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쿠샤
희망의 궁전 행복한 마음 이상향 기쁨이라는 힌두어다.
앨버트 테일러 부부의 옥호다.
파란 눈의 이국인. 사업가이며 언론인인
그가 왜 그의 옛집과 함께 최근 매스컴에 조명 되는가?
그가 살던 집이 이번 걷기의 제목이다.
딜쿠샤 딜쿠샤를 되뇌이며 걷는다.
그리고 우리가 걷는 곳의 이런저런 흔적들을 들춰 본다.
무악재.
1번 국도. 목포에서 신의주 구간이지만 현재는 판문점까지 508km길이다.
국도, 지방도의 홀수 번호는 남과 북을, 짝수는 동과 서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곳 도로명이 통일다. 종로구 은평구가 같은 도로명을 쓴다.
무악재 현재의 표지석의 글씨는 전 박정희 대통령이 썼다.
독립문역5번출구에서 만나 11명이 출발~~
날씨가 쌀싸하다. 그러나 걸을 만 하다.
옛 현저동이다. 지금은 이 이름을 쓰지 않나 보다.
재개발이다. 전세나 월세로 살 던 세입자는 또 어느 변두리로 이삿짐을 싸야 할까.
무악재하늘다리.
다리(橋)라는 것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는 것.
걸어 온 길을 뒤로 하고 다른 길을 가기 위해 다리를 지난다.
고개 또한 그렇다.
삶의 시간도 또한 그렇다.
건넌다는 것, 넘는다는 것. 묘한 느낌이다.
시간을 건너고 인연의 고리도 넘는다.
고개 위의 다리. 멀리 아득함도 보이고 앞의 또다른 풍광도 마주한다.
다리나 고개는 이어 주는 끈이면서 이별일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의에 의해 죽음을 한 형무소가 보인다.
애국지사, 민주인사가 주검이 되어 나온 그곳이다.
모진 고문과 회유 모욕을 당한 사형수들.
애국지사 민주인사 많은 분들이 숨진 곳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 조차 옮기기가 좀 그렇다. 지금은 형무소역사관이라고 부른다.
손에 닿을 듯 안산의 정상 봉화대가 보인다.
무악동 개나리 동산은 노랗게 물든 황금 언덕이다.
노랑 파랑 그리고 한 점의 하얀 구름.
개나리동산을 배경으로 인증샷~
어머나~노란물 들겠네.
남산은 물론이고 관악산 청곗ㄴ 우면산 그리고 남한산성이 다 보인다.
계단을 타고 엄청 올라왔나 보다.
개나리 위에는 빨간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다.
뒤돌아 본다. 노랑동산이다. 건너 안산자락길에도....
청계산과 관악산 그리고 두 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 아래 고개를 삐죽 내민 개나리꽃.
답답하겠다. 사람을 위해 놓은 계단. 그 아래 개나리꽃.
잠시 시선을 마주한다. 미안한 마음이다.허리를 낮추어 셔터를 누른다.
바람이 세차다. 진달래가 파르르 떨고 있다.
그럼에도 그 자태가 곱다.
바람 속에 핀 꽃. 그 바람에 실어 꽃말의 '사랑의 기쁨'을 전하나보다.
또 다른 꽃말인 '기쁨'으로 말이다.
우리가 진 온 길은 정상 탐방로가 아니다.
이 길을 올라와야 진달래의 자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택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 칼바람도 견딘 꽃이다. 그래서도 택했다.
위에도 아래에도 온통 노란색이다.
건너 온 길을 다시 본다. 아니, 진달래를 다시 본다.
석양이 드리운 개나리와 진달래가 곱다.
마지막 개나리꽃 터널이다.
이름이 끔찍하다. 해골바위다.
저 아래 선바위의 뒷태다.
그 너머로 성곽길이 들어온다.
성곽 너머로는 용마산이 보이고.
내사산의 서쪽 안산에서 동쪽 외사산인 용마산을 본다.
무학대사도 여기 어디 쯤에서 남산(남쪽 내사산) 과 관악(외사산 남쪽)을 보았으리라.
낙서 투성이인 바위를 지난다.
우리들 그림자가 길어진다. 5시 25분.
이름은 공포스럽지만 웃자.
로따의 그림자도 곱사리를 낀다.
이름이 공포 스럽지만
조심 또 조심하며 바위길을 내려온다.
해는 서녘으로 빠르게 기운다.
선바위.기괴한 바위다.
기도빨이 세단다. 불전함이 눈에 보인다.
국사당 안내판을 읽어 본다.
나라의 안녕을 위해 비는 공식적인 곳이었다.
이곳에 매정이 있다.
막걸리와 담배도 판다.
인왕산 호랑이. 울단 아기도 이 소리만 들으면 울음을 그친다는 그 호랑이.
옛날에는 경복궁에도 어슬렁거렸다던가.
얼마나 많았고, 인명 피해가 많아 호란(虎亂)이라고 했을까.
지금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지만.
호랑이는 절에 지금도 있다.
산신각에 있다. 절의 중심인 대웅전 보다 위에 거의 있다. 이름은 좀 다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산신령인 호랑이가 꼭 있다. 우리나라에만 그렇다고 한다.
즉 호랑이는 기도의 영물이다.
성곽이다.노을빛이 드리운 성곽 너머에는 시내는 물론 아차산에서 망우산에 이르는 능선이 보인다.
성 아래 꽃이 핀다. 매화가 맞는가?
여기도 개나리꽃이다.성곽길 개나리꽃에 다시 눈길을 얹는다.
인도의 어느 공주 설화가 떠오른다. 그 공주가 죽어 개나리꽃으로 환생했단다.
눈부신 황금빛 개나리꽃.와르르 피어 또 와르르 떨어지는 봄의 꽃.
꽃말이 기쁨이라던데.. 수긍이 가다가 만다.
그리고 왜 하필 앞에 개를 붙였을까.
식물학자에 의하면 개라는 말로 시작하는 꽃 등 식물은 흔하다고 개자를 붙였다고 한다.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식물도감을 보면 개로 시작하는 꽃이나 풀 이름이 자그만치 400여종이나 된다.
진짜로 너무 개돼지 취급한거가 아닌지.
옛날에 아이 이름을 개똥이로 지었다지. 이때 개는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라는 의미였다던가.
아이구 로따가 개소리한다고 민원있을라.... ㅎ
꽃이 있는 길은 운치를 더한다.
특히 여심은 그냥 지나치질 안는다.
남정네도 예외는 아니다.
수선화. 담밑 작은 텃밭에 피었다.
같은 노랑색이지만 느낌이 개나리꽃과는 또 다르다.
꽃말처럼 고결하다.
우리가 찾아가는 딜쿠샤 입구이다.
앨버트 테일러의 집이 지척이다.
앨버트 테일어와 옥호 딜쿠샤를 떠올리며
수선화의 또다른 꽃말인 자존심을 생각해 본다.
구하기 힘든 사진이다.
카페 자우게시판에 있는 딜쿠샤를 휴대폰으로 보고 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3.1운동은 물론 제암리 만세 사건 등을 세계에 알린 그다.
이로 인해 강제 추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여기 한국에 뼈를 뭍었다.
내년에 공사가 완료되고 이 집을 개방하면 다시 와야 겠다.
수선화가 없으면 다른 꽃이라도 사들고 그의 사진 곁에 놓아야 겠다.
수령 500년이 다 되어가는 은행나무. 권율 장군이 직접 심었다고 한다.
딜쿠샤와 마주 보고 있다.
권율의 사위 이항복의 시 한 수를 옮겨 본다.
젊은 시절에 지었다고 한다.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과 함께 특유의 여유와 낭만을 엿볼 수 있다.
이 몸이 배가 되어
나는 항상 소망하지/곡식 만 섬을 싣는 배가 되었으면/
배 안 넓은 곳에/다락을 세웠으면 하고
동으로 남으로 가는 나그네를/때가 되면 모두 건네주고
해 질 녘에는 무심히/두둥실 노닐었으면 하고.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필운대를 꼭 가봐야겠다.
거기서 시연회를 자주 열었다고 하니.
이제 서촌마을로 들어선다.
간판 하나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허름한 간판 '커피한잔'
한 사나이가 턱을 괴고 앉아 있다.
커피 한 잔에 생각 한 잔을 마시나 보다.
간판도 특이하지만 쇼윈드에 비친 실내가 정겹다.
티벳의 속담이라고 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민족의 심성을 나낸 말이아닐까.
빵나무란 이름을 단 커피숍.
갑자기 커피가 땡긴다. 나만 그런가?
간판고 함께 등불이 따스히 다가온다.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의 작은 항아리가 운치를 더한다.
골목골목에 한옥이 보인다.
가방과 모자가 보인다.
저 모자를 쓰고 저 가방을 든 여인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녀와 마주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주책이라고 욕 먹을라.ㅠㅠ
몇개의 공방과 음식점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효자베이커리에 들어가 빵을 산다.
이 집의명품은 콘브레이드.
사람 머릿수 보다 더 사는 것 같다.
대오서점과 제비다방을 지나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섰다.
시래기를 주 식재로 여러 매뉴가 있다.
상호가 순박해 보인다. 전에도 걷기 후 찾은 집이다.
지금은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다.
전에는 금천시장이라고 했다.
이 골목시장에 진짜 떡볶이할머니 우너조가 계셨다.
몇년전 94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그후 이 골목에는 떡볶이 노점은 사라졌다.
지나간 날은 그립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 가고 싶다.
그 마음을 다소 해소하는 것이 시간여행이 아닌지.
저녁도보는 그런 맛을 더해 준다.
오늘은 서촌의 사분의 일도 못갔다.
다음에 다시 이 마을을 찾아야겠다.
함께한 사람들
거름님 혜리미님 포르투나님 티라미슈님 항아사님
보리밥님 영순이님 바기엄마님 언제나님 죠슈아님
첫댓글 아~ 너무 운치 있어요. 우리가 영화배우 된것 같으네요.
오후에 걸어서 이색적 이였는데~ 리뷰 하니까~
더 마음에 각인 되네요. 틈틈이 잘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잉~? 왕년에 영화배우아니셨나요? ㅎ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일총까지 맡으시고 커피타임에는 통크게 OO을 여시고...수고 하셨습니다.
인왕산 중턱에서 내려다 본 서울 풍경에 마음이 탁 트이며 시원했습니다. 어릴 적 뛰놀 던 골목길을 걸으니 저녁 먹으라고 부르던 엄마 목소리가 들릴 듯 했구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리딩해 주신 로따님 감사합니다
날씨가 생각보다 쾌청해 조망이 아주 좋았지요.
불빛이 새어나오는 한옥 골목 풍경에 옛 생각도하셨군요.
와우!
우리가 함께 거닐던 길을
멋지고 아름답게 묘사 하셨어요!
자세한 설명과
영상 감동입니다!!
수고 많이 하셨고
고맙습니다!!
그냥 길이지만 이야기를 입히면 또다른 느낌이 오나 봅니다.
영순이님과 함게한 저녁걷기, 저도 즐거웠답니다.
한편의 영화같은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딜쿠샤 역사탐방 트레킹 만족한 하루였습니다. 좋은분들과 맛집에서의 식사도 굿입니다.^^
처음 만났지만 결코 서먹서먹하지 않은 길동무였습니다.
짬나시는대로 이런저런 걷기에도 함께하시리라 믿~습니다.
개나리동산이 응봉산보다 나은거 같네요. 자연스러움이~ 내년 개나리필때 꼭 가고 싶네요. 호랑이.삽살개는 어쩌다 우리 곁을 다 떠났을까요. ㅠㅠ
응봉산 보다는 낫다기보다는 지형과 분위기가 다를 뿐이지요.
나름 운치가 있는 진달래동산이었습니다.호랑이,삽살개는 결국 우리 인간들이... ㅠㅠ
함께한것같은 착각이듭니다~
자세한설명도해주고~ 동막골시래기집엔 꼭 가보고싶습니다..
언제 짬나시면 딜쿠샤도 또 서촌마을도 찾아 보셔요.
별난 시간여행의 맛을 실감하실거예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