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동아마라톤?? 히힛 클릭!!! 신청 ㅋㅋ
입금완료!!!
“여보 나 마라톤 풀코스 신청했어.. 그래도 첫 풀코슨데 응원 올 거지?? 제주도까지 따라 오는 사람들도 있어.”
“언제하는데?” / “3월 15일.” / “춥지않아?” / “............”
그렇게 시작된 동아마라톤이었다. 아마도 그날의 대화 이후 훈련을 안했다는 핑계를 대본다.
가슴 벅찬 기억을 떠올리며 이틀 전 내 모습을 복기해본다
3월 14일
내일 입을 옷들과 파워젤, 선크림, 신발, 기록칩 등을 챙기고...
수분보충도 충분히 한 것 같고... 뭐 잊은 건 없겠지?
잠을 청한다.
3월 15일 01:** 즈음
잠을 자다가 이쯤이면 늦지 않고 광화문에 도착할 수 있겠지???
핸드폰 시계를 만져보니 1시 **분.
아~~ 긴장했나보다. 충분한 수면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잠을 자고 깬 것이다.
사실 긴장할 만도 했다.
2014년도 10월 중순경에 하프마라톤 완주 후 게으름 덕에 동계훈련을 안 한터라 동아마라톤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당시 체중은 75~76kg이었고 70kg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무릎보호를 위해 포기하겠다고 생각했고, 또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 체중은 80~81kg, 2015년 훈련 횟수는 약 3회 정도로 모두 15km이하의 몸풀기 운동수준...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계획을 거스르고 말았다. 기어 들어와도 참가해보기로... 선배님들이 종종 말씀하시던 생체(생활체육)을 나는 생체실험으로 감행해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 만약에 무슨 탈이라도 생겼다면 반대상황이 되었겠지만...
요즘은 워낙에 준비된 회원분들이 많이 가입하셔서 걱정은 없겠지만 저처럼 준비 없이 오시는 분들은 제 완주기를 읽으시고 생체실험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4:30
다시금 잠을 청하고 자연스레 눈을 뜨니 설정된 알람시간보다 약 15분 일찍 깨어났다.
어제 뭔가 잊은게 있었다. 아침식사!!!
탄수화물을 섭취해야하는데... 마침 라면이 번뜩이며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건 좀 아니다싶어 집 앞 김밥집에서 식사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와 장을 비우고 목욕 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데 와이프가 나와서 다치거나 아프면 바로 중단하라는 당부와 함께 같이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쉬운 마음과 응원을 전달해주었다.
5시 53분 전철을 타러 마두역으로 향했다. 마침 개찰구를 지나시는 김병주 선배님을 만나게 되었지만 다음 열차를 타신 다기에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처녀출전인 나로서는 일찍 가서 준비하는 편이 안심이 될터라 먼저 가기로 하여 나홀로 전철에 올랐다.
역을 지날 때마다 동아마라톤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자 몇 시간 뒤 일어날 일들이 점차 실감나기 시작했고 벅차오름과 설렘 그리고 긴장감이 고조되어 준비한 물로 연실 목 축이기를 반복했다.
6시 40분쯤 경복궁역 화장실에서 흰 장발을 한껏 뽐내시면서 들어오신 임진영 고문님을 옆사로?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경복궁역 지하2층 역사에서 임진영 고문님과 함께 입과 몸을 풀다 보니 일철 선배님들이 한 분, 두 분 모이게 되었고 가벼운 담소와 함께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7시쯤 김병주, 김재곤 선배님과 소지품을 맡기러 이동 중
소지품을 맡기고 보니 갑장 이한성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쭉 뻗은 몸매에 깔끔하고 단정한 마스크를 지닌 일철 갑장 ^^
그간 대회 참여를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레 물으니 sub-4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나는 한성씨가(나중에 만나서 말놓고 지내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 믿었고 응원했다.
출발 전 강종수, 마원철, 김용식, 김은파, 조성식 선배님들과 잠깐씩 마주 할 수 있었고, E 그룹에 포함되어있던 한성씨와 거의 출발 직전까지 함께하고 각자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A, B 그룹이 출발하고 약 8시 20분경 C, D, E 그룹의 레이스 시작을 알렸다.
생각보다 춥지 않고 상쾌한 날씨, 한적한 종로일대, 어려서부터 종로, 을지로, 청계로를 다녀봤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주변 풍경이었지만 대회 날은 왠지 새롭게 느껴졌다.
2km 까지 오버하지 않고 약 6분 30초 정도의 페이스로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6분 정도로만 뛰어도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훈련을 하지 않은 나에게는 6분도 버거운 페이스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10km (01:05:38)
10km 표지판을 보며 무릎이 아프질 않아 걱정을 조금 내려놓았다. 그리곤 파워젤을 하나 먹고 급수대에서 물을 한 모금, 근처 빌딩의 화장실을 가는 여유로움까지 보였다.
보신각에 다다르기 얼마 전부터 기운이 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보신각 코너를 돌며 귓가에 들려온 풍물패의 신명나는 응원소리에 나도 모르게 기운이 솟아났다. 난 항상 그래왔다. 고교시절부터 활동했던 풍물패. 대학시절까지도 어디선가 악이 울리면 내 가슴은 요동쳤고 발걸음은 어느새 풍물패 앞에 멈춰있기 일쑤였다. 그랬던 나였기에 아마도 힘이 절로 났던 것 같다.
종로의 도로사정은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곳곳에 갈라진 아스팔트.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차량들이 지나갔을 터... 상태가 좋을 리 없다.
종로는 오늘은 왠일인지 했을 것 같다. 차량의 무게를 실은 무겁던 타이어는 오간데 없고 가벼운 발자국이 그 자리를 대신했으니 말이다.
19km
19km 표지판을 보자마자 파워젤을 하나 섭취했다. 왜냐면 20km는 초코파이 보급이 있기 때문이다.
20km(02:15:59)
기록은 완주하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 마라톤시계가 가끔 오류를 일으켰지만 내가 측정한 것도 비슷하게 나왔기에 5시간 안에 들어가는 것이 큰 무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척이나 허기를 느꼈던 나는 특별 보급지에서 바나나 한 개-초코파이 한 개-또 바나나 한 개-또 초코파이 한 개를 섭취하고 세 번째 초코파이는 뒷주머니에 하나 더 찔러 넣었다.
그래서 25km에서 초코파이를 먹고 32km에서 일철 꿀물보급, 37km에서 파워젤, 40km에서 파워젤을 섭취하면 되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훈련 없이 대회에 임한 나는 약 23~24km 부근부터 급격한 체력저하가 시작되었고 25km 즈음에서 그만 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떠올리기도 했다. 25-30km 구간기록은 00:47:18 심지어 31km 부근에서는 인도로 올라가라는 진행요원의 방송을 듣게 되었다. 아~~ 까마득하다. 조금만 더 가면 일철자봉을 볼 수 있는데,,,
이때도 한번 포기할까 생각을 했다. 자봉이 철수 안했으면 그냥 합류할까 고민 했지만 김난선배의 작년 후기가 떠올랐다. 왠지는 모르지만 도로통제가 끝나고 인도로 가야하는 길은 무척이나 외로웠을 것 같다. 아마도 그게 나에겐 약이 되준 것 같다. 외로운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말라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한번쯤 이뤄졌던 것 같다.
인도로 올라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달렸다. 32km를 지나 횡단보도 앞에 잠시 멈춰선 나는 철수하려는 일철자봉을 어렵게 만나게 되었다. 꿀물을 한 통 받아 마시는데 박치완 선배가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셨다.
나는 5시간 넘게 가도 완주메달을 주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메달도 완주증도 나온다는 답변!!!
그럼 계속 할께요!! 라는 외마디를 남긴 채 다시 달렸다.
천근, 만근 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발바닥을 잡아 뽑아 올리며 달렸다. 자양동 사거리에서 우회전하기 직전에 파워젤을 하나먹고 닭강정집에 무작정 들어가 물 한잔을 얻어 마셨다. 아무래도 난 이집에 한번 방문해야지 싶다.
다시 앞으로 살짝 돌아가서 31km부터 우연치 않게 나의 후반부 러닝메이트가 된 한 여성분이 계시다. 인도와 도로를 오가는 외로운 레이스였지만 서로 알게 모르게 경쟁과 의지를 했던 것 같다. 좀 어려 보였고 검정색 털모자를 썼기 때문에 눈에 띄었다. 아마 레이스 후반부에는 그분 덕에 속도를 좀 더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분(이후로는 털모자)은 걷다 달리다를 반복했고 나는 꾸준히 느리게 뛰었기 때문에 서로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였다.
잠실대교가 보이자 털모자는 나를 성큼 앞서 나갔다. 따라만 가려고 했지만 멀리 아주멀리 가버렸다. 잠실대교를 건너 석촌호수를 건너기 바로 직전 털모자를 발견했다. 아마도 상당시간 걸었던 모양이다. 그때 털모자는 내게 길을 물었고 나는 코스맵을 어느 정도 숙지했던 터라 털모자에게 석촌호수 지나서 우회전 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나는 거짓말처럼 발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아마 마지막 파워젤이 약발을 내는 것 같았다. 지금껏 뛴 것과는 다르게 속도가 붙었고 털모자도 이를 느꼈는지 내 뒤를 붙어서 따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털모자는 38~39km 부근부터 점점 뒤쳐졌고 나는 종합운동장직전 횡단보도까지 체감상 정말 잘 달렸던 것 같다.
마지막 횡단보도의 신호가 길었던 탓일까? 아님 에너지를 소진한 탓일까? 종합운동장을 따라 돌아갈 때는 속도가 한층 줄어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주경기장 남문에 도착했다. 그때 좌측에서 장진영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뱃살 좀 어떻게 해야겠다. --;
42.195(05:41:56)
어둠을 지나 넓게 펼쳐진 관중석과 트랙. 마치 올림픽 영웅이 된 듯한 착각이 나를 휘감고 혼자만의 감상에 젖어 트랙을 돌았다. 그렇게 내 생에 첫 마라톤 풀코스는 끝이 났다. 전광판에 보였던 6시간 5분의 기록.
메달을 받고 일철아지트에 가니 현성선배님이 맞아주신다. 감사하고도 미안한 순간이다. 아마도 많은 선배님들이 한참이나 기다리다가 자리를 뜨셨으리라 생각하니 더욱 더 죄송할 뿐이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처음이라 용서를 구할 뿐 두 번은 안 된다. 훈련 없이 대회에 참가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에필로그
이번 대회 포기할까 했지만 참가하며 세운 두 가지다짐!!! 5시간 안에 들어오자. 걷지 말자.
두 가지 중 하나는 지켰고 나머지 하나는 지키지 못했다. 아마도 걷지 말자는 다짐은 철인코스 이외에는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고 마라톤 풀코스 5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은 다음 대회로 미루기로 했다.
나가지 말았어야 했던 첫 마라톤 풀코스를 부상 없이 완주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신 일철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봉으로 수고해주신 선배님들도 특별히 감사드리고, 부상에서 회복하신 류혁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또한 첫 싱글 기록하신 강종수, 노종남 선배님도 축하드려요(맞죠?)!!!
80회 완주를 무사히 마친 김용식선배님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첫 풀코스완주한 갑장 이한성, 이성희선배님 아들분도 축하합니다!!
첫댓글 고생했네요. 글을 읽자니 내가 찡합니다.
완주 축하하고 담엔 충분한 훈련후 참가를 권합니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뭔가 부족한 후배라 조언해주실게 많으니...
훈련때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좋은 경험했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잖아요?? ㅋㅋ
레드짐에서 온몸이 빨갛게 되도록 훈련 잘하세요^^
철인이 하지말아야할 경험만 쌓이는 것 같아요..
교본을 하나 내도 될 듯...
열심히해야죠...ㅎㅎ 은잡사 탈출을 위해??
ㅎㅎㅎ 20년전 나를 보는거 같아...20년뒤 섭쓰리를 향하여...생체!
하핫...설마요...
따로 축하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섭쓰리는 욕심안나고 20년뒤는 탐나네요...길게길게..^^
ㅎㅎ 그래도 완주~ 부러워요 ㅎㅎ
선배님 후기가 정말 힘이 되었어요... 아마 못봤으면 완주하기 힘들었을거에요...
담에는 페메해 주소~~~^^
잘끌어 드리겠습니닷???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그렇죠??
감사합니다~~~
완주 축하합니다.마지막 주자까지 꿀물을 전해주어서 다행이였습니다.
감사해요~~
저도 클럽꿀물을 먹고싶었답니다 ㅋ
고생하셨네요
마라톤 아직 한번도 경험못한
곧 나의 모습이네요
완주 그저 부럽기만합니다
ㅎㅎ 저보다 준비잘하시고 좋은 성적으로 완주할수 있을거에요~~
큰 고생 했지만 참가하길 잘한겁니다. 힘! 황주호!
감사합니다~~
결과적으론 출전하길 잘한것같아요^^
완주만해도 잘한것임.축하해욧!
완주 자체가 기적이에요^^
후기 재미나게 읽었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임에 틀림없지~ 포기않고 완주한것 축하하네!
감사합니다...함께 했음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아마 중마 때 보다 더 좋은 기록 나오셨을텐데...
인도로 올라가서도 완주한 멘탈에 박수ㅎㅎ
고생했어요. 이젠 37번 국도에서 봐요^^
ㅎㅎ 저 의외로 독한데가 있나봐요..
그보다 담부턴 인도에서 안뛰고 싶네요..ㅋ
진정한 마라토너 에게 박수 ㅉㅉㅉ~~!!!
ㅎㅎ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도 격려해주시니 감사해요...
주호씨 완주 축하해~ 대회출전 전무인 나도 있는 데 부럽다~
^^ 몸 많이 좋아지셨어요???
담엔 꼭 함께 해요...
완주 축하하고 무릎 부상 조심^^
고생 마니마니 했넹 회복 잘하삼
감사합니다...다행히 무릎은 괜찮아요... 근육통정도... 오늘은 계단도 별 무리가 없네요..^^
@HOya (황주호) 잘했넹 이번주에 봐^^
완주 축하하고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선배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마지막 사진도 감사드리구요..
디음에는 준비 잘 해서 철인답게 뛰기 바란다
넵... 부끄럽습니다...
고생했어 축하하고 그 느낌 잘 간직해서 다음은 일취월장
이렇게 고생스럽게는 안해야될것같아요..!!
주호! 도전했구나^^ !! 역쉬! 해 낼 줄 알았어. 시간보다는 완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마라톤의 묘미라고 생각해. 부럽다.. 나도 도전!! 곧 함께 할 수 있기를..
훈련부족으로 힘들었지만...
완주를 했기에 뿌듯했어요... 요즘 많이 바쁜가봐요..
완주 너무축하해 너무고생많았어
회복잘하고 앞으로 라이딩에서 열심히하자^^
주호 화이팅!!!
감사합니다...선배님은 준비도 많이하셨는데 후배는 잘난게 모있다고 준비도 안하고 무턱대고 나가버렸네요...축하감사합니다... 선배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주로에서 선배님 함 불렀는데...저 못보셨죠??
회복 잘 하고
회복되면 주로에서 많이 달려야 가을에 웃을수 있다
넵.. 주로를 많이 달려서... 살도 빼고 체력도 길러야 겠어요..ㅠㅠ
이번 동마에서는 주호씨가 제일 힘들고 고생했던 대회일듯
제일 크고 많은 박수를 받아야 해요 ㅎㅎ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마라토너 황주호님
축하드립니다
박수 짝짝 짝
흐흐 더 부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