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ammakaya 명상 속에서 세계를 하나로:
타이랜드 불교의 서원방문기
/ 이추경
봄기운이 뚜렷한데도 날씨는 쌀쌀한 기운이 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타이 명상센터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고희가 눈앞이신데도 장년같이 느껴지는 덕산 김수근 거사님과 보살님이 그곳까지 데려다 주시기로 약속하셨다. 독실한 불자시고 삶의 경험이 풍부하신 탓인지 LA 북쪽 Azusa 시에 있는 명상센터까지 즐겁게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서둘러 떠난 탓인지 10시경에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자리 잡은 백색의 아름다운 2층 건물에 도착하였다. 사원의 입구에 들어서면서 오른 쪽에 야단법석이 차려져 있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선정삼매 좌상이 후광을 나타낸 백색의 원모양의 조각 속에 모셔져 있다. 그 앞의 넓은 뜰에서는 초파일 행사 등 여러 가지 불교행사들이 치러진다고 한다. 필자는 곧 주지스님의 접견실로 안내되었다. 키가 작은 타이 보살님의 스님께 대한 예우는 극진해 보였다. 필자도 재빨리 상황파악을 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았다. 주지 스님은 맑고 침착하며 고귀하게 보이는 40대가 되었을까 젊은 타이 스님이셨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부처님의 직설을 따른다고 자부하는 근본불교의 가르침의 요체와 수행방법을 타이 대 사원의 주지스님에게서 듣고 싶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이처럼 큰 명상센터를 운영할 때에는 한국불교가 갖지 못한 어떤 형태의 포교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필자가 비록 나이가 많았으나 여신도라고 여겨서인지 인터뷰가 길어지자 타이보살이 두어 번 들어왔다가 나갔고 마침내는 미국인 스님이 동석하게 되었다. 계율에 엄격한 근본불교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사원의 공식 명칭은 Dhammakaya[불성 혹은 깨달음의 체] International Meditation Center (DIMC)로, 타이 본국에서 가장 크며 세계에 십여 개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에만 7의 지부 사원을 두고 있는 Wat Phra Dhammakaya 사원에 소속되어 있다. 방콕에 있는 본사는, 천 에이커의 경내에 1400여명의 비구와 행자, 600여명의 거사와 보살들이 현재 머물고 있으며, 법회 때나 큰 행사 때에는 10만 명이 모인다고 한다. 그처럼 큰 사원이 된 사연과 그렇게 만드신 스님의 이야기를 간단히 훑어보기로 한다. DMIC는 주지스님의 파견, 수행과 가르침, 사원의 운영, 프로그람 등 본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위대한 Ven. Phramonkolthepmuni라고 칭송을 받고 있는 Luang Pu Sodh Candasaro (1884-1959) 스님은 Wat Paknam 사원에서 주지로 계시면서 각고의 수행 끝에 1916년 불성[Dhammakaya]을 구현하셨다. 그 후, 많은 이적을 보이셨고 특히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셨으며, 비구니와 여자들도 비구나 거사들과 동등하게 지도하고 대접하여 주셨다. 지금도 이 큰스님께 기도하면 같은 이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분의 명상방법을 Dhammakaya meditation[불성명상]이라고 하며, 부처님 재세시 부터 수행하던 방법으로 부처님 입멸하시고 500년 후에 사라졌다고 한다. 그 정통의 명상방법을 이 스님께서 재발견 하신 것이라고 한다. 큰스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의 불교명상은 불성을 체험하는 깨달음이 아니라 스트레스해소용이나 정신적 훈련의 한 방법으로만 알려졌을 것이다. 위대하신 큰스님이 입멸하신 후, 비구니 상좌스님이 현재의 방콕 본사를 일으켜 세우고 이 명상법을 전하셨다고 한다.
DMIC의 현재 주지스님은 Ven. Narong Kunesaka 이시며 영어가 유창하시다. DMIC는 1992년에 Maywood, CA에 교회를 사서 개원하였다. 곧 신도수의 증가로 1995년, San Gabriel 산자락 10에이커 숲에 자리 잡은 카토릭 수도원이었던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개원 초기에 근처의 중국 사원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주지스님이 두어 번 강조를 하신다.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갔다.
이 사원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에 있는 모든 불교전통들을 조화를 이루며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공이라든가 선 같은 관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각각의 문화적 전통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인 사성제를 깊이 가르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시공을 넘어 모든 불교전통에서 함께 모시는 보편적인 분입니다. 이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지요. 초심자나 미국인들에게는 종교와 관계없이 우선 Dhammakaya 명상을 지도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하나에 집중하면 쓸데없는 생각들이 사라집니다. 명상 없이는 불교를 알 수가 없습니다. 교리를 몰라도 명상 즉 부처님 마음을 전하면, 저절로 불자가 됩니다. 종교를 바꿀 필요도 없지요. 마음의 자세가 불자면 됩니다.”
불교의 명상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은 우리들에게 몸과 마음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몸과 마음의 관계는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와 같습니다. 부처님이 발견하신 것은 중도입니다. 중도의 실현이란 우리 내부에 있는 진리의 중심으로 가는 것을 말합니다. 중도는 평형을 이루는 것을 말하며, 모든 시스템들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이 중도의 유지가 열반의 척도가 됩니다. 예를 하나 들지요.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땅위에 있습니다. 중도적인 사고로는 땅 위에서 끝나지 않고 사과는 비에 쓸려 바다나 호수로 가서 밑으로 갈아 앉습니다. 호수 바닥에서 더 땅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지구의 중심에 도달하는 것까지 생각하는 것이 중도적인 생각입니다.
우리 사람만이 마음을 갈아 앉힌다고 합니다. 우리 마음의 본질은 고요이기 때문입니다. Dhammakaya 명상으로 마음을 우리의 내부에 있는 불성으로 갈아 앉히는 것입니다. 적절한 자세로 고요히 앉아 우리 내부중심의 수정구에 마음을 집중시키면, 항상 탐진치를 일으키게 하는 무명을 만들어 내는 다섯 감각을 사라지게 합니다. 마음은 아래로 갈아 앉으면서 마침내 고요뿐인 우리마음의 중심, 불성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7일간 계속될 수 있으면, 우리는 열반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불교의 명상은 안경과 같습니다. 사물의 실상을 정확히 보게 합니다. 명상을 하면, 다섯 가지 감각으로 사물을 보지 않고, 고요하고 요동하지 않는 마음으로, 마음의 중심으로 사물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불교명상의 핵심입니다. 명상을 통해서 사람은 일상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게 됩니다. 불교명상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명상에는 이론이 필요 없습니다.”
Dhammakaya 명상이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중도에서 나온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른 명상자세로 앉아서 우리 몸의 중심에 수정구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 수정구에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원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미국에서 어떻게 포교를 하시는지요?
“이미 말했듯이 누구에게나 Dhammakaya 명상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자신의 종교를 그대로 지니면서 불교적 심성을 갖게 되며, 결국 불교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출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대적 기술, 즉 컴퓨터, 대중매체 등을 이용하여 이 명상법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한 포교전략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주지의 할 일입니다.”
재가자들은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책과 모든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사성제와 중도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일상에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승단이 유지되도록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근본불교의 수행과 교리가 몸에 배인듯한 주지스님과의 인터뷰는 흥미진진한 법회였다. 끝 무렴에 동석하신 미국인 스님께 스님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미국인들이 불교를 만나도록 하는 다리의 역할이라고 하시며 빙긋이 웃으신다. 점심을 먹고 가라고 주지스님께서 말씀하셨으나 시간이 없어 그냥 나왔다.
백색의 2층 건물 뒤로 서너 채의 건물이 더 있으며, 청소년 프로그람, 재가자들을 위한 교리시간, 재가자들의 숙소 등으로 사용된다. 이 사원에서 특기할 만한 프로그람은, 청소년들의 2주간의 단기출가이다. 여름방학 때 운영되는 것으로 미국 청소년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석가탄신일에는 천여 명의 신도들이 모이며, 영어교리시간에는 30명 정도, 한 달에 한번 있는 명상시간에는 300명 정도가 참석한다. 15년의 역사로 이만큼 미국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승가와 재가,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전혀 두지 않고 깨달음의 체를 얻는 명상을 지도하시는 타이스님들의 자비심에서 나온 것인가.
[2007년 4월 2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