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발(My Left Foot)
최용현(수필가)
1932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사는 한 가난한 벽돌공의 아들 크리스티 브라운은 왼발을 제외한 전신이 불구인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의사는 아이가 식물인간이 될 거라고 했지만, 어머니(브렌다 프리커 扮)는 결코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집은 13명의 형제자매가 아침저녁으로 죽을 먹는 등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쑥쑥 자란 크리스티가 2층 침실에 올라갈 때는 어머니가 크리스티를 어깨에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간다. 크리스티는 뇌성마비에다 언어장애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저능아 취급을 받으면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자란다.
크리스티는 아버지(레이 맥널리 扮)가 만들어 준 나무 수레를 타고 형제들이 밀고 다니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왼발로 축구도 한다. 방 한쪽 구석에서 누워 지내던 크리스티가 9살이 되자, 왼발 발가락에 분필을 끼워서 마룻바닥에 ‘MOTHER’라고 쓴다.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는 크리스티를 어깨에 메고 동네 술집에 가서 천재라고 자랑한다.
크리스티는 왼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19살 청년으로 성장한 크리스티(다니엘 데이 루이스 扮)는 뇌성마비 전문 여의사인 콜 박사(피오나 쇼 扮)를 만나게 된다. 콜 박사가 집에 찾아와 무료로 치료해 주면서 크리스티의 어눌하던 발음이 훨씬 좋아지게 되고, 표정도 많이 밝아진다. 어머니가 몇 년 동안 모은 돈으로 크리스티에게 휠체어를 사준다.
크리스티는 콜 박사가 읽어보라고 준 ‘햄릿’을 읽으면서 문학에 눈을 뜨게 되고, 자기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내재해 있던 잠재력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독창적인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전시회까지 열게 된 크리스티는 콜 박사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티는 와인을 잔뜩 마시고 테이블에 머리를 찧으며 괴로워한다.
콜 박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크리스티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에 좌절감을 느끼고 ‘모든 게 허무해서 이제 끝내려 한다.’라고 유서를 써놓고 면도하는 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어머니는 ‘너는 포기할지 몰라도, 나는 포기 안 해!’하면서 크리스티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어머니는 크리스티가 혼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마당 한쪽에 벽돌을 쌓기 시작한다. 이를 본 아버지와 형제들도 합심하여 작업을 한다. 방이 완성될 무렵, 아버지가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한다. 크리스티는 왼발로 그림을 그리고 청년기에 아픈 사랑을 겪은 자신의 이야기와 열 명이 넘는 형제자매 이야기를 엮어서 남동생 베니의 타자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그린 그림들까지 넣은 그의 자서전 ‘나의 왼발’은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크리스티는 작가로서의 명성과 함께 화가로서도 인정받게 된다. 크리스티는 인세로 받은 돈 800파운드를 어머니에게 드리는데, 어머니는 아빠의 1년 벌이보다 더 많은 돈이라며 못 받겠다고 한다. 크리스티는 옷도 사 입고, 새 구두도 사서 신으시라며 억지로 떠맡긴다.
크리스티는 콜 박사의 주선으로 장애자를 후원하는 자선 음악회에 초대받는다. 거기서 일일 도우미로 온 간호사 메리에게 반한 크리스티는 자신의 책 ‘나의 왼발’을 보여주며 많은 대화를 하고 열렬한 구애 끝에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된다. ‘1972년 10월 5일 크리스티는 메리와 결혼했다.’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끝난다.
‘나의 왼발(My Left Foot, 1989년)’은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 작가 겸 화가로 유럽 전역에 명성을 떨쳤던 크리스티 브라운의 자전적 소설 ‘My Left Foot: The Story of Christy Brown’(1955년)을 바탕으로 짐 쉐리단 감독이 아일랜드와 영국 합작으로 만든 전기 드라마 영화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와 LA비평가협회에서 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과 여우조연상(브렌다 프리커)을 받았고, 전미 비평가협회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제작비 60만 파운드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1,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새해 연휴 때 개봉하였다. 놀라운 인간 승리를 담은 이 영화는 전 세계의 수많은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었고,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나의 왼발’은 1993년 1월 2일 SBS 새해 특선영화로 방영되었다. 당시 KBS에서 5만 달러로 방영권을 사려고 했는데, SBS에서 그 2배인 10만 달러를 제시하여 방영권을 따냈다. 언론에서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SBS는 외화 낭비로 큰 비난을 받았고 방송심의위원회의 경고까지 받았다. 1996년 4월 20일에 재방영했다.
실존 인물인 크리스티 브라운은 그 후에도 왼발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다가, 1981년 저녁 식사 도중 음식이 목에 걸려서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크리스티 브라운 역을 맡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메소드 연기자로 명성이 높은 배우이다. 그는 더블린의 샌디마운트 병원을 자주 방문하여 장애인들과 우정을 쌓으며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고, 촬영이 없을 때도 장애인처럼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촬영 기간에는 식사할 때도 휠체어를 타고 스태프들에게 밥을 떠먹여달라고 했다고 한다.
100년 가까운 아카데미 역사에서 여우주연상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는 캐서린 헵번이며 네 번 받았다. 남우주연상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이며, ‘나의 왼발’(1989년)과 ‘데어 윌 비 블러드’(2007년), 그리고 ‘링컨’(2012년)으로 세 번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