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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년 남간공의 행서 |
平生風味鬱陶中(평생풍미울도중)/평생 이 사람의 풍미는 답답함에 빠져있어서
杳杳雲山積十同(묘묘운산적십동)/아득한 구름 산은 10동이나 쌓였구나.
身欲奮飛嬰疾病(신욕분비영질병)/몸은 날아가고 싶지만 병에 걸려서
夢迷前路限西東(몽미전로한서동)/꿈 속 헤매는 앞길이 서쪽 동쪽 한정하였네.
屋樑顔色五更月(옥량안색오경월)/들보에 얼굴빛 같은 5경의 달이 비치고
流水心期三尺桐(유수심기삼척동)/마음을 터놓은 流水는 3척의 거문고를 타네.
爲愛來詩張壁上(위애래시장벽상)/사랑을 위해 보내 온 시 벽 위에 펼쳐노니
夜窓時復吐晴虹(야창시복토청홍)/밤 창에 다시 비가 그치고 무지개를 토한다.
<해설>
○제1연의 鬱陶의 타 시
문 사례는
o 집을 떠난 이내 가슴 다시 또 애가 타네 / 九日離心更鬱陶 : 성소 부부고(惺所覆瓿藁) 제1권
o 어찌 답답함 견디겠나 / 那堪久鬱陶 : 송자대전 제3권
o 벗의 마음 속절없이 그리워한다오 / 朋情謾鬱陶 : 용재집(容齋集) 제2권
○제2연의 積十同의 동은 량의 단위 인데 그 수치의 양은 찾지 못하였 으나 여기에서는 덩치로 봄이 타당할 것 같다.
○ 限西東의 시문구 사례
o 서쪽엔 뽕나무 동쪽 보리밭 /桑陰麥壠限西東 : 계곡선생집 제33권
o 하늘이 절경으로 서쪽 동쪽 한정 하였네 /天敎絶境限西東 : 부상록
o 聖恩未必限西東 : 金先生憂亭集卷之三
o 此心元不限西東 : 企齋集卷之八
o 大開橫亘限西東 : 八谷先生集卷之二
o 今來離索限西東 : 孤山先生文集卷之三
위에서 본 바 限西東은 일반적으로 문학적 표현으로 즐겨 쓰는 관용구 같다.
○제5연의 「들보에 얼굴빛 같은 5경의 달이 비치고」라는 표현은 즉 들보에 5경의 달을 보려면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 잠 못 이루는 사연을 이리 표현 한 것이다.
○제6연의 「마음을 터놓은 流水는 3척의 거문고를 타고」의 표현을 음미해 보면 자갈바닥 깔린 냇가로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흐르는 물이 내는 소리는 자갈에 부딪치는 만큼 시원스레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마치 3척 거문고 소리라고 문학적 표현을 한 것이다.
이 시를 전체적으로 음미해 보면
남간의 속마음은 사실상 답답함에 빠져있다고 호소한다.
자식된 도리로서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에게 영광을 안겨 드려야 하고, 벼슬을 통해 생활의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 모두를 해내지 못하여 비록 시문은 쓰고 있지만 평생 짐을 지고 있었을 것이다.
앞날을 내다보면 특별히 기약된 것은 없어 구름에 가린 아득한 산이
열 겹이나 쌓였다는 표현인 것 같다.
몸은 곧 날아갈 것 같지만 병약하여 앞길이 마치 꿈속에서 헤매고 꽉막힌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잠이 올 것인가.
5경에 이르러 달빛은 들보에 걸려 있을 때까지 잠 못 이루는 나날들,
자신은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는데 계정 아래로 흐르는 물은 자갈에 부딪쳐 재잘거리며 흐르는 것이 마치 거문고 타는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계곡이 보내준 詩札을 펴 벽에 걸어 놓고 보니, 밤 창에 비 그치고 무지개를 토해 낸다고 표현 하였다.
전체적인 시의 음미이다.
그러나 한 문구씩 시적 해석을 붙이려는 것은 대단히 여렵다.
奉和羅同年南磵(봉화나동년남간)/삼가 나동년께 화답하다
글/계곡 장유
재벌번역/나천수
知君才調擅南中(지군재조천남중)/그대 알기를 재주가 남녘에서 뛰어났기에
宿昔相從氣味同(숙석상종기미동)/지난날 상종해 보니 마음과 취미가 맞았도다.
苜蓿自應供翼北(목숙자응공익북)/목숙은 익북에나 주는 것이 당연하고
葫蘆誰復問江東(호로수복문강동)/호로는 누가 다시 강동에 있다고 묻는가.
湖鄕不數千竿竹(호향불수천간죽)/고향에는 천 줄기 대나무를 세지도 않는데
溪閣新栽幾樹桐(계각신재기수동)/계각에서는 새로 몇 그루 오동을 심었다.
佇待秋風來射策(저대추풍래사책)/가을에 오셔서 죽찰 잘 뽑아 과거시험 보기를 기대하노니
片時聲價跨烟虹(편시성가과연홍)/잠깐 동안에 명성은 무지개 연기처럼 솟으리라.
<해설>
○ 1연, 2연은 남간을 먼저 위로하는 시적 표현이다.
○3연의 翼北은 말의 명산지이다. 목숙은 馬草의 일종으로 계곡 자신이 목숙 같은 마초 정도의 쓸모라는 뜻으로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하기 위해 인용한 듯하다.
○葫蘆에 대한 필자가 조사한 고사는 다음과 같다.
즉 옛사람을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창안해 냄을 이른다.
송 태조(宋太祖)가 한림학사(韓林學士) 도곡(陶穀)을 조롱하기를, “듣건대 한림학사는 제서(制書)를 초할 때 옛사람의 작품을 베껴 가며 조금씩 말만 바꾸었을 뿐이다. 이는 바로 세속에서 이른 바 ‘조롱박 모양만을 본떠서 그려 낸다.〔此乃俗所謂依様畫葫蘆耳〕’는 것일 따름이니, 힘쓴 것이 뭐가 있다고 하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東軒筆錄卷1》
이 고사가 맞는다면 4연의 호로는 계곡 자신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 된다. 즉 계곡 자신도 조롱박 모양의 본을 떠서 글을 쓴다는 표현인 듯하다.
그런데 남간집 해설을 보면 葫蘆는 人名으로 강동에 살면서 占을 잘 쳤다고 하는데, 필자는 이 인용된 옛 고사를 찾지 못했다.
만약에 이 고사가 맞는다면 7연에서 죽찰 잘 뽑아 복불복으로 과거 시험을 치른다는 시문으로 보아, 강동에 정말 호로라는 점쟁이가 있다면
과거 시험 문제를 점을 쳐서 얻어 내겠다는 뜻 같은데,
1연, 2연까지는 문맥이 물 흐르듯 가다가, 3연 4연 5연은 계곡의 고차원적인 표현으로 해석의 문맥을 물 흐르듯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5연의 죽찰을 많이 만들려면 대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므로 계곡 자신의 고향[湖鄕]에는 그렇게 심은 대나무가 너무 많아 세지도 않는데
남간의 정사 계정에는 전혀 과거시험과는 관계없이 오동나무를 심는다고 비유 한 것이다. 오동나무는 상상의 새 봉황이 내려앉는다. 봉황은 바로 남간을 의미하지 않는가.
○ 사책(射策)은 과거의 한 가지 방법이다. 경서(經書) 또는 정치상의 의문을 죽찰(竹札)에 써 놓고 수험자로 하여금 그 죽찰을 뽑아 해답을 논문으로 쓰게 하고, 그것으로 우열을 정하던 시험이다.
○ 문과 1차 시험은 가을에 치르므로 추풍이란 단어를 쓴 것 같다.
○남간 그대도 가을바람 일어날 때에 죽찰 잘 뽑아 복불복으로 과거 시험에 합격하면 잠깐 동안에 명성이 무지개처럼 솟아난다는 글 같다.
본 시는 인용문구가 너무 어려워 정곡을 찔러 해석를 하였는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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