하늘로 솟아올랐데요
광원은 빛의 씨라지요
합죽선 合竹扇 되어 세상을 부채질했다는데요
여가 섬이 되는 태초의 탄생입니다
숨길 트여 시원하네요
[수상 소감 ]
대한의 섬 이어도가 부챗살빛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간을 기억하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이기려고 기를 씁니다 .
언젠가 훗날 분쟁이 염려되는 해역 , 이어도 주변에는 욕심 많고 힘이 센 나라들이 있습니다 .
기록이 쌓이면 힘이 된다는 굳은 믿음 안에 모인 이어도 문학회 .
통보받은 이어도 문학상 수상에는 역사 기록의 한 페이지를 메웠다는 영광이 함께 왔습니다 .
하르방들의 이야기 말고 , 해녀들의 애환으로 역사의 쪽을 채워보았습니다 .
아련한 전설 속의 여에 수직으로 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가 번듯하게 세워지던 날 , 비로소 대한의 섬 이어도가 부챗살빛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 석양이 내리기 직전 서쪽 하늘의 빈틈을 뚫고 솟는 합죽선 合竹扇 처럼 태양과 같은 광원 光源 인 여섬이 이어도가 되는 순간입니다 . 속이 시원합니다 .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이어도 문학회의 역사 쌓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