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는 매번 똑같이 정해진 대로만 봉헌해야 하는 것입니까? 미사 중 개인적으로 기도를 하려면 언제가 적당할까요? 박영학(서울 행당동본당, 72)
미사시간에 계속 기도문을 외우는 통에 자신만의 기도를 드릴 여유가 없어 불만이라는 예비신자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미사의 성격을 잘못 알고 있는 데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교회의 전례, 즉 미사를 통해 은총을 나눠주십니다. 그런데 전례란 원래 '공적인 일' 또는 '백성의, 백성을 위한 봉사'라는 뜻이며, 그리스도교 전통에 비춰서는 '하느님 백성이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사는 하느님 백성이 성경과 성전(聖傳)에 바탕을 두고 바치는 '하느님 백성의 공적 예배'인 만큼 개인 신앙생활과는 구별되는 것입니다.
미사 절차 역시 예수님께서 친히 만드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제자들을 불러놓고 빵과 포도주를 나눠 주시며 "너희를 위해 바칠 내 몸과 피"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이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고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따라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게 된 것이 미사의 기원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미사를 봉헌하다보니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의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자, 1570년 각 나라 가톨릭 지도자들의 회의인 공의회를 통해 교회 일치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전례를 통일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형제님이 주일마다 봉헌하고 계신 시작 예식, 말씀 전례, 성찬 전례, 마침 예식 순서로 구성된 미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똑같이 봉헌되는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사는 공동체의 거룩한 행위이기에 참례자 모두가 통일된 동작과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통일성이야말로 집회의 일치성과 공동체성을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최근에는 보기 힘들지만 예전엔 미사 중 묵주 기도를 바치는 어르신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묵주 기도 역시 미사 중에는 바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형제님께서 개인적 소망을 담아 기도하기를 원하신다면 미사가 없을 때 성당을 찾아 조용히 성체를 조배하면서 하느님과 대화시간을 갖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