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산김씨의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 文簡公派를 중심으로 (배영동)

[어울림]

目次
1. 머리말
2. 문중활동의 공간과 물적 기반
3. 서원건립, 인물 배출, 사족과 연대
4. 숭조사업을 통한 문중의 결속
5. 맺음말

선산 들성에 터를 잡은 선산김씨의 김취성과 김취문 형제는 16세기 사림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송당 박영의 제자가 되었다. 이 두 형제의 도학정진과 활약은 선산김씨를 주목받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문간공(文簡公) 김취문의 후손 번창, 그의 아들 김종무와 김종유의 활동은 선산지역에 유교이념의 실천을 진흥하는 데 기여하였다.
선산김씨의 세거지였던 들성은 호지(狐池)라는 선산 최대 규모의 저수지를 끼고 있어서 농업생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선산김씨는 들성에 9개의 자연마을을 형성하면서 문중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16세기에 김취문이 선산 최초의 서원 금오서원 창건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에 선산김씨 문중에서는 서원을 발판으로 하여 현조(顯祖)의 현양을 통하여 문중 구성원을 결속할 수 있었다. 김취문의 장자 김종무를 기점으로 하는 판서공파는 선산 지역의 사족과 학문교류뿐만 아니라 혼맥을 형성하였고, 지역사회 밖으로는 안동과 상주의 퇴계학파와 사제관계나 혼인관계를 맺어 사족간의 폭넓은 연망(連網)을 형성하였다. 김취문의 차자 김종유를 기점으로 하는 학생공파는 서인, 노론의 학통을 이었다. 그러므로 판서공파와 학생공파는 도학적·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인하여 문중활동에서도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17세기 초에 선산김씨는 처음 족보를 간행하여 문중의 통합을 강
화하였다. 18세기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 두드러졌으며, 후손이 번성한 김종
무 가계는 여러 지파로 분화되었다. 서원철폐령이 내려진 19세기말에는 선산김씨가 선산지역에 유교적 사상과 덕목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려 한 모습이 보인다. 20세기에 들어오면 김취문의 장자 김종무의 지파들이 경쟁적으로 숭조건축물을 건립하여 지파의 결속과 선조 현양을 도모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선산지역에서 들성의 유교문화 유산과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였다.
요컨대 김취문 가계의 문중활동은 경제적·혈통적·학통적 기반 위에서 종법이념과 유교문화를 실천한 것이며, 그들의 활동은 지역사회 내부에서 유교문화의 진흥에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1. 머리말
특정 인물과 성씨가 어떤 지역에 입향하여 정착, 발전해가는 과정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와 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국가 전체의 영향권 속에서 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산은 조선전기에 유교사회를 이끌어간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고, 사림파의 본고장이었다.
잘 알다시피, 16세기 중 후반 이후 정주학이 조선왕조의 지배사상으로 확립되면서 鄭夢周로부터 吉再→ 金叔滋→
金宗直→ 金宏弼·鄭汝昌→ 趙光祖로 이어지는 道統觀이 형성되었다.1) 여기서 길재,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은 선산 사람이었다. 조선 사림파의 초기 인물 가운데 이들의 존재는 이후 선산사회의 지형도를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김종직이 선산부사로 있을 때 선산향교에서 김굉필을 비롯한 젊은 선비들에게 수개월에 걸쳐 정주학을 강론하였다. 훗날 정주학을 실천하여 聖人이 되고자 하는 爲己之學의 도학운동을 전개한 핵심인물이 된 김굉필과 정여창은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재직하던 1472년(성종 3)에 그의 제자가 되었다.2) 김굉필은 문장을 중시하는 스승 김종직과 달리 도학을 중시하고 그 실천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1483년 30세에 향리에서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했지만, 1490년 서울로 거처를 옮긴 이후 명성이 고조되었다. 그의 제자들은 金安國, 金正國, 趙光祖,
成世昌등으로 서울과 경기도 출신이 많았고3) 선산출신의 鄭鵬과 같이 경향각지로부터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로 보아 김굉필의 도학운동은 서울을 무대로 그 성세가 더욱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선산의 도학적 토양은 김종직의 동지 김지경, 정석견 등이 이곳 출신이거나 이곳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데서 마련되었다.4) 정석견의 형 鄭鐵堅은 혼인을 계기로 선산 신당포에 거주하였고, 김종직을 매개로 하여 김굉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그의 아들 정붕은 김굉필의

1) 김성우, 2009,「 15세기 중 후반∼16세기 도학운동의 전개와 송당학파의 활
동」『역사학보』202, 역사학회, 2쪽; 이성우, 2008, 「퇴계 이황의 생애와 사
상」『조선시대 사학보』45, 211쪽.
2) 김성우, 위의 글, 14쪽.
3) 김굉필,「 師友門人錄」,『 景賢續錄』下; 김성우, 위의글, 17쪽.
4) 김성우, 위의 글,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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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되었다. 정붕(1467∼1512)은 1492년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생활을 하다가 김굉필의 제자라는 이유로 갑자사화 당시 유배되었다. 정붕의 도학은 松堂 朴英(1471∼1540)에게 전수되어 기묘사화 이후 조선도학의 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박영은 현달한 무반 가문 출신으로 1492년 21살에 무과에 급제하였으나, 관직을 버리고 조상의 터전인 선산 생곡으로 내려왔다. 무과출신이었지만 도학에 전념하는 한편 고속 승진을 하여 병조참판에 이르렀다. 그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알려져서 선산 출신의 金就成, 朴雲, 金就文, 盧守􅶒, 崔應龍, 吉勉之, 崔海, 崔深, 밀양 출신의 申季誠, 성주 출신의 權應仁, 서울 출신의 成雲, 朴紹, 朴緝, 任楗, 安名世, 전라도 태인 출신의 李恒등과 같이 제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었다.5) 이들이 16세기 사림파에서 중요한 위상을 가졌던‘松堂學派’를 이루었다. 송당학파에서 학문적으로 두드러진 김취성과 정치적으로 뛰어난 김취문은 형제로서 선산김씨였다. 이 둘은 바로 선산김씨 들성 입향조 金匡佐의 아들이었다.

이 글에서는 선산김씨 김광좌의 현달한 아들 6형제(김취성, 김취기, 김취연, 김취련, 김취문, 김취빈) 가운데 제5자로 태어난 文簡公 김취문(1509~
1570) 가계를 중심으로 하여 선산김씨의 지역내적 문중활동의 실상과 그 지역문화적 의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선산에 사는 선산김씨 가운데 문간공파가 활발하게 문중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유교적 전통이 강성한 선산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퍽이나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
문중의 성장은 조선후기 유교의 宗法에 따라서 顯祖를 현양하는 숭조의식을 실천하고 현조의 후예라는 혈통적 정통성을 확립함으로써 문중 구성원의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타문중에 대해서 우월성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문중은 혈통, 학통, 경제적 기반을 배경으로 하여 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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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영,「 문인록『」송당선생문집』; 김성우, 위의글,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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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한편, 후손 가운데 인물이 나면 다시 분파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한 조상의 후예라는 혈연공동체 의식을 발휘하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문간공 김취문을 중심으로 하는 문중의 지역사회 내에서의 활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바, 이를 위해서는 문간공파가 선산김씨 전체에서 중요한 위상을 점하고 있으므로 선산김씨 전체로도 확장하여 살피고자 한다. 또한 선산에서 선산김씨의 핵심 공간이자 문간공파의 밀집 거주공간인 들성[坪城]의 여러 자연마을과 그에 인접한 狐池라는 저수지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도 아울러 살펴보고자 한다.

2. 문중활동의 공간과 물적 기반
1) 문중활동의 공간으로서 들성
선산에서 선산김씨가 밀집해서 살았던 곳은 들성이다. 들성에 처음 들어온 선산김씨는 바로 선산 입향조 和義君 金起의 4대손 金匡佐였다.
김광좌(1466∼1545)는 忠武衛의 벼슬을 지낸(후대에 이조참판에 증직) 인물인데, 당시 들성에 세거하던 선산임씨 上護軍 林珷의 사위였다. 임무가 아들이 없었기에 김광좌는 그의 아들 5형제를 데리고 처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들성에 들어왔다. 당시 제5자인 김취문은 2살이었고, 제6자는 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6)김광좌가 들어와서 산 곳은 들성 가운데서도 지금의 원호리 웃골[上谷]이었다. 그러므로 원호리 웃골은 세칭‘들성김씨’의 발상지였고, 여기서부터 들성김씨 후손들이 확산되어 거주하였다. 들성에는 9개의 자연마을이 있었으니, 이를‘들성 9동’이라고 칭한다. 지금 상황에서 들성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79
6) 선산김씨대종회 김광명 회장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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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동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증언에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웃골, 문성동, 원당골, 상원당, 지내, 중동, 황산동까지는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다. 그 밖의 자연마을에 대해서는 앞서 거론한 자연마을의 일부라는 주장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들성9동’이 무엇이며 어디냐 하는 것보다는 들성9동이라는 어휘가 들성에 선산김씨들이 밀집 거주하지만, 9군데로 나누져서 살았음을 표현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마을일수록 규모가 크고 밀집도가 높을 뿐만 아니
라, 일찍부터 개척된 마을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자연마을별로 어떤 성씨, 선산김씨내에서 어떤 파가 많이 살았는지에 대해서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웃골 : 애초 선산임씨가 많이 살았던 곳이다. 선산김씨 문강공파의 판서공파 하위의 욕담공파가 많이 살았다.
􄦤 점현 : 선산김씨 문간공파의 판서공파 하위의 욕담공파, 그리고 선산김씨 별제공파가 많이 살았다.
􄦤 원당동 : 선산김씨 문강공파의 판서공파 하위의 욕담공파가 많이 살았다.
􄦤 지내 : 애초 신천강씨가 많이 살았다. 나중에 선산김씨 문강공파의 학생공파가 많이 살았다.

180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증언1 􄦤 􄦤 􄦤 􄦤 􄦤 􄦤 􄦤 􄦤 􄦤
증언2 􄦤 􄦤 􄦤 􄦤 􄦤 􄦤 􄦤 􄦤 􄦤
증언3 􄦤 􄦤 􄦤 􄦤 􄦤 􄦤 􄦤 􄦤 􄦤
증언4 􄦤 􄦤 􄦤 􄦤 􄦤 􄦤 􄦤 􄦤 􄦤
연번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마을
웃골 문성동 원당골 상원당 지내 중동 황산동 석천동 기동 거정동 점현 인성골 잇골 돌생골 원호동
증언
<표 1> 들성 9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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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동 : 선산김씨 문강공파의 학생공파가 많이 살았다.
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산김씨가 들성에 들어오기 전에 선산임씨, 신천강씨가 많이 살았고, 이들은 차츰 들성을 떠나고 선산김씨가 번성한 족세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들성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들성에는 선산김씨들이 주민의 대부분이었다고 하니 세월이 흐를수록 신분이 낮은 사람을 제외하고 타성은 발붙일 틈이 없었던 모양이다.

2) 들성 狐池의 경제적 가치와 위상
(1) 狐池관련 문헌 검토와 들성의 토지조건
전통사회에서 경제적 기반은 곧 농업생산의 조건이었다. 들성의 경제적 기반은 호지와 그 하단에 위치한 들판이다. 따라서 선산에서 가장 큰 저수지였던 호지의 실체와 농업사적 위상을 개략적으로라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81
세종실록지리지
세종 7∼12년
狐堤在府南261步192步240結大堤一
(1425∼1430)
경상도속찬지리지 예종1년
狐堤280結45負
(慶尙道續纂地理誌) (1469)
동국여지승람 15세기 후반 狐池在府南24里3679尺
일선지(一善誌)
崔睍
狐池
在府南24里
3670尺
池內民家殷富
(1563∼1640) 坪城村東多賴灌漑之利
사찬읍지(私撰邑誌) 정조24년(1800) 일선지 내용과 동일
영남읍지(嶺南邑誌) 1895년 狐池在府南24里757尺630尺
경상도지리지(조
1938년 狐堤在府南大堤一
선총독부 중추원편)
문헌 편찬시기 명칭 위치 길이 폭 둘레 관개면적 기타
<표 2> 狐池관련 기록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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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원호리와 문성리 지역에 위치한 문성지의 옛 이름은 狐堤 혹은 狐池이다. 호지에 대한 문헌기록으로 가장 상세한 것이자 가장 오래된 것은『세종실록지리지』이다. 『세종실록지리지』선산도호부의 기록
에는“大堤一狐堤在府南長二百六十一步廣一百九十二步灌漑二百四
十結”이라고 적고 있다. 선산도호부에 관한 기록의 전체 분량이 2쪽 미만에 그치는데, 그에 비하면 호지에 대한 언급은 대단히 상세하다. 특히 선산도호부 내에서 유일한 大堤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지역의 경제사를 이해하는 데 주목할 만하다. 이태진의 연구를 참조하면, 조선초기 경상도 전체 제언의 평균 관개면적이 28결 62부이며, 선산도호부의 제언 평균 관개면적은 69결이었다.7) 그만큼 선산은 관개수리의 선진 지역이었으며, 특히 호지의 관개면적이 240결이라는 점은 이 일대가 선산도호부에서 수리안전답을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이었음을 말한다. 선산지역에서 유일하게 호지가『세종실록지리지』에 언급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호지의 축조 시기는 태종대(1400∼1418)에 본격적으로 추진된 수리정책에 힘입은 것으로 추정된다.8) 『세종실록지리지』이후 호지에 대한 기록은『경상도속찬지리지』에 나온다. 이 책은『세종실록지리지』보다 30∼40년 정도 후에 편찬된 것으로『세종실록지리지』보다 상세하다. 『경상도속찬지리지』에는 호지의
관개면적이 『세종실록지리지』의 내용보다 약간 확대된‘280결 45부’로 선산에서 가장 큰 제언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30∼40년 사이에 호지의 증축이나 몽리면적의 확대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경상도속찬지리지』에는『세종실록지리지』에서 다루지 못한 선산도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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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태진, 2003,「 14∼16세기 저평지 水田 개발『」의술과 인구 그리고 농업기
술』, 태학사, 364쪽.
8) 김성우, 2008「, 15, 16세기 士族層의 고향 인식과 거주지 선택 전략 - 慶尙
道善山을 중심으로 - 」『역사학보』198, 역사학회,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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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제언 37개가 전부 기록되어 있으며, 각 제언마다 관개면적이 조사되어 있다.9) 37개의 제언 중에서 관개면적이 100결 이상인 것은 오직 2개(호제, 釜谷堤)뿐이다. 그 중 호지의 관개면적은 부곡제(100결 55부)의 3배에 육박하였으니 호지는 선산부 최대의 관개수리시설이었다.
다음으로 호지를 다룬 중요한 문헌은 崔睍(1563∼1640)이 편찬한『一善誌』이다. 이 책은 점필재 김종직의『善山地圖誌』를 근간으로 하여 최현 때 邑誌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이후 고종 때까지 지속적인 추보가 이루어졌다.10)『일선지』의 호지에 대한 언급은 어떤 문헌보다 상세한데, 池渠조에는“호지가 도호부 남쪽 24리 평성촌의 동쪽에 있으며, 둘레가 3,670척으로 못 안쪽에 거주하는 민가들은 매우 부유한데, 그것은 관개의 이익에 힘입은 바가 크다”
11)라고 하였다. 당시 호지의 둘레는『동국여지승람』과 비교할 때 9척 정도 축소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임진왜란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호지의 구체적인 몽리답은『일선지』田野조를 참조하면 烟火旨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연화지에 대해서는“평성의 호지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벼를 심는다”12)고 기록하고 있다. 이때의 평성은 오늘날의 원호리 일대에 해당한다. 연화지 이외에 평성 근처에 위치한 다른 큰 들로서는 八溪院坪이 있었다. 팔계원평을『일선지』전야조에서는“평성의 남쪽에 위치한 수 십리의 비옥한 들인데 밀과 보리를 경작하여 주민들
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13)고 기록하고 있으니 당시에는 논이 아니라 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아『일선지』가 편찬된 17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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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태진, 앞의 책, 364쪽 <표 7>.
10) 이태진, 앞의 책, 336쪽.
11)“ 狐池 在府南二十四里 坪城村東 周三千六百七十尺 池內民家殷富多賴灌漑
之利.”
12)“ 在坪城狐池下種稻.”
13)“ 在坪城南沃野數十里土宜牟麥居民賴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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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까지는 호지의 남쪽에 위치하더라도 호지의 관개이익을 보지 못한 경작지가 많았다고 하겠다. 이러한 경작지는 향후 지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논으로 전환되어갔던 것 같다.
『일선지』이후 호지가 언급되는 문헌으로는『私撰邑誌』(정조24년,1800), 『嶺南邑誌』(1895), 『경상도지리지』(조선총독부 중추원편,1938) 등이 있다. 『사찬읍지』는『일선지』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 호지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그리고 최현이『일선지』를 편찬한 이후 2세기 정도가 지난 뒤에 간행된『영남읍지』에는
호지의 규모가 다시 언급되어 있다. 길이가 757척이고 폭이 630척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수치는『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과 비교할 때 오히려 축소된 상태라 그 타당성이 의문시된다. 『세종실록지리지』의 “길이 261보(1,305척), 폭 192보(960척)”와 비교할 때 오히려 후대로 올수록 호지의 규모가 축소된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14)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간행된『경상도지리지』의 경우도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 이러한 자료로 볼 때 호지는 조선후기보다는 초기나 중기에 사회적으로 더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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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步는 5尺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세종실록지리지』의 호지 크기를 척으로 환산하면 길이 1,305척, 폭 960척이 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영남읍지』의 호지 규모보다 길이 548척, 폭 330척이 더
크다. 수치로만 본다면 호지의 규모가 후대로 올수록 축소된 상태라 하겠는데, 임진왜란 직후 같은 시기에는 전란의 피폐로 인해 제언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앙법이 이미 전국적으로 확대된 19세기에 들어서 제언의 규모가 축소되는 예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료에 대한 재평가가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특히 호지의 경우는 낙동강의 지류를 수원으로 하는 관개시설로서 일제강점기까지 그 규모와 몽리면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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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지의 관개면적 확대와 선산김씨의 주거지 확장
선산김씨들의 500년 세거지인 들성의 지리적 조건은 호지 아래의 개활지를 제외하고는 사방으로 산이 둘러쳐져 있다. 호지 상류 쪽에는 고아읍과 경계를 이루면서 남쪽으로는 꺼먼재산(해발 400m)을 기점으로하여 다봉산(多峰山, 366m)과 싸리고개로 이어지는 연봉이 들성 마을 앞산까지 이어진다. 북쪽으로는 연봉이 꺼먼재산에서 점터고개를 거쳐 들성 뒷산으로 이어진다. 들성 지역은 이들 두 산줄기가 서로 아우르는 안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호지는 두 산줄기가 형성한 깊은 골짜기의 관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호지의 수원은 꺼먼재산의 연봉에 해당하는 남북의 산에서 발원한 물들이며 이 물들은 인노천의 상류를 형성한다. 인노천은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급히 흐르다가 싸리고개 부근을 지나면서 방향을 동쪽으로 틀면서 유속이 느려진다. 호지의 남쪽 둑 역할을 하는 앞산을 만나 흐름이 느려지다가 호지를 지나면서 광활한 저습지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그런 점에서 호지는 하천의 폭이 좁아지는 천혜의 요지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인노천은 호지로 흘러들기 전에 산록을 빠
져나오면서 범람하여 일차 평성들을 형성하였고, 다시 호지 아래로는 터지실, 탁주들, 지산들, 발견들, 평촌들, 구강들의 수원이 된다. 만일 호지가 없다면 호지 아래의 여러 들은 인노천의 범람으로부터 모두 안전할 수 없으며, 또한 그 반대인 가뭄으로부터도 역시 안전하지 못하다. 따라서 호지 아래 저습지들은 호지의 축조로 인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호지 아래 저습지의 개발은 조선시대 전시기를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줄곧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습지는 하천의 범람으로 이루어진 곳이기에 비옥하였으며, 범람의 위험만 제거되면 일차적으로 밭으로 경작 가능한 땅이며, 관개수리시설이 확충되어 사질토가 갖는 물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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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면 논으로 전환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저습지의 개발과정은 특정 시기에 갑자기 이루어질 수 없으며 누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선산김씨들의 주거지 확대 과정과도 맞닿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언급한『일선지』의 연화지는 호지에서 가까운 곳이라 호지축조와 더불어 수전경작이 가능한 곳이었으며, 팔계원평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밭이었다가 후에 논으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선산김씨들의 입향 시기를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초기와 중기에는 주로 호지 안쪽에 해당하는 들성과 윗골 주위가 주요 생활근거지였다.
하지만 후기로 올수록 호지 아래 저습지가 개발되면서 문성리쪽으로 까지 거주지가 확장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호지 바로 아래의 외골이 문성1리이고, 앞산의 남쪽에 해당하는 가자골이 문성2리이며, 호지 아래 인노천변에 자리 잡은 터지실이 문성3리가 된 것은 모두 저습지의 개발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들은 흔히‘못알 3동’(못 아래 3개동)으로 불리는데, 개발 순서에 따라 각각 1리, 2리, 3리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판단된다.
선산김씨들의 호지 아래 저습지 개발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그 대강을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는 遠慕齋落成告由文이다. 원모재는 선산김씨 들성 입향조의 7대손 金亨鍵의 강학·봉제공간으로 1772년(영조48)에 건립된 것이다. 權世昌이 지은 낙성 고유문에는“(김형건이) 갈대밭을 개간하고 개척하시어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아끼며 사시었다. 십년도 못되어서 천석꾼을 이루셨고, 15칸의 집을 짓고 6백 두락 밭을 두어 三樂을 겸하면서 드러나게 자식을 가르치며
손님을 접대하셨다.”15)라고 적고 있다.

186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15)“ 墾拓􄰄野勤且儉吝不至十載能致石千架十五齋奉六百田三樂兼闡課子接賓”
(『선산김씨세적』232∼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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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87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비록 은유적 표현이긴 하지만 갈대밭[􄰄野]을 개간하였다는 점, 채 십년이 못 되어 15칸의 집을 짓고 6백 두락 밭을 마련하여 천석꾼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근면함도 분명 한 몫 하였겠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경작지를 개발한 결과라고 하겠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호지 아래의 저습지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18세기 후반이면 이미 호지 안쪽에서는 인구밀도가 높아 그런 대단위 미개발 지역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습지 개발은 일제강점기까지 지속되었을 것이다. 낙동강 주변 저습지가 수전으로 경작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양수기의 도입과 낙동강의 제방이 건설되면서부터이다.

(3) 오늘날 들성 주민들이 인식하는 호지
호지는 조선 초기에 축조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인근 주민들의 가장 주요한 경제적 기반이 되었음과 동시에 아주 친근한 생활공간이자 근린시설이 되었다. 들성 마을은 비교적 산록의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관계로 문만 열면 호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이는 풍광의 측면에서도 더없이 좋을 뿐만 아니라 주요한 경제적 기반시설을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 이점이 컸다. 호지의 관리가 부실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는데, 집 안에서 늘 일상적으로 살필수 있는 지리적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호지 아래 모든 경작지들은 호지에 기해서 유지되기에 둑이 터지는 경우 모두 일시에 매몰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기에 호지의 안전한 관리에 주민들의 관심과 촉각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배경에서 들성에는 호지와 관련된 다양한 전설들이 전해져 오며, 호지의 정상적인 관리를 인위적으로 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는 종교 주술적인 대처방안까지도 강구하였던 전통문화의 흔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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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째는 호지의 축조와 관련하여 그 위치 선정을 인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여우가 알려준 방법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그 내용도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느 날 주민들이 자고 일어나보니 지금 있는 둑 모양으로 짚이 나란히 이어져 있으므로 의아해하다가 문득 간밤에 여우가 앞산에서 울었으니 이는 필연코 여우의 소행이라 이 형상대로 둑을 쌓으라는 뜻인 줄 알아차리고 그대로 둑을 쌓았더니 오늘날과 같은 큰 못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눈 내린 겨울에 여우가 꼬리로 호지의 경계선을 그려놓았다는 이야기다. 제방을 어디에 어떻게 쌓을 것인가 하는 것은 수리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으로 결국 신령스런 존재가 점지한 결과 축조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여우를 신령스런 존재로 인정하고 그 못을‘여우못’[狐池]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호지의 축조 이후 안전한 관리 역시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바, 신령스런 여우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심한 홍수에는 수위가 높아져 둑이 터지면 호지 아래의 전답이 일시에 매몰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둑이 터지는 해는 이른 봄 앞산에서 반드시 여우가 심하게 울어대어 그 피해를 예고하였고, 한 번도 어긋남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여우가 심하게 우는 봄에는 여름이 오기 전에 제방을 튼튼히 함과 동시에 무당을 불러 큰굿을 하여 재앙을 예방하고 대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앞산에‘여우당’혹은‘여우사당’[狐祠]을 지어 매년 춘정에 제사를 지냈으며, 굿과 제사를 지낸 후로는 둑의 붕괴가 없었다고 한다. 여우에 대한 제사는 20세기 후반까지 두 계통으로 이어져 왔는데,
하나는 앞산의‘여우당제’이고 다른 하나는 못둑에서 행하는‘못제’였다. 여우당제는 4월 초파일에 제물과 함께 진달래꽃을 꺾어다가 놓고 제사를 지내는 형태였고, 못제는 동제와 흡사하게 정월 열나흘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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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둑에 있는 팽나무 아래에서 행했다고 한다. 어떤 주민들은 못제를 ‘수구맥이(水口막이)’제사라고 한다.16) 민속신앙에서 수구맥이는 곧 마을의 입구를 막아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수구는 또한 주민들의 생산활동에 중요한 물의 저장과 관리상 중요한 지점을 뜻하는 만큼, 못제가 수구맥이 제사라는 것은 호지의 농업경제적 가치를 잘 드러내는 인식이다.
호지에 관련된 이러한 종교 주술적인 전통문화는 호지와 들성 주민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조선 초기에 이미 여우제[狐堤]로 명명되었던 저간의 사정이 최근까지 확대 발전하면서 이어져왔음을 말해준다. 들성 주민들에게 호지의 사회경제적 가치나 중요성이 축소되었다면 그에 관한 전설이나 신앙도 최근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3. 서원건립, 인물 배출, 사족과 연대

1) 서원건립과 도학운동, 선현 숭배
선산지역에는 조선전기의 선현이 많아서, 조선중기에 서원설립 운동이 활발하였다. 선산지역 서원 가운데 대표적인 서원은 금오서원이다.
먼저 지금의 구미인 선산, 인동에 있던 서원을 살펴보자.
16) 여우당, 여우당제, 못제 등에 관해서는 선산김씨 문중의 김광조, 김광명,
김준호, 김창용, 김자상, 김교덕 어른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하였음을 밝
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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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의 최초 서원인 금오서원 설립은 해평 출신의 송정 최응룡과 들성 출신의 구암 김취문이 향내 유림과 함께 의논하여 추진되었다. 이에 당시 선산부사 송기충이“길재 선생 사당을 세워 제사지내고 유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여 삼강오륜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조정에 주청하였고, 8년 후인 1575년에 사액을 받았다. 금오서원 창설시에는 배향인물을 둘러싸고 길재, 김종직, 정붕, 박영을 모시는 데는 사림들이 합의 하였으나, 그 밖에 선산사림을 대표하는 김주, 이맹전, 하위지, 김숙자,

金烏서원
1567(명종 22) 1575(선조 8) 길재 임란 소실
1605 이건 1609(광해 1) 길재, 김종직, 정붕, 박영 장현광 해당 없음
吳山서원 1585(선조 18) 길재 1871훼철, 일부건물 존속
月巖서원 1630(인조 8) 1694(숙종 20) 김주, 하위지, 이맹전 1868훼철, 2003중창
洛峰서원 1646(인조 24) 1787(정조 11) 김숙자, 김취성, 박운
(1702) 김취문, 1871훼철,
고응척 1937단축수비 복향
松山서원 1647(인조 25)
김응기, 김진종, 최응룡, 1868훼철,
강유선, 최현, 노경임 후에 송산서당 건립
茂洞서원 1650(효종 1) 전좌명, 이우, 전윤무
1868훼철,
후에 무이서당 건립
東洛서원 1655(효종 6) 1676(숙종 2) 장현광, 장경우
1871훼철 1932사당복설,
1971완전 복설
賢巖서원 1692(숙종 18) 장잠 1871훼철 1993복설
文山서원 1791(정조 15) 노수함, 노경필, 노경륜
1868훼철,
후에 문산서당 건립
南崗서원 1792(정조 16)
김종무, 김공, 김양, 1868훼철
김경, 박진경 후에 남,강서당 건립
勝岩서원 1796(정조 20) 김녕
1868훼철,
후에 승암서당 → 둔봉재
華江서원 1798(정조 22) 정석견, 김번, 김진호, 김선호 1868훼철
景洛서원 1807(순조 7)
오식, 황필, 강거민, 1868훼철,
황기로, 윤홍선 후에 경락서당 건립
梅江서원 1843(헌종 9) 이이, 이우 1868훼철
南溪서원 1975 윤홍선 경락서원 훼철로 신설
서원명 창건 연도 사액 연도 배향인물 추향 훼철, 복설

<표 3> 선산, 인동의 서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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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취성, 박운 등도 모시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그 후 임란 때 소실된 금오서원을, 1602년(선조35) 정구, 장현광을 비롯한 사림들이 안동출신의 부사 운천 金涌에게 서원 복설을 거론하여 궁벽하지 않은 선산읍 원리로 옮겼다.17) 금오서원 복설과정에서 원생들은 애초 배향된 4현 이외에 배향되지 못한 인물을 포함하여 鄕十賢을 모시는 鄕賢祠를 따로 세울 것을 정구, 장현광에게 제안하였으나 논의 끝에 무산되었다.18)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김취문은 선산지역 최초의 서원인 금오서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는 김취문이 길재로부터 출발된 선산 사림의 적통을 계승한 인물로서 정주학의 학풍을 선산에 널리 진흥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원건립에 앞장섰던 김취문은 훗날 낙봉서원에 입향되었다. 낙봉서원이 선산 해평면 낙성리에 1646년(인조 24)에 세워질 때 江湖金叔滋, 眞樂堂金就成, 龍巖朴雲이 입향되었는데, 김취문은 1702년(숙종 28)에 杜谷高應陟과 함께 추향되었다. 낙봉서원에 모셔진 5현 가운데 2현이 바로 선산김씨 형제이다. 추향 봉안문을 쓴 봉화
유곡 출신의 荷塘權斗寅은“혁혁한 큰 선비가 많은 선산에서 구암, 두곡 두 선생이 우뚝하게 이어서 나셨다”고 하였다. 선산김씨 문간공파 문중의 노력이 작용하였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 것이 김종무 충신 정려비이다. 김종무의 손자 金濡의 상소에 의해, 1675년(숙종 1)에 김종무에게 정려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1721년 (경종 1)에 김종무는 상주 충렬사에 배향되고 있다는 점도
이 시기 선산김씨 문간공파 문중의 활동이 상주로까지 연결되어 있었음을 뜻한다.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91
17) 김형수, 2005, 「17,18세기 상주·선산권 지역사회와 서원·사우의 동향」
『영남학』7, 경북대학교 영남문화연구원, 127∼131쪽 ; 구미문화원, 2008,
『성리학의 본향 구미의 역사와 인물』, 406쪽.
18) 김형수, 앞의 글, 129∼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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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봉서원이 대원군 때 서원훼철령으로 훼철되었지만, 1910년에 단을 쌓고 비석을 세워 제향하다가 1933년에 강당을, 1943년에 외삼문을, 1977년에 사당을, 1989년에 동서재를 다시 지음으로써 낙봉서원 복원이 매듭지어졌다.19) 이러한 과정이『선산김씨세적』에 소상히 적힌 것을 보면, 낙봉서원에 모셔진 인물의 후손들이 서원철폐령 이후 문중활동을 왕성하게 하였다는 증거이다. 결국 선산김씨 문중이 다시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훼철된 서원이 복설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낙봉서원
중수상량문을 후손인 한성부좌윤 칠암 金夢華(1723∼1792)가 쓴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음으로 1792년에 들성 가좌골에 설립된 남강서원 또한 주목된다.
숙종조 이후에는 문중단위의 서원이 대거 설립되거니와, 남강서원은 입향된 인물을 볼 때 그런 추세 속에서 건립된 것이라고 하겠다. 입향된 인물은 김취문의 장자 金宗武(1548∼1592), 그의 차자 浴潭金􄽏 (1581∼1641), 역시 같은 문중의 陽灘金瀁(1574∼
1644)과 灘翁김경(1583∼1637)이 중심이고, 여기에 臥遊堂朴晋慶(1581∼1665)이 함께 모셔진다. 박진경은 朴雲의 증손이며 장현광의 사위인데, 병자호란때 둔봉 金寧, 욕담 김공, 양탄 김양, 탄옹 김경과 더불어서 의병장이 되어 활동한 인물이다. 입향된 선산김씨 4현 모두 들성 출신인 만큼 문중서원의 성향을 띤다.
지역사회의 공론을 주도하던 인물이 입록된 선산「鄕案」이 2건 전해온다. 1603년(만력 31) 향안에는 모두 49인이 입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선산김씨는 김종한, 김천영, 김양, 김녕, 김공 등 5인이다. 그리고 이보다 약간 후대의「향안」에는 모두 67인이 입록되어 있는데, 선산김씨는 김녕, 김양, 김공, 김경, 김양선, 김천 등 6인이다.20) 이들이 지역

192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19) 선산김씨대동종친회, 2003, 『선산김씨세적』, 13쪽 ; 구미문화원, 2008,
『성리학의 본향 구미의 역사와 인물』, 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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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유교문화 실천과 진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을 것이므로, 그 가운데 김공, 김양, 김경이 임란 때 전사한 김종무와 함께 남강서원에 모셔졌다고 판단된다.
남강서원 창건 당시 상량문을 칠암 金夢華가 썼다는 점에서, 또한 상량문의 제목이‘南崗祠상량문’이라는 점에서,21) 처음에는 문중사당과 같은 성격의 건물이던 것이 훗날 서원으로 승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해서 선산김씨 문간공파 - 판서공파 문중의 노력에 의해서 남강사가 설립되고, 다시 남강서원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리고 김몽화는 西山世德祠를 창건하는 일도 주도했던 것 같다. 들성에 창건된 서산세덕사는 김광좌와 그의 아들 6형제 김취성, 김취기, 김취연, 김취련, 김취문, 김취빈 즉, 7부자를 모신 세덕사이다. 김몽화가 쓴‘서산세덕사 상량문’에는 칠조손을 받든 곳이라고 했으며, 지금은‘西山七德祠遺墟碑’가 세워져 있다. 또한 김몽화는 낙봉서원 중수상량문을 쓰고 있으니,22) 그의 문중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사실 이에 앞서 김몽화의 부친 晩窩金裕壽는 1752년에 금오산 백운대 아래 6대조 김취문의 묘소를 관리하고 묘제를 수행하는 재실 白雲齋를 창건하였다. 백운재 건립은 선산김씨 문간공파 문중 차원의 조상 숭배를 통하여 문중 구성원을 결속하고 그 유지를 계승하고자 하는 노력의 출발이었다. 이로 볼 때 선산김씨 내 문간공파가 이미 이 무렵에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취문의 7대손 김몽화가 활동하던 시기는 18세기 후반이라서 15∼16세기에 많은 인물이 배출된 선산김씨 문중이 조상의 치적과 활약상을 현양하면서 문중의 결속을 배가하는 한편, 문중내 분파의 과정이 진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93
20) 김택규외, 1994,『 영남의향약』, 경상북도·영남대학교, 381∼382쪽.
21) 선산김씨대동종친회, 2003,『 선산김씨세적』, 42∼45쪽.
22) 선산김씨대동종친회, 위의 책, 28∼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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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행되었다고 하겠다.
선산김씨 문중은, 선산 입향조 화의군 김기 이후 3대를 독자로 내려오다가 4대째에 가서 金匡弼, 金匡輔, 金匡佐형제의 3파로 나뉘어진다.
그 이후 가장 족세가 번성한 들성 입향조 김광좌의 아들 6형제에서 분파되었다. 즉, 金就成(진락당파), 金就器(별제공파), 金就硏(교위공파), 金就鍊(찰방공파), 金就文(문간공파), 金就彬(참봉공파)을 기점으로 각기 소파를 이루었다. 이 가운데 들성에 집성촌을 이루면서 가장 많이 산 문중이 바로 김취문의 후예들이다.
김취문을 기점으로 하는 문간공파 문중의 구성을 보면 <그림 1>과 같다.

취문(就文)(文簡公)
종무(宗武)
(判書公)
충(􅩞)
(無後)
공(􄽏)
(浴潭公)
천(􅢞)
(處士公)
유(濡)
(藥庵公)
전(􆀔􅪉)
(蓮堂公)
언(􄵵)
(元堂公)
(처사공파)
(원당공파)
(약암공파)
(연당공파)
(학생공파)
(참봉공파)

종유(宗儒)
(學生公)
종한(宗翰)
(參奉公)
<그림 1> 선산김씨 문간공파 문중의 지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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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을 보면 선산김씨 구암 김취문을 파조로 하는 문간공파는 크게 그의 장자를 기점으로 하는 판서공파, 차자를 기점으로 하는 학생공파, 삼자를 기점으로 하는 참봉공파로 분파된다. 학생공파는 후손이 번성하지 못하여 분파가 되지 않았고, 참봉공파는 후손이 더더욱 미미하다. 그러나 판서공파는 후손이 번성하여 다시 처사공파, 원당공파, 약암공파, 연당공파로 세분되어 있다.
이와 같은 지파의 형성, 즉 분파는 처사공, 원당공, 연당공, 약암공의 사후 수세대가 지나서 이루어졌을것인 바, 그 시기는 바로 18세기 이후로 추정된다. 이 무렵에 문중의 통합을 강화하는 활동이 두드러지는 바, 이는 문중의 분파가 진행되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문간공파 내에서도 판서공파와 학생공파가 학통상 다른 성향을 보인다.
구암의 장자 김종무는 안동 하회마을의 입암 류중영의 사위가 되어 겸암 류운룡(인동현감 역임), 서애 류성룡이 그의 처남이다. 김종무가 상주 북천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하자, 그의 아들 욕담 김공은 하회마을의 외숙부 류운룡과 류성룡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았다.23) 그러므로 김종무 가계는 퇴계학통의 적전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종무의 동생 김종유는 牛溪成渾의 문인이었고, 沙溪金長生, 守
夢鄭曄과 사귀며 학문에 몰두했으니24) 서인의 학통을 이었다. 그러므로 문간공파 안에서 판서공파와 학생공파는 오래토록 서로 다른 입장의 도학적 학통을 견지하였다.

2) 인물 배출, 사족과 연대
선산김씨는 조선시대에 많은 인물을 배출한 가문으로 알려지고 있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95
23) 구미문화원, 앞의 책, 444쪽.
24) 선산김씨대동종친회, 2003,『 선산김씨세적』,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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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서 지역의 인물로 인식된 실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성관별로 살펴보기로 하자. 14∼16세기의 선산출신 인물에 대한 통계에서 의미 있는 사실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선지』인물조, 구미문화원 간행『구미사료집』(하)의 문과, 생진시 급제자를 활용하여 통계를 낸 결과를 보면, 모두 394인으로 파악되며 이 가운데『일선지』에만 수록된 인물은 292인이다.25) 전체 394인 가운데 성관별로 10인 이상의 인물을 배출
한 성관을 순위별로 보면, 일선 김씨(105인), 해평 윤씨(31인), 선산김씨(17인), 신천 강씨(16인), 밀양 박씨(16인), 해평 김씨(11인), 벽진 이씨(11인), 김해 허씨(11인), 선산 임씨(10인) 등이다.26) 따라서 조선전기에 선산 김씨는 일선 김씨, 해평 윤씨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은 인물을 배출하고 있다.
이제 조선시대 선산김씨 과거급제자를 통하여 인물 배출상을 이해하고, 그 지역적 의의를 살피고자 한다. 지금의 구미인 조선시대 선산, 인동 거주자의 문과 급제자를 보면, 선산이 79인, 인동이 22인이었다. 이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표 5>와 같다. 선산에서는 태종, 세종, 중종, 영조, 순조 때 각각 5인 이상의 문과급제자를 배출하고, 그 가운데 영조때 무려 16인이나 배출한다. 반면 인동에서는 숙종 이후에서 2∼3인

196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25) 김성우, 2008, 「15,16세기‘인재향’구미의 성장과 발전」『성리학의 본향
구미의 역사와 인물』상, 구미문화원, 181∼183쪽.
26) 김성우, 위의 글, 181∼183쪽 참고 재작성

인물 총수 105 31 17 16 16 11 11 11 10 88 78 394
『일선지』에만
76 25 12 14 10 10 10 1 6 56 72 292
수록된 인물 수
성 관
일선 해평 선산 신천 밀양 해평 벽진 김해 선산 기타 사위, 외손으로
계
김 윤 김 강 박 김 이 허 임 성씨 잠시거주자
<표 4> 14∼16세기 유력 성관의 인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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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배출하고 고종 때에 5인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한편, <표 5>에서 하단「증보」란의 숫자는『성리학의 본향 선산의 역사와 인물』에 수록된 선산과 인동의 문과급제자 명단을28) 정리한 것이다. 다만, 성종 때 급제한 배숙기가 중종 때도 급제하여 동일인이 이중으로 집계되었음을 감안하면, 실제 급제자는 220인이다. 이 급제자 집계에 활용된 시기별·문중별 급제자 명단은 어떻게 확보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급제 당시 거주지를 선산, 인동으로 밝힌 인물이 101인
인데 비해서 그 배나 되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급제자가 선산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선산에 거주하지 않은 인물이 포함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선산임씨의 林百齡, 林億齡같은 인물이 그러하다.
조선시대 문과 급제 당시 선산에 거주한 사람을 집계하면 모두 79인이다(문과 급제 당시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급제 이후 선산에 거주한 사람들과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은 급제자는 제외된 숫자).29)

전체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97
27) 박인호, 2008,「 조선후기구미사회의변화와갈등『」성리학의본향구미의
역사와 인물』상, 구미문화원, 213쪽.
28)『 성리학의 본향 구미의 역사와 인물』, 390∼399쪽의 명단을 이용하여 집계함.
29) 박인호, 위의 글, 214∼216쪽. 애초 박인호는 문과방목CD를 기준으로 하여, 집계한 것인데 자료가 없어서 이 집계표에 누락된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할 것이다.
선산 · 1 5 6 · 1 · · 2 3 7 · 2 4 3 3 2 3 1
인동 · · · · · · · · · · · · · · · 1 · · 3
계 · 1 5 6 · 1 · · 2 3 7 · 2 4 3 4 2 3 4
증보 3 1 10 21 · 2 12 · 18 4 18 · 9 16 5 10 4 5 8
· 16 4 8 2 3 3 · 79
1 1 2 2 3 3 6 · 22
1 17 6 10 5 6 9 · 101
3 16 11 15 9 7 14 · 221
태 정 태 세 문 단 세 예 성 연 중 인 명 선 광 인 효 현 숙 경
조 종 종 종 종 종 조 종 종 산 종 종 종 조 종 조 종 종 종 종
영 정 순 헌 철 고 순
계
조 조 조 종 종 종 종
<표 5> 선산, 인동 거주 문과급제자 추이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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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인의 급제자는 38성관으로 분포하는데, 그 가운데 선산김씨는 가장 많은 10인이다. 그 주인공은 金就精(중종5), 金就文(중종 32), 金揚善(광해 8), 金廈樑(인조 11), 金廈􅢖(현종 원년), 金元燮(현종 13), 金夢華(영조 30), 金振久(영조 50), 金聲振(순조 원년), 金秉庸(고종24)이다.
선산 거주 전체 문과 급제자 79인 가운데 선산김씨는 10인으로서,12.7%를 차지한다. 그런데『성리학의 본향 선산의 역사와 인물』을 보면, 성관별로 더 많은 인물이 수록되어 있다. 선산김씨 문과 급제자 가운데 金天英(광해 2), 金濯(효종 5), 金弘壽(경종 3), 金希台(순조17), 金錫模(헌종 6), 金夏容(고종 28)이 더 확인된다. 이들이 선산 거
주자였다면, 조선시대 선산거주 선산김씨의 문과급제자는 16인이다.
그렇다면 다시 시기별·문중별로 파악된 선산, 인동 출신의 문과급제자 총수 220인 가운데 선산김씨 급제자 16인은 선산과 인동을 합한 전체 급제자의 7.3%에 해당한다. 12.7%이든, 7.3
%이든 당시 선산에서 차지하는 선산김씨의 인구, 혹은 선산과 인동 지역의 전체에서 선산김씨의 인구를 감안한다면, 대단히 많은 수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결국 선산김씨는 조선시대 선산지역 내에서 매우 비중 있는 인물을 다수 배출한 유력 가문이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그리고 조선시대 선산김씨 문과급제자 16인의 파별 통계를 내면, 다음 <표 6>과 같다.

198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16인 1 · 1 4 3 · 6 1
파 김광필 김광보 김광좌 (참판공)
(부사직공) (충순위공)
· ·
김취성 김취기 김취연 김취련 김취문 김취빈
급제자 (진락당공) (별제공) (교위공) (찰방공) (문간공) (참봉공)
<표 6> 선산김씨 파별 문과급제자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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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김씨 화의군 김기 입향 이래 16인의 문과급제자 가운데 문간공파가 6인으로서 가장 많다. 문간공파 내에서는 김취문 - 장자 김종무 가계로 내려오는 판서공파에서 김종무를 포함하여 3인, 김종유 가계로 내려오는 학생공파에서 3인이 문과에 급제하였다. 판서공파 내에서는 처사공파에서 1인, 원당공파에서 1인의 문과급제자를 배출하였다. 따라서 선산김씨 전체에서는 문간공파가 문과급제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였고, 문간공파 내에서는 주로 학생공파와 판서공파가 문과 급제자를 배출하였다.
이제 선산김씨의 주요 인물 혼인관계를 통하여 사족과 어떻게 연대하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산김씨 가운데 문과 급제자, 문간공파의 주요 지파조, 문중활동에 적극적인 인물의 혼인관계에 한정하여 살펴보면 <표 8>과 같다.
이들의 혼인관계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종무가 류중영의 사위, 김공이 노경필의 사위, 김유수가 이석망(안동지역 한산이씨 입향조 수은 이홍조의 증손)의 사위라는 점이다. 김종무의 혼인은 선산과 안동지역의혼맥 형성에 중요한 가교가 되었다. 노수함의 아들 노경임이 류중영의 장남 류운용의 사위가 되었고, 다시 김종무의 아들 김공이 외숙 류운용의 주선으로 노수함의 장남 노경필의 사위가 되었기 때문이다.30) 만와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199
6인 0 김몽화 0 김진구 김석모, 김병용, 0
(김취문 포함) 김하용
김취문 (문간공)
파 김종무 (판서공) 종유(학생공) 종한(참봉공)
김공 (욕담공) · ·
급제자 김천 김언 김유 김전
· ·
(처사공) (원당공) (약암공) (연당공)
<표 7> 선산김씨 문간공파의 문과 급제자
30) 김성우, 2008, 앞의 글, 38∼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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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5대 就精문과 병조정랑 李四山, 감역 광필파
〃就成학생 팔거都義文, 첨사 진락당파
〃就文(1509∼1570) 문과 강원감사 인천李, 부장 문간공파
6대 宗武(1548∼1592) 찰방 풍산柳仲􄹻, 감사 문간공파
〃宗儒(1552∼1592) 기계兪綸, 진사 처조 兪汝林, 판서 문간공파
7대 􄽏(1581∼1641) 숭정처사 안강盧景􅴂, 찰방 처조 盧守􅶒, 진사 문간공파
〃天英문과 성균학유 청주韓有榮참봉공파
8대 경(1582∼ ) 증호조참판 이천李循처조 李經世, 진사 별제공파
〃瀁(1621∼1644) 성균진사 해평吉興先, 직장 야은 吉再교위공파
〃濡(1609∼1678) 종무 정려 소 미상 문간공파
〃濯문과 통진현감 - - 교위공파
〃􅢖(1598∼1658) 처사 남양洪復見문간공파
〃􄵵(1606∼1646) 순천金基厚, 생원 처조 金允文, 충의위 문간공파
〃揚善문과 경상도사 철성李縉, 처사 좌명공신 李原별제공파
〃􆀔􅪉(1616∼1672) 현풍郭􄶗,승문원박사 문간공파
9대
廈􅢖(?∼1677)
문과 강릉부사 안동權尙正,찰방 교위공파
-양의 子
10대 廈樑- 경의 자 문과 한성우윤 밀양朴亨慶,진사 처조 朴遂一, 참봉 별제공파
〃元燮- 하량의 자 문과 대사간 안동權􅈰,사간 처증조 權得己, 좌랑 별제공파
11대 弘壽(1681∼ 문과 밀양朴明義,감사 처조 朴信圭, 판서 별제공파
〃裕壽(1695∼1761) 증호조참판 한산李碩望,통덕랑 처증조 李弘祚, 현감 문간공파
12대
夢儀(1719∼1789)
진사 해평吉儀, 현감 처증조 吉瑞, 현감 문간공파
-유수의 자
〃
夢華(1723∼1792)
문과 한성좌윤 흥양李繼遠처증조 李長至, 통덕랑 문간공파
-유수의 자
13대 振久(1744∼1786)
문과
병조좌랑 평산申汝欽처조 申重邦, 부사직 문간공파
장원
〃聲振(1763∼1815) 문과 사헌부감찰 풍산柳􅅮, 통덕랑 교위공파
14대 希台(1763∼1832) 문과 사헌부장령 남평文道中진락당파
〃錫模(1800∼1871) 문과 사헌부집의 연안李翼源처조 李奭輔, 문과 문간공파
16대 秉庸(1845∼1918) 문과 장례원 장례 청주鄭基永, 현감 처조 鄭胄錫, 都正문간공파
〃
志遠(1841∼1906)
의금부도사 여산宋奎文문간공파
-서산재중건기 撰
17대
錫東(1853∼1926)
온릉참봉 인동張海相張顯光문간공파
-긍운정 상량문 撰
〃
夏容(1861∼1933)
문과 비서원비서승 은진宋憲晉문간공파
-병용의 자
入鄕祖의 이름 과거 관직 처부, 관직 기타 처 조상 파명
<표 8> 선산김씨 문중의 주요 인물 혼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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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수는 안동의 수은 이홍조 가계로 장가들면서 선산김씨와 이홍조의 4대손으로서 18세기의 거유였던 대산 이상정(1711∼1781)과 연결되었다.
다음으로 숭조사업을 매개로 한 사족과 연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대의 대학자에게 의뢰하여 문집의 발문, 비문, 숭조건축물 창건상량문, 기문 등의 조상 현양 관련 글을 찬하는 바, 이 또한 문중간 연대의 과정이자 결실이기도 하다.
낙봉서원 3현 봉안문은 의성 출신의 申悅道(아주인)가 찬하였으며, 추향고유문은 봉화 출신의 權斗寅(안동인)이, 重修還安文은 상주 출신의 李萬敷(연안인)가 찬하였다. 그리고 선산입향조 화의군 김기의 묘전비는 안동 출신의 金聖鐸(의성인)이, 북천충렬사유허비명은 상주 출신의 柳疇睦(풍산인)이 지었다. 문간공 구암(김취문)묘지는 선산의 崔應龍(전주인)이, 문간공구암延諡고유축문·판서공(김종무)諡狀은 상주 출신의 낙파 柳厚祚(풍산인)가, 판서공(김종무)묘갈명은 柳􆀔奎(풍산인)가, 판서공행장은 선산부사 金涌의 후손인 안동출신 金世鎬(의성인)가, 판서공 처 端人柳氏墓誌는 서애 류성룡(풍산인)이 찬하였다. 그 후대에 만와공(김유수)행장은 안동의 대산 李象靖(한산인)이 찬하였다. 한편 문간공파내 학생공파의 경우, 학생공(김종유)묘갈명·졸옹공(김훤)묘표는 우암 宋時烈(은진인)이, 사아헌공(김상현) 묘표는 도암李縡(우봉인)가 찬하고 있다.
그리고 교위공파의 양탄공(김양) 묘갈명은 안동출신의 학사 金應祖(풍산인)가, 삼매당(김하천)묘갈명은 퇴계학파의 학봉학단에 속한 안동출신의 정재 柳致明(전주인)이 지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조상의 비문과 행장 등이 계속 지어졌다. 상주 북천임란전적비문은 상주 출신의 柳時浣(풍산인, 상주향교 전교)이 찬하였다. 그리고 판서공 忠烈祠移安事蹟碑文과 忠烈齋記는 서애의 14대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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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손 柳寧夏(본관 풍산)이, 문간공 구암신도비명은 부총리 崔珏圭(강릉인)가 찬하고 있다. 백운재중수기는 張炳逵(인동인)가, 탄옹재기는 柳時碧(풍산인)이, 탄옹재 상량문·원모재 중건상량문·성자재 낙성고유문은 柳龍佑(풍산인)가, 칠암재기는 張在泳(인동인)이, 영모재기와 영모재상량문은 宋在郁(은진인)이 지었다. 판서공諡狀(제2차)·병조좌랑공(김진구)행장은 張錫龍(인동인)이, 약암공(김유)묘갈명은 공산
宋浚弼(야성인)이, 정헌공(金翼昊)묘갈명은 안동 출신의 척암 金道和
(의성인)가, 연당공(김전)묘갈명은 權相圭(안동인)가 지었다.
이를 통해 보면, 선산김씨 문간공파는 다시 판서공파와 학생공파가 문중활동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김종무를 기점으로 하는 판서공파는 풍산류씨 서애파(상주, 안동)와 가장 빈번한 교유관계를 형성하여 유대를 맺고 있으며, 안동의 의성김씨, 인동의 인동장씨, 그밖에 상주의 연안이씨 등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퇴계학파의 서애학단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김종무가 겸암·서애와 매
부-처남 간이었다는 옛 혼인관계의 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안동의 의성김씨와 유대관계는 김종무가 상주 북천전투를 할 때 경상도 초유사 학봉 金誠一의 지시를 받은 점, 학봉의 조카인 운천 김용이 선산부사를 지내면서 금오서원 중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안동의 한산이씨와 관계는 김유수가 그 가문의 사위가 된 혼맥으로 인한 것이며, 그리하여 대산 이상정이 김유수의 행장을 지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서 김종유를 기점으로 하는 학생공파는 학통을 따라서 문중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종유가 우계 성혼의 제자가 된 이래 서인-노론으로 이어지는 학통과 연계되어 송시열, 이재 등이 학생공파의 현조에 대한 비문과 묘갈을 짓고 있다. 조선후기 붕당정치의 분위기와 관련지어 볼 때, 영남지역에서 이러한 학생공파의 문중활동은 판서공파의 문중활동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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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원훼철후 새로운 대응의 흔적
고종 때 전국적으로 수많은 서원이 철폐된 직후 선산유림들이 어떤 대응을 하였으며, 그 가운데 선산김씨들은 어떤 자세를 취하였는지가 주목된다.
들성 출신의 月湖居士金志遠(1841∼
1906)은 17세기 초에 최현(1563∼
1640)의『일선지』편찬의 토대 위에서 1901년에『일선속지』를 편찬하였다.
31)『일선지』가 관찬 인문지리지인데 비해서, 『일선속지』는 사찬 인문지리지라는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후자를 통하여 300여년 동안의 선산지역의 변화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일선속지』는 기본적으로『일선지』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원은 문간공 11대손으로 들성에서 출생하여 서애 류성룡의 후손으로 상주에 거주하던 溪堂柳疇睦(1813 1872)을 사사하고 의금부도사를 지냈으며, 류주목의 학통을 이어서인지 禮說에 관한 저술을 남긴인물이다.32) 그는 김유수의 5대손이고, 김몽의의 4대손이다. 김유수는 바로 白雲齋건립을 주도하였던 인물이고, 西山世德祠창건과 낙봉서원 중수를 주도한 김몽화는 김지원의 4대 방조였다. 김지원은 김취성의 강학공간인 서산재의 중건기를 쓴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김유수 - 김몽화 - 김지원으로 연결되는 김유수 가계는 특별히 숭조활동
에 열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선속지』에는 夢遊錄형식의「烏有居士傳」이 부록으로 붙어 있다.
최현의『일선지』에「琴生異聞錄」을 부록으로 수록한 것과 마찬가지 방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03
31) 심재완, 1985, 「일선속지 해재」『일선속지』, 선산문화원; 홍재휴, 1997,
「오유거사전『」연구논문집』56, 효성가톨릭대; 서신혜, 2005,「 선산지방 서
원의 훼철과 <오유거사전>」『퇴계학과 한국문화』37, 경북대학교 퇴계학연
구소.
32)『 선산김씨대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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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다. 그리고「금생이문록」과「오유거사전」은 夢遊錄이라는 점, 서원관련 문제를 다룬 점, 선산지방에 국한하여 역대인물을 소설의 등장인물로 설정하여 고장의 현실문제를 다룬 점, 필자를 밝히지 않은 점 등에서도 같다.33)「오유거사전」은 오유거사가 꿈속에서 경험한 내용을 적은 형식인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34)
一善의 선비 烏有居士가 경전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어서, 나비가 되어 別境界에 이르게 된다. 복종의 안내로‘入德門’에 들어가 향중의 儒會에 참석하여 향내의 역대 유현들과 만나게 된다. 유회의 취지가 ‘衛道尊賢’이며, 이를 힘써 행하는 것이 유가의 아름다운 제도이다.
儒道를 밝히고 힘쓰는 유풍이 계승된 일선이야말로 선유들이 입향된 서원과 祠廟, 旌門이 골골이 펼쳐져 있음을 자랑해왔다. 이러한 유풍이 갑자기 불어닥친 院祠철폐로 士民이 의지할 곳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異民族이 거리를 활보하고 邪學이 성행하여 유풍이 쇠퇴하여도 이를 막을 만한 힘이 없어 개탄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도를 실천하고 부흥하는 것이야말로 雜學과 邪敎를 물리치고 聖道를 지키게 하는 길이며 또한 儒俗을 일으키게 하는 길임을 강조하여 이것이 유회 개최의 참뜻임을 알게 되었다.
이어 首座의 발의로 향사를 지내기로 하였다. 위패의 位次와 행례의 집사를 위한 임원을 公議에 따라 임명하고, 일선의 선유 가운데 사액서원에 입향한 이를 國賢으로, 鄕社에 입향한 이를 鄕賢으로 하여 ‘국현 13위’와‘향현 24현’을 추천하여 모셨다. 국현 가운데 금오서원에 입향된 5현을 제외한 국현 8선생의 紙牌를 設位하고 향사를 치른 뒤에 제물을 들어내고 새로이 24현의 지패를 설위하여 향례를 치

204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33) 서신혜, 앞의 글, 132쪽 참조.
34) 홍재휴, 앞의 글과 서신혜의 앞의 글을 참고하여 축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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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고 文會齋에 開座하여 􅚩禮를 마쳤다. 이러한 盛禮는 실로 3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니 이를 계기로 하여 길이 常規로 삼자는 집사의 제의가 있었다.
두 번의 향사를 마친 후, 13國賢과 24鄕賢외에도 향사를 지낼만한 인물들이 많으므로 이들도 같은 예에 따라 향사를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들 좋다고 했다. 다음에는 향사를 지낼만한 이들의 명단을 뽑아야 하는데, 公事員이 소매에서 책 한권을 꺼내 말한다. “이것은 『일선지』와『일선속지』인물편 가운데 숙행군자를 뽑아 기록한 것입니다. 돌려 보시면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좌중이 돌려 읽으면 시간 낭비이므로 한 사람이 크게 호명하기로 한 바, 이 명단은『일선지』와『일선속지』의 인물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앞쪽에는『일선지』에 등재된 인물, 뒤쪽에는『일선속지』에 오른 사람을 구분하여 적었다)....... 이상은『일선속지』에 명단이 오른 분들입니다. 비록 편찬자 미상의 책이지만 이것이 공론인 듯합니다. 좌중의 의견을 묻자, 大事이니 다시 道論을 물어서 내년 봄에 신중하게 처리하자고 한다.
이어 座首가 거사를 불러 성현의 교훈을 전수하였다. “유자의 사업이란 높고 먼데 있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름지기 성현의 책을 좇아 마음을 진정하고 생각을 깊게 하여 되풀이해서 事理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한 생각을 징계하며 욕심을 막고 樞機를 삼가 행하며 孝悌의 마음을 힘써 더더욱 게으르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성취하는 길”
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예부터 선현이 많기로 유명한 선산도 서원철폐령 이후 雜學, 邪敎로 인하여 도의가 바닥에 떨어지고, 이민족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학을 진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현 숭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등장하는 개념이 13국현과 24향현이다. 13국현 가운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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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는 금오서원에 모셔진 5현을 제외한 나머지 8현만을 향사지내고, 이어서 24향현에게 향사를 지낸다는 내용이다.
<표 9>를 보면「오유거사전」을 저술하면서 추천한 국현이 8현, 향현이 26현이다. 13국현은 모두 선산에 있는 사액서원에 봉향된 인물인데, 그 가운데 5국현은 금오서원에, 나머지 8국현은 낙봉서원과 월암서원에 봉안된 인물이다. 8국현 가운데 선산김씨로 김진락당, 김구암이있다.
그런데‘24향현’이라 표방하였지만, 실제로 적힌 26향현은 모두『일선속지』서원항목에 기록된 인물이다. 『일선속지』서원항목에는 28현이 기록되어 있다. 여헌 장현광은 금오서원에 봉향되어 있으므로 제외하면 향현이 27현이어야 하는데, 「오유거사전」에는 26현이 적혀 있다.
누락된 선현은 松亭崔應龍이다. 『일선속지』를 처음 작성할 때 누락되어 나중에 행간에 삽입 기록했으니, 「오유거사전」에는 미리 저술한『일선속지』에 수록된 선현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오유거사전」이든『일선속지』이든 26향현에는 선산김씨로 김판서, 김양탄, 김욕담, 김탄옹 4현이 포함되어 있다.

206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13국현
24향현
(26향현)
<5국현> 야은 길재, 점필재 김종직, 신당 정붕, 송당 박영, 여헌 장현광
<8국현> 농암 김주, 강호 김숙자, 단계 하위지, 경은 이맹전, 진락당 김취성, 용암 박운, 구암 김취문, 두곡 고응척
병암 김응기, 성암 전좌명, 가정 전윤무, 한벽재 정석견, 신재
김진종, 고산 황기로, 상정 황필, 강호 강거민, 임계 오식, 주
천 강유선, 매돈 김번, 송암 노수함, 옥산 이우, 판서 김종무,
인재 최현, 역정 노경필, 학관 노경륜, 경암 노경임, 활계 김진
호, 양탄 김양, 욕담 김공, 와유당 박진경, 둔봉 김녕, 탄옹 김
경, 훈재 윤홍선, 모화재 김선초
본래‘금오서원’에 입향
「오유거사전」에서 추천,
낙봉서원,월암서원 입향
「오유거사전」에서 추천,
실제로는 26현을 기록
위상 선 현 비고
<표 9> 「오유거사전」에 수록된 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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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산김씨는 13국현에 2현, 26향현에 4현이니, 도합 39현 가운데 6현이 추천되고 있어서, 선산과 인동에서 선산김씨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낮지 않다. 김지원이『일선속지』를 선산김씨 문중 저작물처럼 편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35) 선산김씨의 도학적 전통이나 문중차원의 유교적 덕목의 실천이 지역내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김지원은 선산김씨를 포함하여 지역내 여러 문중의 조상이 되는 선현을 숭배하고 선현의 자취를 승계함으로써, 선산지역에 유교적 사상과 덕목의 진흥운동을 하려고 생각하였음을「오유거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유거사전」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 선산과 인동지역에 있던 서원에 봉향된 인물 가운데, 송산서원의 최응룡, 동락서원의 장경우, 현암서원의 장잠, 매강서원의 이이 이렇게 모두 4현에 대해서만 거론하지 않고 있다. 최응룡의 경우에는 집필과정에서 누락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현이 제외되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는 서원철폐령에 의해 대부분의 서원이 훼철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유학을 진흥하는 것이 나라를 부흥하게 한다는 생각이「오유거사전」의 바탕에 깔려있는 정신이다. 이것은 곧 선산김씨를 비롯한 지역의 유림이 나서야 단절된 선현숭배와 도학적 전통을 이을 수 있다는 의식의 일단이다.

4. 숭조사업을 통한 문중의 결속
1) 족보간행을 통한 문중의 위상제고와 결집
족보 편찬도 문중활동의 대단히 중요한 일이거니와, 선산김씨 족보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07
35) 심재완, 앞의 글, 5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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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면 <표 10>과 같다.36)
1628년(무진) 족보를 처음 발행시“판서공파의 25세손 선교랑 우은공 김건이 시조부터 16대손 金文까지의 문건을 발견 입수하고 처족 안동인 金耆俊등 몇 사람과 동행하여 강릉, 의성, 안동, 선산, 경주 등을세 차례나 순방해서 각 파보와 시조사적, 분관록 등을 입수하여 고증하고 정리하여 족보를 발행하였다”고 한다.37)
1681년(신유) 족보의 발행인은 진사 여일재 김상옥인데, “함경도 단천에 김씨가 있는데 그 족보에 멀리서부터 40여대가 기록되어 있다고 하여 삼종질 金文燮을 보내어 구해 와서 보니 우리 족보 기록과 상계가 같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38)
1701년도 족보간행시 남북한 지역이 합본을 추진하려다가 시기가
208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36) 선산김씨, 2006,『 선산김씨대동보』권지1, 문헌록, 5-9쪽.
37) 선산김씨, 2006,『 선산김씨대동보』권지1, 문헌록, 6쪽.
38) 선산김씨, 2006,『 선산김씨대동보』권지1, 문헌록, 6∼7쪽.
1차 1628(무진) 선교랑 憂隱公金楗(1571∼1645)
2차 1681(신유) 余一齋金相玉(1640∼1690)
3차 1701(신사)
판서공파 참봉 金鳳採(1633∼1715, 김건의 손자), 중서령파보, 판서공파보 구분.(남쪽은 金
참봉 金九鳴廈楗, 북쪽은 김봉채, 김구명이 발행)
4차 1846(병오) 판서공파
5차 1869(기사) 통정대부 예안현감 金秀升
6차 1898(무술) 金明赫외 수인
7차 1914(갑인) 金遠恒(김건의 5대손), 金熙奎
8차 1958(무술) 金大默
9차 1986(병인) 金俊敎, 金演鎬, 대동보 첫 간행(5권 국역)
10차 2006(병술)
金光命, 金相祚(金演鎬, 金萬祚, 金德敎, 金志默, 재중국 종친 포함, 오류 정정, 오역 정정,
金載明, 金益商, 金若瀚, 金禎植) 전자족보 발간
차수 발행연도 발행(주관) 비고
<표 10> 선산김씨 족보 간행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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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아 중서령파와 판서공파가 각각 족보를 발행하였다는 사실은, 전국적으로 흩어져 사는 선산김씨를 하나의 문중으로 통합하려는 최초의 시도였음을 뜻한다. 그리고 1681년 신유보를 발간한 김상옥, 1701년 신사보 발행인 김봉채, 김구명은 모두 같은 연대의 사람으로 우암 송시열의 문인으로 서로 一家임을 확인하고 족보에 대한 정보교환도 한 것으로 보인다.39) 이 시기에 선산김씨의 문중의식이 지역단위를 초월하여 널리 확장되었음을 말해준다.
1986년에 와서는 선산김씨대동보가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이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전국의 선산김씨를 모두 하나의 혈연공동체로 체계적인 문서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때 국역본으로 발행함으로써 후세들에게 조상과 문중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2006년에는 중국에 사는 선산김씨까지 포함하는 전자족보를 발행함으로써 해외동포까지 하나의 혈연공동체로 결집하고, 디지털시대에 맞는 문중의식을 고양하고 있다.
2) 파별 숭조건축물 건립과 조상 현양
선산김씨 내에서 파별 문중활동이 조선시대에 전개되었으며, 그 중에 하나가 재실, 정자, 비석 등과 같은 숭조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이다.
성글게 수집된 자료에 근거하겠지만, 『구미시지』를 통하여 선산, 인동에 있는 재실과 정자를 합하면 모두 36개소로 집계된다.40) 이 가운데서 인동장씨의 것이 13개소로 가장 많고, 그 다음에는 선산김씨의 것이 3개소로 두 번째 많다. 인동장씨의 재실과 정자가 옛 인동현에 있다면, 선산김씨의 것은 선산부에 있었으므로, 선산부에서는 선산김씨의 것이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09
39) 선산김씨, 2006,『 선산김씨대동보』권지1, 문헌록, 7쪽.
40) 구미시지편찬위원회, 1991,『 구미시지』, 860∼8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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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다. 인물의 배출과 현조에 대한 후손들의 숭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선산김씨 가운데서 선산 입향조 김기부터 그 후손들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부터 2007년까지 숭조건축물의 현황을 정리하면 <표 11>과 같다.
210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1 下松齋김기(金起) 입향조 약 400년 전 1988년 선산 포상리
2 和義君神道碑김기 〃1989
3 嵩南齋김광보(金匡輔) 4대손(광좌의 중씨) 1928년 구미 도량동
4 店峴齋김광좌(金匡佐) 4대손(들성 입향조) 중종 22년(1527년) 1994년 들성 점현
5 西山世德祠
7현(김광좌, 4대손
18세기 들성 웃골
아들 6형제) 5대손
6 西山齋김취성(金就成) 5대손 16세기 1900년 〃
7 景樂堂김취성 〃김천 조마면
8 對越齋김취문(金就文) 〃1543년 1868년 들성 웃골
9 白雲齋김취문 〃영조28년(1752) 1975년 금오산 백운대 아래
10 文簡公神道碑김취문 〃1992년 〃
11 忠臣旌閭閣김종무(金宗武) 6대손 숙종원년(1675) 1896년 들성 웃골
12 忠烈祠김종무 〃1992년 상주 북천 자산
13 忠烈祠遺墟碑김종무 〃19세기 〃
14 金烏忠烈壇김종무 〃1992년 금오산 백운대 아래
15 忠烈齋김종무 〃1994년 들성 웃골
16 景坡亭김종유(金宗儒) 6대손(就文의 2子) 백운대 아래
17 肯雲亭김공(金공) 7대손(宗武의 長子) 1921년 〃
18 元堂齋
김언(金􄵵) 8대손(􄽏의 2子)
1994년 들성 원당
김상주(金相胄) 9대손(􄵵의 자)
19 灘翁齋김경 8대손(就器의 증손) 1988년 해평면 송곡
20 晩山亭김유수(金裕壽) 11대손(􄵵의 증손) 1963년 들성
21 遠慕齋김형건(金亨鍵) 12대손(濡의 4대손) 영조 48년(1772) 1996년 들성 웃골
22 七巖齋김몽화(金夢華) 12대손(裕壽의 2子) 1952년 들성
23 隱谷齋김진구(金振久) 13대손(􄽏의 6대손) 1991년 구미 형곡 沙倉
24 聖子齋김창호(金昌昊) 14대손(􄵵의 6대손) 1990년 들성 성자곡
25 永慕齋김석룡(金錫龍) 14대손 1984년 문성2리 도곡
연번 건축물 추모인물 입향조로부터 世系창건시기 중수시기 위치
<표 11> 선산김씨 정려각, 재사, 세덕사, 신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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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숭조건축물은 대부분 문간공파에서 건립한 것이며, 문간공파내에서는 판서공파의 건축물이 11개소로서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문간공파에서는 판서공파의 문중활동이 가장 왕성하다. 그런데 이러한 숭조·추모건축물의 절반 이상은 20세기에 축조되었으니, 20세기에 들어와서 특히 20세기 후반에 문간공파와 그 내부의 판서공파에서 숭조·추모 사업에 상당한 열의를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말하자면 판서공파 내부의 지파들이 경쟁적으로 숭조·추모건축물을 축조한 셈
이다. 그럴 필요성이 문중 내부에서 왜, 어떻게 고조되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숭조건축물의 경쟁적 건립은 지역사회에서 선산김씨 문중, 특히 문간공파, 그리고 그 예하의 판서공파가 조선조 유교문화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3) 외손봉사의 전통계승과 그 문화적 의미
들성 입향조 김광좌는 고려말부터 들성에 세거하던 선산임씨 大護軍 林珷의 사위가 되었는데, 임무가 아들이 없었기에 처향인 들성에 정착하였다. 임무는 고려말 문하시중을 지낸 선산임씨 林堅味의 후손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선산임씨는 조선전기에 전라도 해남으로 이주하였기에 현재 들성에는 전혀 살지 않는다.
선산임씨가 해남으로 이주한 후에 임억령(1496∼1568), 임백령(?∼1546)과 같은 인물이 과거에 급제하여 중앙정계로 진출하였다. 이 두형제는 林毅味의 후손으로서 선산임씨 가운데 두드러진 인물이었다.
임억령은 1516년(중종 11) 진사가 되고 1525년 식년문과에 급제했고 문명이 높았다. 1545년(명종 원년) 금산군수 때 을사사화가 일어나 小尹인 동생 임백령이 大尹의 선배들을 내몰자 자책을 느껴 벼슬을 사직하고 해남에 은거했다. 1552년 동부승지에 등용되어 병조참의를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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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원도관찰사를 거쳐 1557년 담양부사가 되었으며, 사후 전라도 同福의 道源書院등에 배향되었다.
아우 임백령은 1519년(중종 14) 진사에 이어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사가독서했다. 1532년 文學이 되었으며 1540년 사은부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중종 말년 賢良科를 다시 두자는 衆議에 혼자 반대했다.
1545년(명종 즉위) 호조판서 때 소윤에 가담, 대윤을 제거한 을사사화를 일으켰다. 그 공으로 위사공신 1등에 崇善府院君으로 책봉되고 우찬성으로 승진되었다. 같은 해 謝恩使로 명나라에 다녀오다가 병사했다. 1570년(선조 3) 관작이 추탈되었다.
그래서인지 김취문이 지은 그의 어머니 묘비에는 임씨라는 사실만을 밝히고, 본관을 기록하지 않았다. 아마도 사림파의 도통을 이은 김취문이 사림파를 숙청한 데 앞장선 선산임씨의 정치적 인물 임백령과 연루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그 이전에 세워진 김광좌의 장인 임무의 묘비에는 대호군 선산임씨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음에도 그의 딸 김취문의 어머니 묘비에는 본관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41)
대호군 임무는 후사가 없어서 유일한 외손가 선산김씨 가문에서 봉사를 하였고,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외손봉사는 서산재에서 올리다가, 지금은 서산세덕사보존회에서 수행하고 있다42)). 당시로서 는 양자제도가 없어서, 외손봉사는 지극히 당연한 관행이었다. 사위가 처향으로 들어가는 것은 장인 장모를 봉양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재산과 제사까지 자연스럽게 상속받게 마련이었다. 당시 임무의 재산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광좌는 처가로부터 일
정한 재산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선산김씨 문중에

212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41) 선산김씨대종회 김광명 회장의 설명을 참고한 것이다.
42) 선산김씨대종회 김광명 회장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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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외조부 대호군 임무의 제사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받드는 것은, 조선전기의 관행을 전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들성의 선산임씨 터전이 사위 가문인 선산김씨 문중으로 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중에서 지속적으로 현달한 인물이 배출되니 그러한 영예의 기반을 닦은 먼 뿌리로서 선대 외조부 임무가 있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내에서 선산김씨의 직계조상뿐만 아니라, 외조까지 받들어 모심으로써 숭조보본의식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을 것은 자명하다.

4) 문중의 상징건축 정비와 문종의 결집
들성의 선산김씨는 조상의 유업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숭조건축물을 통하여 대내외적으로 드러내는 데 상당한 정성을 기울였고, 그 현상은 20세기 후반기에 더욱 강성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조를 봉향한 서원, 현조의 충절이 서린 정려비각, 현조의 강학공간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 일은 주로 문중에서 조상의 치적에 정통하고 문화재보호법의 논리와 취지를 아는 사람이 담당하게 마련이어서, 주로 김광조씨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현재 지정문화재는 낙봉서원, 김종무 정려비각, 대월재이다. 낙봉서원은 1987년에 문화재 보조비 4,300만원(국비 2천만, 도비 1천만, 군비 1천3백만)을 받아서 강당과 양정문을 중수하고, 1989년에 7,300만원(도비)를 배정받아 동·서재와 담장(177m)과 진입로 등을 축조하였다. 이어 1989년 5월에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김종무 충신정려비(각)도 마찬가지다. 1896년에 중건된 충신정려비는 경상북도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868년에 중건된 대월재는 가장 늦게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문화재보호법이 가동되고 있는 오늘날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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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이 남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문화재 지정을 추구하는 것이 문중의 중
요한 기능이라는 사실을 엿보게 한다. 문중의 숭조건축물이자 상징 건축물을 문화재로 지정함으로써 다시 문중 구성원들은 지정문화재를 중심으로 자긍심을 표출하는 한편 결속을 하고 있다.
그런데 들성이 지역개발 구역 안으로 편입되자 문중에서는 숭조건축물, 문중의 상징건축물의 보존과 숭조의식 계승을 위하여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이들 건축물을 다른 공간에 집단화 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2007년경부터 원호리 옛 들성 일대의 택지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누백년의 자취를 간직한 문중건축, 1990년대에 중건 또는 창건한 여러채의 숭조건축이 개발부지 속에 편입되는 운명에 처하였다. 그리하여 문중에서는 그 일대에 있던 숭조건축을 들성 권역 안에서 원래 위치 인근에 이건 또는 재건축하고, 부분적으로는 신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히 지정문화재인 대월재는 이건하기로 결정되었고, 1990년대에 건립한 충렬재, 원모재는 헐고 다시 신축하고, 최근까지 격식을 갖춘 건축이 없던 종택도 복원하고 있다. 물론 건축양식은 거의가 전통목조 건축의 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기본적으로 전통 복고적인것이기도 하고, 현대사회에 맞는 숭조건축, 문중건축을 한 자리에 집결시켜 문중의 위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면서 후손들에게 교육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이러한 결정에는 1980년대말 안동에서 임하댐 수몰로 인하여 고향을 떠나 선산 해평면 일선리로 집단 이주한 전주류씨 문중의 선례가 약간의 자극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동 무실(수곡리)과 박실(박곡리) 마을에서 수백년간 집성촌을 이루면서 안동에서 가장 많은 문집을 저술, 발간한 명문거족이었던 전주류씨가 임하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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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상황에서 계획적으로 선택한 집단이주는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문화적 사건이다. 그들이 수백 년 동안 대대로 살아온 안동 땅에서 이주지를 찾지 않고, 선산으로 이주한 데에는 안동에 적지가 없다는 점, 선산이 안동 못지않은 유향으로서 자신들의 이념과 취향에 적합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43)
이와 마찬가지로 선산김씨도 들성 입향 이래 명문거족의 자취를 송두리째 잃게 되는 상황에서 조상의 자취와 위업이 서린 유적, 그 조상에 대한 숭조건축을 한 자리에 모아서 관리하고 이용하려는 것은 당대보다는 후대를 위한 문화적 결정이다. 이는 16세기에 김취문이 금오서원 건립을 주도하고, 그 후손들이 서원, 재실, 사당을 건립·중건·중수한 것처럼, 대단히 주목되는 유교문화 현대화를 위한 崇祖報本的노
력의 일단이다. 집단적으로 세워진 문중의 상징 건축물만 보아도 이 일대에 세거한 선산김씨 조상들의 삶과 의식과 업적이 전달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화의군 김기가 선산에 입향한 이래 선산김씨는 선산에서 많은 인물을 배출하고,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세족으로 발전하였다. 선산 들성에 입향한 김광좌의 아들은 16세기 사림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송당 박영의 제자가 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박영의 제자로 이름을 날린 김취성, 김취문 형제의 도학정진과 활약은 선산김씨를 주목받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김취문 후손의 번창, 김취문의 아들 김종무와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215
43) 이희숙, 1991, 「마을 공동체의 이주와 적응과정 연구」, 안동대 대학원 민
속학과 석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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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유의 활동은 선산지역에 유교적 이념의 실천을 진흥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선산김씨의 가장 중요한 활동무대가 된 들성은 호지라는 선산 최대 규모의 저수지를 끼고 있어서, 농업생산의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들성에 9동이라는 자연마을을 세분하여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16세기에 선산김씨 가운데 현달한 인물이 나옴으로써, 향후 문중 활동의 토대가 되었다. 김취문이 선산 최초의 서원 금오서원 창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위업을 이어 선산김씨 문중에서는 서원을 발판으로 하여 현조의 현양을 통하여 문중 구성원을 결속할 수 있었다. 문간공 김취문의 장자 김종무를 기점으로 하는 판서공파는 선산 지역의 사족과 학문교류뿐만 아니라 혼맥을 형성하였고, 지역사회 밖으로는 퇴계학파로 상주와 안동에 세거한 풍산류씨(류운용, 류성룡, 류주목), 안동의 의성
김씨(김성일, 김용), 한산이씨(이상정), 그리고 상주의 연안이씨(이만부), 인동의 인동장씨(장현광) 등과 사승관계 혹은 혼인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폭넓은 사족 연망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김취문의 차자 김종유를 기점으로 하는 학생공파는 우계 성혼,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도암 이재 등과 같은 서인, 노론과 학통이 닿아 있다. 그러므로 판서공파와 학생공파는 도학적·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인하여 문중활동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17세기 초에 처음 족보를 간행하여 대내·외적으로는 선산김씨 문중으로서 통합성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18세기에도 다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니, 이 무렵 왕성한 문중활동을 전개한 인물은 김유수와 김몽화 부자였다. 김유수는 김취문의 6대손으로서 김취문의 존모건축인 백운재 건립을 주도하였고, 김몽화는 서산세덕사 창건과 낙봉서원 중수를 주도하였기 때문이다. 문중의 결속과 통합의 이면에는 다시 번성한 문중과 그렇지 못한 문중이 구분되는 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18세기에는 후손이 번성한 김종무 가계가 지파로 세분된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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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해된다.
19세기말에는 김몽화의 4대 방손 김지원의 활동이 주목된다. 그는 김취성의 강학공간인 서산재 중건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일선속지』를 편찬하고 그 속에 대원군의 서원훼철을 안타깝게 여기면서「오유거 사전」을 부록으로 붙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유수 - 김몽화 - 김지원으로 이어지는 가계는 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역사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문중의 활동은 대원군이 서원을 훼철한 이후에도 지역에 유교사상과 그 덕목을 실천하기 위하여 앞장서려던 노력으로 연결되었음을「오유거사전」을 통해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선산김씨 문중에서 들성 입향조의 장인 선산임씨 임무를 지금까지 외손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유교에서 중시한 숭조의식의 실천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20세기에 들어오면 선산김씨 김취문(문간공파)의 아들 김종무(판서공파)의 지파들이 경쟁적으로 숭조·추모건축물을 건립하여 대내적으로는 지파의 결속과 선조 현양을 도모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선산지역에서 들성의 유교문화 유산과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였다. 21세기에 들어서는 그런 건축물이 다시 택지 개발권역에 포함되자 문중에서는 숭조건축물을 집단 이건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후세들에게 현조의 위업과 문중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숭조보본 정신의 현대적 계승이라고 할만하다.
요컨대, 선산김씨 문중이 지역사회에 정착, 발전한 과정뿐만 아니라 유교이념과 문화가 퇴색되어 가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응과 노력을 진행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선산김씨 문중에서는‘三世先賢’이라 하여 3세대의 인물 즉, 김취문(낙봉서원) - 김종무(상주 충렬사) - 김공(남강서원)이 서원과 사당에 모셔진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선산김씨, 특히 구암 김취문 가계의 문중활동은 경제적·혈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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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통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 종법이념의 실천이자 유교문화적 전통이며, 그들의 활동은 지역사회 내부에서 유교문화의 수용과 진흥에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218 지방사와 지방문화 12권 2호
투고일 : 2009. 10. 6 심사개시일 : 2009. 10. 13 심사완료일 : 2009.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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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김씨 문중활동의 지역문화적 의의
- 文簡公派를 중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