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치페이퍼세트"를 사면 도안이 그려진 먹지와
아무것도 없는 맨탕의 먹지가 한 장 따라온다
헤라처럼 생긴 나이프와 철필로 살살 긁어가며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으로 꽤 집중력을 요구한다
(아름다운가게)에 있는 걸 세트당 천원씩 전부 사서
소일삼아 작업했었고
병원복도에 진열했다가 특별히 좋아하신 분들께 다 나눠드리고 딸랑 한개 남았다
중국을 여행하던 영국 사진작가가 우연히 눈 녹은 바위에서 포착한 예수님 얼굴이다
노트북화면에 띄운 다음 본을 떠서 펜촉으로 긁어 만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해도 예수님 얼굴이 안보인다는 사람도 있더라
물론 반드시 보여야만 정상인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내가 보는 걸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위의 사진은 현대주유소의 전경인데 가운데 이 회사의 로고가 보인다
파란 원 속에 있는 저 연두색마크를 볼때마다
다 먹고남은 시과뼈다귀가 생각나서
"야, 저기 사과뼈다귀 있어" 그럴때마다
"아, 진짜 사과뼈다귀 맞네~" 맞장구치는 사람이 좋다
얼마전 심심파적의 끝에 "이상"시인을 흉내 내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함부로 마구 써갈긴 문장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위의 것이 9/14에 내가 올렸던 것인데
엊그제 BUSYBEE라는 이웃님의 띄어쓰지 않은 글이
올라와 띄어쓰지 않은 글이 올라와 괜히 반가웠다
아래 캡쳐본이 그 분의 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통"이라는 말의 의미는 뭘까?
뭔가를 함께 보고 뭔가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같은 그림앞에 오래도록 함께 서 있는 사람,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비목"을 2절까지 부를 수 있는 사람,
치자꽃 향기, 고추장에 찍어먹는 찐감자, 마지막 영화프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는 좋다
시답잖은 일에 수다스런 사람,
호떡집에 불난 거 보고와서 "세상에나~호떡이 다 타버렸더라~"고 말하는 실없는 사람이 좋다
같은 노을이어도
어떤이는 이별의 회환일 수도 있고 어떤이는 첫고백으로 설레던 그리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노을은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보고싶은 노을이기도 하다
사랑이란 게 별 게 아니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하는....
그런 게 사랑이다
어디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어디를 향해 가느냐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