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27)
그리운 어머니
강혜지(1973~ )
봄볕 가득한 마당엔
먼 산에서 뜯어온 나물들 멍석에
가득 널려있고 개구리 종달새
울어대는 논두렁에 핀 어린 쑥을
캐어 쑥개떡을 빚어주시던 어머니
울타리 넘어 실바람 타고
쑥개떡 향이 가득할 때면
한 바구니 가득 담아 이집 저집
나눠주시며 웃음꽃 피어나고
우물가 수줍게 고개 내민 탐스런
앵두, 어여쁜 내 어머니 입술같이
더욱 빠알갛게 익어 가던 봄
초록으로 물든 내 고향 들판
석양 무렵 장관을 이룰 때면
청보리 바람에 일렁이는 사잇길
황금빛 곱게 익어가는 신록의 오월
휘어진 허리 펴고 호미자루
뒷짐 지시며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굴뚝에 저녁 짓는 연기 피어오르면
멀리 지내는 자식들의 무사를 바라는
늙으신 어머니의 걱정조차 아름다운
내 고향 오월 장밋빛 붉은 사랑
어머니 당신이 그리워
오늘도 난,
고향길 풀섶을 걷고 있습니다
강혜지 시인
시인, 서각가, 작사가.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한국문예창작진흥원 기획홍보실장, 황금찬노벨문학상 추대위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사무팀장, 문학광장 사무총장, 방송통신대문학회 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시와 늪 문인협회 회원, 한겨레문인협회 회원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27번째 시는 강혜지 시인의 “그리운 어머니”입니다.
시골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아들의 낌새로는 감기에 걸리신 것 같은데, 어디 불편하신 데 있으시냐?는 물음에 아주 건강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들, 며느리, 손녀 안부가 제일의 관심사입니다.
일정 체크를 꼼꼼히 하시곤 밤길 다니지 마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가정 화목이 제일이다, 하소연이 깁니다. 그러시면서 동네 가가호호 안부를 전해주십니다. 아랫집 아들이 손자를 낳았다며 좋아하시고, 윗마을 할아버지의 부음을 안타깝게 말씀하십니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씀은 오늘도 빼놓지 않으십니다. 남는 농작물 조금 보냈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조금 보냈다는 박스 속에는 호박이며 고추, 양파, 당근, 깨, 상추 등속이 빼곡히 채워져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정말 생전 마지막이라는 김장김치도 몇 년째 계속 보내고 계십니다. 풍족한 도시 생활이지만 어릴 적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음식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쑥개떡”의 맛은 어찌 잊겠습니까. 그런 쑥개떡을 빚을라치면 “이집 저집/ 나눠주시며 웃음꽃”으로 동네를 환하게 했던 게 시골 인심이었습니다.
“휘어진 허리”로 밭일을 하시다가도 “발걸음을 재촉하신” 이유는 가족들을 위해 “저녁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으로 자식들은 도시로 나가 가정을 이루며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삶에 쪼들릴수록 도시의 자식들은 “내 고향”에 계신 “어머니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어머니께서 계신 “고향길 풀섶을 걷”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합니다.
어머니의 “붉은 사랑”이 그리운, 추운 겨울날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4년 2월호
첫댓글 반갑습니다
강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