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연대 2중대 3소대 127번 이재용 훈련병
재용아.
훈련을 잘 받고 있겠지? 네가 떠난 집은 기둥 하나 없어진 것 같구나. 네 큰 덩치가 빠져 나갔으니 말이다. 사람 든 흔적은 없어도 난 흔적은 있다고, 썰렁하니 집이 이상하기까지 하단다. 날마다 은희와 우리 두식구만 사니, 왁자하게 웃고 떠들 일이 별로 없단다. 한 가지 좋은 것은 발꼬랑내가 안 나는 거, 그거 하나 좋구나.
넌 어떠니? 견딜만 하니? 네가 운동장으로 뛰어 가고 나서, 어떤 엄마가 아들을 보내는데, 꼭 안고 안 보내 주는 거야. 시간이 많이 흘러서 마이크로 지휘관이 빨리 나오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보내 주긴 했지. 아들을 보내고 그 엄마는 바닥에 앉아서 목을 놓고 울더라고. 아마 내가 그 울음 소리를 듣고 추측하기로는 5대독자 정도는 되지 않은가 싶었어. 아주 엉엉 소리를 내고 울더라고. 우리도 살짝 눈물이 났단다. 진수를 보내고는 울지 않았는데, 널 보내고는 울었단다. 아들들을 자꾸 군대에 들여보내다보니 눈물이 흔해지는가 봐.
면회일을 기다리고 있단다. 네 면회 날짜는 5월 18일이라고 하던데, 달력에 동그라미를 해 두었단다. 교회 달력에도 동그라미를 해 놓고 ‘재용이 면회일’이라고 적어 놓았지. 성도들이 그걸 보고 널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이야.
내일은 진수 면회를 가려고 한단다. 진수가 기다리던 대로 32사단 본부 군악대로 드디어 배치가 되었단다. 전화도 자주 와, 요즈음에는. 내일 면회를 와 달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왠 군대가 그렇게 필요한 게 많다니? 몸을 조국에 바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면 군대에서 필요한 것은 나라에서 모두 공급해 주어야 마땅한데도, 뭐 갖다 달라는 것이 여러 가지더라고. 우리 국민이 세금 내고 살잖아,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고. 재용아 너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편지로 써 보내라. 혹시 뭐 필요한 거 없니? 소포로 부쳐 줄테니, 말만 하거라.
진수 면회는 예지네 집에 들러서 함께 실고 갈 거다. 예지네 집이 가는 길목에 있어서, 천상 들러서 가야 하거든. 예지네 집에서 한 30분 정도 걸리지. 네게 면회 갈 때도 예지가 함께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쨌든 네 면회도 손꼽아 기다린단다. 더욱이 널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단다. 훈련 사진이 올라오면 교회 카페에 등재도 할 예정이다. 진수도 그랬거든. 진수 사진은 ‘숨은진수찾기’라는 재목으로 올렸는데, 네 사진은 ‘숨은재용찾기’가 되겠구나. 부대에서 사진을 올려 줄지 모르겠다. 올리기만 하면 교회 식구들에게도 다 전달하마.
재용아. 아모쪼록 훈련을 잘 받기 바란다. 몸 건강이 첫째야.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지내기 바란다.
2011년 4월 15일
이천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