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캠핑다니면서 사진도 잘 안찍고, 후기도 쓰지 않았더니 많은 정보들에 머리속이 꽉차서 논문이라도 써야할 것 같다.
때는 봄이라 이리저리 꽃구경에 나다니다 보니 어느새 캠핑한지 벌써 4년이요.. 100번을 넘어간다..
25도를 넘나드는 따뜻한 날씨에 갖가지 꽃들이 만개하니 본격적인 캠핑시즌이 도래하였음을 북적대는 캠핑장에서 실감한다.
캠핑을 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들과 좋은사람들도 많았던 만큼이나 짜증나고 힘들고 열받았던 기억들도 못지 않을께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이나라 국민성은 어느정도 인지하고 살고 있고, 같이 묻어가며 살아간다.
적어도 캠핑문화쪽에서 어떤 사람들의 개념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듯 하다.
06년 여름 유명산에서 있었던 간단하지만 강렬했던 경험은 우리나라 캠핑문화의 극단적인 예가 될 듯 하다.
새벽2시쯤 되었을까? ~~ 술먹고 떠드는 소리에 잠못들던 한 캠퍼가 텐트안에서 한마디 했다.
"이제 그만 좀 잡시다.~~ ( 물론 나도 잠못들고 있었기에 기억하는 내용이다. 내 기억에 무척 점잖게 말했던것 같다.)
돌아온 대답이라는 것이
야 ! 내가 놀러왔지 자러왔냐? 였다. 허걱~
그 이야기를 들었던 텐트안의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할말을 잃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달라진건 별로 없다. 달라진거라면 몇배는 더 많아진 캠핑인구뿐.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불붙이겠다고 30분이 넘는 토치질 소리에 잠이깨고, 찌질이 라디오 소리에 인상찌푸렸으며
식수대 수도꼭지에 애완견 주둥이 갖다대고 물먹여서 퐁퐁으로 닦아내고 설겆이 해야 했다.
풀어놓은 강아지 똥싸고 돌아다니는걸 보면서 발로 차버리고 싶은 심정 꾹꾹 눌러 참았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들이 대여섯명만 되어도 톰과 제리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캠핑장 부근 야산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느라 힘도 많이 들었지만 괴물보듯하며 죽어라 도망다니는 녀석들의
즐거운 표정은 잊을 수 가 없다.
아들아이와 딸아이를 데리고 인근 슈퍼에 가려는데 처음본 담이가 같이 가겠다고 울부짖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톰과제리 놀이해준걸 고맙게 생각했는지 먹을걸 가져왔던 딸기홀릭님 아들아이도 보고싶고,
항상 씩씩했던 백두대간님네 상진이, 우람한 개구쟁이 마늘쫑님네 연우, 연준이 에너지님네 이쁜경서와 똘이장군
톰과제리할때 잡으러 갔더니 신발벗겨진지도 모르고 울먹이며 도망가던 보안관님네 석우..
꾸숑님네 종민이 윤진이는 잘 크고 있는지... 조은빛님네 윤우의 사회와 솔비의 단독콘서트도 빛바랜 사진처럼 스쳐지나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캠핑이 장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초창기 캠핑때 휘황찬란한 사이트에 문화적 충격을 받아 시달리기도 했고, 또래 아이들이 손바닥만한 DMB에서 나오는 영화를 같이 보지 못해 침울해 하던 아들아이를 보면서 속상하기도 했으며, 심취, 연구, 개발, 노력을 기울여가며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아빠의 노력이 온가족을 편안하고 따듯하며 쾌적하게 캠핑할 수 있게 한다.
아빠는 최소한의 노력과 성의는 보여야 비오는날 텐트 무너져 " 집나가면 개고생" 이 되지 않게 해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아내와 아이가 아닐까... 나야 아이들에게 조금더 비중이 있다 할 수 있지만...
아내에게 한번이라도 설겆이를 더 거들어 주어야 하며, 아이들과 더 놀아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
싸구려 자동텐트에서 잠을자고 돗자리에 앉아 식은밥을 먹어도, 밥하고 설겆이 하는 고단함을 대신해주고
야구하고 축구하며 같이 뛰어놀아주는 아빠. 의자에 앉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산에올라 꽃이름을 말해주는...
그것이 진정한 자연과의 조우이며 캠핑이라는 장르의 참맛이 아닐까...
이번캠핑은 북적대고 소란했던 캠핑장의 추억만이 남아있다.
찌질이 라디오소리를 영락없이 들어야 했고, 즐거운 야밤의 불꽃놀이와 술파티를 버텨내야했다.
맘이 악해져서 아들아이 RC카가 운동장을 누비며 먼지날릴때 내버려 두었다.
09년 4월 둘째주 해일농장에서 운동장 먼지에 인상찌푸리신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캠핑장에서 소음 규제 및 음주 규제하면 어떨런지요., 지나가다 넉두리 한번 해봤습니다.,^^
장비는 한개도 없고, 경험은 더더욱 없지만........참 공감가는 선배님 글이네요. 좋은아빠 본보기로 우리 둔탱이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ㅎㅎ 멋진글 잘 읽었슴다. ^^
공감,,,,,,,,좋은 글...한번쯤 우리 캠핑문화를 생각 하게 하는 군요!. 카페에서 홍보 같은것(밤10시 이후에는 밤하늘 보기).. 모 이런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