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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월 2일 목요일
(일정 : 다이아몬드 헤드 하이킹/와이키키 비치 물놀이/호텔 수영장 이용/동네 산보)
와이키키 도착한 첫날만 해도 PCC 끝나면 뭐하면서 보내나~ 싶었는데
시간은 와이켈레 아울렛에서만큼이나 빠른 배속으로 흐르더군요.
어느덧 마지막 노는 날이 되었어요.
이틀 동안 잘 썼던 애마도 돌려보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지요.
호텔방에서 가깝게 보이길래 다이아몬드 헤드는 튼튼한 다리로 가려고 했으나
착시현상이었습니다. 1층에서 보니 많이 멀던데요.ㅋㅋ
2달러짜리 버스를 타고 다이아몬드 헤드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호텔 로비에서 버스 노선도를 받아
호텔 뒤 정류장에서 거기 가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하염없이요…
우리나라 버스처럼 기점에서 종점 사이 굵직굵직한 정류소를 버스 외관에 표시를 안 해놔서
호텔에서 받은 노선도만 보고 42번인가 24번인가 그 버스 하나만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버스회사 직원분으로 추정되는 양반이 버스 노선도를 한 무더기 놔두시고 가셔서 그걸 보니
이미 지나친 버스 몇 대가 다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는 버스였지 뭡니까. 호텔 네 이것들!
지나는 택시 기사들의 호객행위에도 오기로 패스했는데 음..
40분 가까이 기다리고 나니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류장에는 하나우마 베이를 가려는 청춘들이 한 무리 기다리고 있었고요.
때마침 밴 한 대가 멈추더니 하나우마 베이 2달러!를 외치길래 다이아몬드 헤드도 가는 길에
태워달라고 하고 저희도 버스요금이랑 똑같은 2달러에 갔네요. 이렇게 쉬운 것을..ㅋㅋㅋ
택시도 이렇게 타면 괜찮은 듯.
택시기사 아저씨, 말이 무척이나 많고 또 빨랐습니다.
다이아몬드 헤드 가려는 사람 앞에서 진짜 멋진 곳은 거기가 아니고 다른 곳인데
사람들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알려주겠다는 둥 무지하게 튕기더군요. 흥~
맹세하고 들었는데 며칠 새 까먹었네요. 한반도 지도 마을처럼 생긴 산봉우리였는데.
스노클링도 카페 분들이 추천해주신 코올리나 비치 쪽이 멋지다고 추천해주시고요.
전날 하나우마 베이에서 얼어죽을 것 같았지만 재미나는 시간을 보낸 지라
다이아몬드 헤드 입구까지 갔다가 별로일 것 같으면 거기 가서 다시 한 번 스노클링하자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
결론은 안 했답니다. ㅋㅋ 다이아몬드 헤드 하이킹을 했거든요.
택시가 저희를 썰렁한 길거리에 내려주더군요. 버스정류소인지는 그 동네 사람이나 알 정도로 휑뎅그레.
좀 지나니 조깅에 미쳐있는 미국답게 쫄티에 쫄바지 입어주면서 땀흘리며 뛰어내려오는 사람들도 한두 명씩 보이더군요.
다이아몬드 헤드 입구는 커녕 입구 들어가는 터널 앞에서부터 호연지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ㅋㅋ
앗, 저 분홍색 민소매 티, 와이켈레 아디다스 매장에서 단돈 2달러에 샀어요. 더 살 걸..ㅠ.ㅠ
뒤에 보이는 저 터널을 지나면 저 푸른 초원이 보이는데 하이킹이고 뭐고 돗자리만 있었다면 배 깔고 자고 싶더라구요.
다이아몬드 헤드 푯말 앞에서 사이좋게 한 컷.
화산섬이니만큼 제주도랑 흡사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어요.
섭지코지 비슷한 곳도 있고, 다이아몬드 헤드는 산굼부리와 비슷한 건지, 성산일출봉과 비슷한 건지.
차이점은 성산일출봉은 일직선으로 화끈하게 올라가잖아요.
다이아몬드 헤드는 지그재그로(미시령 옛길처럼) 올라갑니다.
대략 요렇게요.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꼭 저처럼 가디건 같이 가볍게 걸칠 옷을 챙겨가세요.
안 그러면 어깻죽지가 벌겋게 익거든요, 쭈글쭈글.
더우면 벗었다 따가우면 입었다 하시면서 천천히 설렁설렁 가시면 돼요. 한 40분?
올라가는 도중에 군데군데 전망 구경하라고 공간이 있답니다.
거기에서 본 풍경.
저기 튀어나온 부분은 하나우마 베이? 같기도 하네요. 전날 가봤다고 그새 반가운 척.
요런 가파른 계단도 지나야 해요.
그리고 1박 2일에서 백두산 천지 갔을 때 지난 돌계단 터널같이 생긴 것도 가야 하고요.
길이 좁아서 오르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의도치 않은 어깨 부딪치기가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도 미소 짓고. ^^
중턱 넘어서 마지막 높은 곳을 앞두고 한 컷. 자신감 만빵하여 겉옷 따위 벗어버리고.
그리고 천장 낮은 마지막 고비를 지나 마침내 정상에 도달!
별 기대 안 했던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이런 풍경을 보다니..
수다 그만 떨고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
저도 신랑도 주위 사람들도 엄마 기다리는 애 마냥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봤어요. 저 장대한 태평양!
그리고 못지않게 장대한 제 등짝.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와이켈레 아울렛에서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시간 5배속.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바라본 와이키키 전경입니다.
우리 호텔도 보이려고 하네요. 바로 옆에 초록색 지붕의 교회가 있거든요. 지붕 끝자락만 보이네요.
다이아몬드 헤드 바로 아래에 있던 비치예요. 산호초 같은데 다음에 오면 저곳에서 스노클링을..ㅋㅋ
14번 버스만이 저 비치가 있는 해안도로를 지나는 것으로 버스 노선도에 나타나는데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하와이를 다시 가게 된다면 14번 버스 타고 저곳에 내리든지
차를 빌려서 가든지 하여튼 꼭 장비를 사서 스노클링을 해야겠네요. 따뜻한 날에, 꼭 수영을 배워서요. 스노클링에 한 맺혔음.^^
비치 위에 주택가가 보였는데 집집마다 테니스코트가 있질 않나, 수영장이 있질 않나.
역시 풍광 좋은 곳엔 부자들이 이미 터를 지어서 사나 보더군용.
슬슬 떠나야 하는데 정말 뜨고 싶지 않더군요.
아~ 내일이면 이제 하와이를 떠나는구나.
마지막으로 한 컷 더. 하늘이랑 바다색 좀 보세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하산하여 버스를 타고 호텔 근처 인터내셔널 마켓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먹으러요. 참 나무도 많고 기념품 가게도 많은데 비둘기가 제일 많더군요.
비둘기 조심하세요. 밥 주지 말라고 해도 꼭 밥 던져주는 사람들 있던데 덕분에 응가 맞았습니다. ㅠ.ㅠ
아, 음식은 맛있었어요. 쌀국수와 오징어덮밥 먹었는데 그닥 비싸지도 않았고요.
점심 먹고는 한 번도 발 담궈보지 않았던 와이키키 비치에서 물놀이를 했답니다.
명색이 와이키키 비치쪽 호텔에서 숙박해 놓고는 먼 곳만 돌아다니느라 바로 앞 해변을 못 놀다니.
그래서 오후에는 와이키키 비치 물놀이, 호텔 수영장에서 몸 풀기를 하면서
마지막 일정을 편안히 보내기로 했답니다.
역시 우리 여행의 목적인 맘 편히 푹 쉬다오기에 걸맞게 널널하기 그지없네요.
널리고 널린 ABC 마트에서 2.99달러짜리 에어매트를 사서 비치에서 놀았답니다.
파도 좀 타보려고 멀리 나갈라치면 진짜 바다(?)를 구분짓는 돌벽에 부딪쳐서 근처에서만 깔짝깔짝 놀았습니다..
와이키키 해변 파도처럼 잔잔~~하게 놀다가 한국 아주머니들께 에어매트를 드렸는데 대박 좋아하시더라구요.
뒤돌아보니 아주머니 네 분이 그 매트에 매달려 있더라구요.
볼 건 없지만 그래도 한 컷.
뒤에 보이는 옥수수 먹다 남은 것 같은 호텔이 저희가 머문 Marriott Waikiki입니다.
초록색 지붕 건물은 교회. 길눈이 어두운 편인데 저 교회 때문에 우리 호텔을 금세 찾을 수 있었지요.
비싼 돈 주고 자는데 호텔 시설 이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뒤늦은 개탄을 하며
호텔 수영장에서도 놀았습니다.
호텔이 2개 동이라 수영장도 2개가 있는데 저희쪽 수영장(Pao머시기 타워)에는 자쿠지 풀도 있었어요.
목욕탕 온탕에 부글부글 물거품 이는 수준이긴 했지만 아주 좋았습니다.
주로 어린애들은 수영장에, 어른들은 자쿠지에서 어~ 좋다~ 했지요.
Marriott Waikiki 머무실 분들을 위해 참고로 수영장 한 컷.
와이키키 해변에 석양이 집니다.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저녁인데 그깟 물놀이 좀 했다고 퍼질러 잘 수는 없죠.
첫날에서처럼 또 나가볼까요?
와이키키 해변에서는 훌라댄스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떠난다고 생각하니 왜 이리 다 애틋하게 느껴지는지요.
호텔방 TV에서 그토록 광고하던 비즈니스 플라자 건물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지하 푸드코트에서 맛난 음식을 사갖고 호텔에서 남은 사발면과 함께 맛나게 먹었답니다.
코리안 BBQ Pearl이라는 곳이었는데 동남아쪽 분들이 직원이셨지만
어쨌든 반찬도 부페식으로 주고 앵글로색슨들이 많이 줄 서서 먹더군요.
타향에서 돈 많이 버시길.. 진짜 맛있었습니다. BBQ 치킨 도시락. 양도 많았고요. 닭도 쫄깃쫄깃.
로얄 하와이안 쇼핑센터, DFS 갤러리아 등등 여기저기 많이 쏘다니면서 하와이의 마지막 밤을 만끽했죠.
와이키키 해변쪽으로 다시 나오니 길거리 공연, 발마사지 알바, 퍼포먼스 등등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활기차서 참 좋았어요. 아유 더더욱 하와이를 떠나기 싫어지네요.
호텔 뒷길에 있는 조그만 밥집에서도 못먹어본 게 아쉬울 정도로요.
5박 7일 오아후 일정이면 지루할 만큼 오아후를 낱낱이 파헤치고 올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안 가본 데가 많은데..
맘 편하게 편히 쉬다 오기라는 목적에 맞춰 여행은 했고 만족하지만
와이켈레 아울렛에 미쳐 못간 노스쇼어쪽, 코올리나 비치쪽은 꼭 가보고 싶어요.
이런데도 애초에 마우이 2박+오아후 2박 이렇게 가려고 했다니..참..ㅋㅋㅋ 몰라서 그랬네요.
그 일정을 말리시는 회원님들을 이젠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이젠 제가 말리는 댓글을 남길 것 같아요.
아쉬움과 즐거움을 뒤로 하고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도착 첫날에 호텔 도착하자마자 바로 좌석 컨펌했던 로버츠 하와이 버스가
정확히 비행기 출발시간 3시간 전인
공항에서 탔던 버스는 꽤 컸는데, 이번 버스는 참 작아요.
그래도 짐 들어갈 건 다 들어가고요. ^^
공항에서 대한항공 승무원 옷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더군요.
호놀룰루 공항 면세점에 들어서니 미처 챙기지 못한 지인들이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원.ㅋㅋ
최대한 싼티 덜 나는 것으로 고르느라 머리 좀 굴렸습니다.
떠나는 관광객들을 위해 면세점 한쪽에서는 할머님들의 훌라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네요.
다시 봐도 역시 우아해요. 손끝과 발끝이 우아하게 너울지는데 말이죠. 할머님들이 공연하셔서 더욱 우아해 보였음.
몰디브, 뉴칼레도니아를 제치고 하와이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창 밖으로 보이는 와이키키와 끝없이 펼쳐지는 짙푸른 태평양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답니다.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지.
PCC 버스에서 본 결혼 50주년 리허니문 어르신들이 생각나는데 적금 부을까봐요. ^^
다들 재미나게 하와이 실컷 즐기세요~
이상 맘 편하게 놀고먹고쉬고 온 신혼여행기 끝.
첫댓글 여유롭고 행복한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감사한 마음으로 후기 꼼꼼히 봤습니다.. 자세한 사진을 함께 남겨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와 후기 잘봤어요^^ 저는 6박8일가는데, 저도 님처럼 널널한 오하우일정이에요^^ 한곳이라도 제대로 보고오자..라고생각해서 ㅎ 저도빨리가고싶네요^^
6박 8일 오아후~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저희가 하루만 더 머물렀다면 코올리나 비치나 다이아몬드 헤드 앞에 있던 부잣집 동네 앞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했을 텐데요. 푹~~ 쉬면서 재미있게 보내고 오세용.
후기 다 읽고 나니,,, 제가 하와이를 몇 번이나 갔다온 것 같네요 ㅋㅋㅋ 상세한 설명과 위트 넘치는 저 표정과,,, 포즈,,,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잘 보았습니다... ^^
6월에 4박 일정으로 갑니다. 님 글을 보니 웬지 제 일정이 한참 모자를꺼 같네요... ㅜㅜ 같은 호텔에 묵게 되는데 놓치려고 했던 정보 (Hertz), 알게 됐습니다~ ^^ 잘 봤어여!!!
글 넘 잘쓰세요~ 잼있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