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집집이 다니면서 보험을 들라 말할 땐 살기 바쁜데 무슨 말인가 했다. 그래도 정장한 남자와 멋진 여자들이 유창하고 처음 듣는 보험 말을 할 때 신기하고 부럽게 여겼다. 이 시골 산골짝에 그런 게 왜 필요할까. 외국에서 하던 게 따라와서 막 시작된 것이다. 어릴 때 그런 보험 얘기를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차 사고가 나면 난장 길바닥에서 한바탕 소동이다. 큰 소리로 싸움 끝에 병원 치료와 수리가 문제였다. 그랬던 게 보험으로 처리하니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의료보험이 생겨 수술하면 큰돈이 들어 허리가 휘청거렸는데 가볍게 내면 되니 그 또한 수월하다. 이래서 밤중에도 마을을 찾아다녔구나. 생뚱맞았던 그때 생각이다. 보험은 필요한 것이고 어려움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아들이 직장 괴사가 일어나 응급실에 실려 가고 이내 수술받아야 했다. 수백만 원이 나왔다. 어쩌나 하면서 이리저리 딸딸 긁어 계산했다. 서류 넣더니 며칠 뒤 보험금이 나왔는데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언제 들었는지 젊은 나이에 보험에 들어있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도 암보험에 들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매달 보험금만 꼬박꼬박 나가니 억울한 맘이 들었다. 그만 끊어버리고 나니 시원섭섭하다.
이제 늙어 곧 암이 덤벼들 텐데 어쩌려나 걱정하는 친구들이다. 다들 들었다며 다그쳤다. 또 가입했는데 멀쩡하게 지나니 아까워 내던 것을 내지 않았다. 몇 달 뒤 저절로 사라졌다. 별나다 생돈 내는 게 귀찮고 싫어서 냈다 지웠다 하는 게 어정쩡하다. 가장이 서둘러 가족의 건강을 챙겨야 할 텐데 이게 뭔가. 이제 정작 막다르게 다가온 것 같아 뭘 하나 들어야겠다 생각 중이다.
미리 들어 있어야지 나이 들어 가입하려니 까다롭다. 된다니 안 된다는 말을 자꾸 듣게 된다. 또 가당찮게 엄청 비싸다. 여행을 가려도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노인은 안 된단다. 어떨까 그래서 그냥 가려 한다. 늘그막엔 한두 가지씩 다 안고 사는 병인데 그게 가입을 꺼리는가 보다. 괜히 끊었다 싶다.
보험으로 걸리는 게 여럿이다. 다 들어야 한다는 의료보험은 직장에 있을 땐 몰랐다. 적은 돈을 봉급에서 떼니, 그런가 했다. 시골 부모님까지 가족 모두가 치료를 아주 저렴하게 받았다. 참 좋은 사회보장이다. 고맙게 생각했다. 퇴직하고 아들 직장보험으로 그냥 지났는데 어느 날 보험금을 내라 한다.
연금액이 지역 보험 해당으로 넘어왔다는 통보이다. 어쩔 수 없다. 나만 그렇나 다 적용되니 내야지 했는데 해마다 조금씩 올라 어느새 배로 뛰었다. 수십만 원이 작나. 별로 병원문을 두드리지 않았는데도 그런다. 당뇨가 있어 석 달에 한 번씩 약 타러 간다. 북구 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갔다.
얼마를 기다린 끝에 순번이 되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 물으니 집과 연금 점수가 높아서란다. 집과 연금이 몇 점씩 매겨졌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아나. 쓸데없이 물어보고 터덜터덜 내려왔다. 다음 해 보니 또 더운 날 온도계 올라가듯 치올랐다. 냉가슴 앓듯이 그냥 지날 수밖에 없다. 택지가 오르다니 가만 있는 게 왜 꾸물거리나. 평생 온갖 세금을 떼이고 모아 받는 연금인데 뭘 또 그러나.
이렇게 오르는 건 아픈 사람이 많고 여러 가지를 자꾸만 늘려서 요렇구나 싶다. 예전엔 팔다리 허리가 뻐근하고 결려 아파도 늙어 그런 줄 알고 근근이 살아갔다. 이가 흔들리고 쑤시며 아플 땐 실로 잡아매고 이마를 탁 쳐서 뽑았다. 어지간한 건 그럭저럭 지났는데 요즘은 가만 있질 못한다. 119를 부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학병원과 큰 한방은 문턱이 닳도록 넘쳐난다. 접수처가 갈 때마다 늘어나고 번호표를 받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도 몰리니 부디 마을 병원으로 가라고 야단이다. 나이 많아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점점 늘어난다. 거기서 살다 죽는 세월이 됐다. 그러니 의료보험을 많이 낼 수밖에 없다.
‘평생 사고 없이 차 몰았다 나는 능숙한 운전이다. 천만의 말씀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설교 중 목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고 나면 참 불편하다. 보험에서 도와도 그렇다. 왜 괜찮은 범퍼와 문짝을 바꿔야 하나. 요즘 늘어나는 외국 차들로 골머리가 아프다. 차 모는 사람 상당수가 사기꾼처럼 보여 큰일이다.
얼마 전 친구 둘을 태워 식당으로 가는데 골목을 지나쳐 약간 후진하면서 그만 뒤차에 부딪혔다. 보니 긁힌 데가 없고 내 차만 페인트가 벗겨졌다. 보험사에서 오고 해결됐다. 얼마 뒤 보험료를 내는데 배나 올랐다. 깜짝 놀라 이게 왜 이렇게 많이 나왔나 했더니 외제 차와 접촉이 있어 비싸졌단다.
아우디 차 번호판과 범퍼 교체 수리비가 나왔고 부부의 한방치료비가 보태졌단다. 보험사에 항의했다. 와서 사진 찍고 괜찮은 걸 보지 않았느냐 한방병원은 또 무슨 말이냐 했더니, 피해 자주가 그렇게 고치겠다 하고 몸이 아파 한방병원에를 다니겠다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가벼운 접촉에 무슨 수백만 원이 나온단 말인가. ‘한통속이 아니냐, 가입자를 이렇게 할 수 있나.’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다물고 참아야 했다.
첫댓글 살다보면 억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어쩔수없으니 화를 삭히며 살고있는게 요즘 세상아닐까 싶습니다.남의 일로만 여기며 살다가도 막상 내일로 닥치면 어디 하소연 해봤자 법이 그렇다는데 어쩐답니까..그래도 억울하고 불합리해보이는 일보다는 생각지못한 도움들을 받게되는 기회가 많더라구요 쌤.
어쩌다 외제차와 부딪히셨어요..ㅠ 아무렇지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굳이 비싼 한방치료까지...
아침저녁 조금씩 선선해 집니다.
성도님 건강히 지나셨습니까.
차가 사람 수의 절반이나 된답니다.
보험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제도권에 살아가는
국민의 의무지만 의료보험이 세금보다 더 부담됩니다
밉살스러운 한방 때문입니다.
약효도 없는 한방이 곳곳에 파고들어 의료보험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도 한밤과가 있습니다.
한방 만든 중국에서 줄어들고 일본과 아세안 어느 나라도 한방은 이렇게 쓰지 앟습니다.
우리나라만 별납니다.
보험비 절반은 한방이라니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