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라배마 현대차] 공장 짓게 하려고 州法까지 고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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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건설 중인 현지 자동차 공장의
모습. 현대차는 오는 2005년부터 이 공장에서 중형 승용차인 EF쏘나타의 후속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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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동부의 앨라배마주(州) 몽고메리시(市)에 자리잡은 현대자동차 공장에는 노조가 없다.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면서 앨라배마주 정부가 노조 없는 공장 설립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미 1997년 앨라배마주에 입주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M 클래스 공장에도 노조가 없다.
앨라배마 산업 개발 훈련원(AIDT)의 게리 위버(Weaver)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때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은 아침에 출근할 직장이 없다면 오히려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은 2005년 완공 후 60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고속도로 65번과 331번 국도 사이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는 210만평 부지(여의도의 2배)에는 현재 토목공사와 기초공사가 마무리되고, 철골 설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조립공장을 중심으로 엔진, 프레스, 차체, 도장, 용접공장이 들어서는 이곳의 공사 진척률은 25% 정도.
현대자동차는 오는 2005년부터 신형 쏘나타 양산에 들어가지만 지역 주민들과 행정기관의 ‘현대 사랑’은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인구 25만명의 작은 소도시 몽고메리를 가로지르는 65번 고속도로에는 한글로 “현대자동차를 환영합니다”라는 대형 표지판이 붙어 있다.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다. 몽고메리시는 현재 66명인 현대자동차 파견 직원을 위해 ‘현대 가족 지원’ 부서를 신설했다.
부서 직원 2명은 아예 현대자동차 사무소에 상주하면서 현대 직원 가족들의 애로사항 ‘해결사’로 나섰다. 주택 구입에서부터 전기, 가스, 물, 상하수도,
쓰레기 수거 등 공공시설 신청을 대행해주고, 주재원 자녀들이 학교 버스를 타는 데 헷갈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음악과 무용을 전공하려는 주재원 자녀들을
위해 몽고메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몽고메리 발레단에 요청해 자녀들이 개인 레슨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준다. 지난해 추석에는 주재원 가족들을 몽고메리 동물원에 초청, 동물원측에서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몽고메리시 현대 가족 지원팀 진 샤보노(Charbonneau) 팀장은 현대자동차 주재원 66명의 자녀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교통 법규를 위반해도 ‘현대’라는 말 한마디면 무사 통과다. 휴스턴에서 몽고메리 현대자동차를 방문한 한 청년이 늦은 저녁 식사 후 휴스턴으로
돌아가다가 과속으로 순찰차에 걸렸다는 것. “현대자동차에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왔다”고 사정하자 교통 경찰이 “한 번만 봐준다”면서 딱지를 끊지
않았다. 몽고메리 시장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XG 300을 타고 다니고 싼타페를 타는 지역 주민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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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주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불가능’이란 없다. 앨라배마주가 현대자동차에 210만평의 자동차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은 원래 주 정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99년 리스를 한다는 조건이었지만 현대자동차가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자 주 정부가 헌법을 개정해 현대에 소유권을 넘겨주었다. 주 정부 부담으로 직업 훈련원생을 모집해 그중 적임자를 훈련·채용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향후 2년간 지역신문에 주 정부 예산으로 현대자동차 광고도 내준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의 빌 랭 대변인은 “현대자동차가 1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주 정부로부터) 각종 인센티브로 돌려받는 금액은 약 2억5000만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몽고메리(앨라배마州)=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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