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브로드웨이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막이 오른 <프로듀서스>는 멜 브룩스가 자신이 만들었던 1968년 영화 <프로듀서스>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등장으로 그동안 브로드웨이의 모든 수상기록이 새롭게 교체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2001년 토니상 후보에 총 15명이 후보로 올라 전부문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이는 1970년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Company)>가 14명의 후보에 올랐던 기록을 30년 만에 경신하는 사건이었다. 또 작품상, 연출상, 작곡상, 각본상, 안무상, 의상 디자인상 등 12개 부문 수상이라는 토니상 사상 최다 수상을 기록해 1964년 10개 부문을 수상했던 <헬로 돌리(Hello! Dolly)>의 기록을 깨뜨렸다. 이러한 <프로듀서스>의 진기록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남녀 공동주연을 맡은 작품이어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토니상 외에도 <프로듀서스>는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11개 부문 등 30여 개의 주요 상을 석권하는 연이은 기록을 세웠다. 흥행면에서도 기록행진은 이어진다. 첫 공연이 있던 2001년 4월21일 1,400만 달러의 예약 판매기록을 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으며, 개막 다음날 하루 티켓 판매고 역시 280만 달러를 기록, 역대 1위였던 <라이온 킹>이 수립한 270만 달러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공연 오픈 후 2002년 초까지 입장권이 모두 판매됐으며, 한 매당 480달러에 이르는 특별좌석권도 매회 매진되었다. 한 때 암표값이 1천 달러에 육박했고, 뉴욕의 일류 호텔들이 앞다퉈 고객 유치 상품으로 <프로듀서스>의 입장권을 내세우는 등 작품의 인기는 그야말로 브로드웨이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이 뮤지컬의 불만을 꼽는다면 표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최신 경향과 만나다
현재, 브로드웨이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코미디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프로듀서스>는 그야말로 브로드웨이의 최신 경향이자 흐름으로 대변된다. 무엇보다 그 어느 뮤지컬 코미디보다 완성도가 높고 코미디의 본질인 '웃음'을 만들어 내는 요소들이 매우 탁월하고 절묘한 걸작이란 점에서 국내 뮤지컬 관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프로듀서스>는 현재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 엔드, 호주에서 공연중이며, 아시아에서는 지난 8월 일본 공연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 공연으로 최근 국내에 오픈된 뮤지컬 중에서 가장 최신 작품이다. <프로듀서스>는 현재 공연되고 있는 도시마다 높은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웨스트 엔드에서는 2004년 11월 개막하여 기록적인 흥행을 세우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티켓이 매진된 상태이다. 2005년 올리비에상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호주 공연은 2005년 5월 오픈, 역시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얼마 전 막을 내린 일본 또한 오픈 전부터 대부분의 티켓이 예매된 상태로 흥행을 이뤄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소개되는 이번 <프로듀서스>는 뮤지컬 마니아층 외에도 일반 관객층을 뮤지컬과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컨텐츠라 하겠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열다
<프로듀서스>가 갖고 있는 흥행과 수상 기록만큼이나 뮤지컬의 중심지인 브로드웨이에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등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매킨토시로 대변되는 영국 뮤지컬들의 점령으로 오랜 동안 침체됐던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새로운 장을 열게 한 작품이었다. 또한 <렌트> 등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들의 진출과 디즈니의 자금과 마케팅 전략으로 낳은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등 가족 뮤지컬의 공세의 틈바구니에서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내세울 유일한 대안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뮤지컬 빅4의 전성시대가 지나고 뮤지컬 코미디의 붐을 일으킨 <프로듀서스>는 토니상에서 올해까지 5년 연속 뮤지컬 코미디에서 작품상을 나오게 한 전조가 되었다.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뮤지컬 코미디의 걸작
패러디 코미디 영화의 귀재인 멜 브룩스가 스크린을 떠나 무대로 첫 발을 내딛은 작품인 <프로듀서스>는 공동 집필자인 토마스 미한과 함께 특유의 기술과 세련미를 가미하여 오리지널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놀랄만큼 코믹한 이야기들은 결코 과장되지 않은 이야기로 구성됐으며 세련되고 능란한 안무들은 코믹 동작들을 스타일 있게 보여준다. 극중극으로 나오는 '히틀러의 봄날' 등 작품에 내재된 무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높이 평가 받고 있으며 줄거리 자체만으로도 포복절도 할만한 코미디란 평가다. <프로듀서스>는 전통적인 뮤지컬 코미디 스타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150년 역사에서 황금기라 불리던 194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타일은 과거의 것을 충실히 따르지만 그 안에 담긴 직설적인 가사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는 매우 현대적으로 한 순간도 관객의 예상대로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캐릭터의 뛰어난 입체감, 절묘한 대사, 화려한 무대로 무장한 웃음의 진수
한때는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몰락한 브로드웨이 제작자 맥스와 프로듀서를 꿈꾸는 소심한 회계사 레오의 망하는 공연을 올린 후 투자금을 챙기려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 제작자 맥스는 야심작 '퍼니 보이'를 내놓지만 최악의 평가 속에 하루만에 막을 내린다. 실의에 빠져있던 맥스는 결산장부를 정리하던 회계사 레오에게서 투자금을 모아 하루만에 공연을 망하게 하면 오히려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맥스는 레오를 꼬셔 200만 달러를 모은 후 브로드웨이의 가장 형편없는 공연을 만들어 망하게 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밤을 세워가며 최악의 대본을 찾아내고 실력 없는 게이 연출가, 가장 뻣뻣하고 형편 없는 배우들을 찾아 공연을 계획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히틀러의 봄날'. 하지만 두 제작자의 기대와 달리 히틀러에 대한 완전한 재해석이라는 평가 속에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화려한 쇼형식의 브로드웨이 전통 뮤지컬 형식에 현실 비판의 풍자 짙은 코미디가 버무려진 <프로듀서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 위트 넘치는 대사로 뮤지컬이 줄 수 있는 온갖 시청각적 즐거움을 주며 관객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스펙터클한 무대장치, 화려한 안무와 의상의 극중극인 '히틀러의 봄날'과 최악의 배우를 뽑기 위한 오디션 장면, 우스꽝스러운 히틀러의 모습 등 극은 매 장면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배꼽 잡는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유태인 할머니들의 보행 보조장치인 워커, 실물 크기의 나치 병정 인형, 후면의 거울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연출과 안무는 상상을 초월한 재미를 준다. 사기꾼 맥스와 순진한 회계사 레오의 코믹연기와 게이 연출가, 히틀러를 숭배하는 작가, 금발의 글래머 미녀 비서, 귀여운 할머니 투자자 등 특이한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한껏 돋우며 뮤지컬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이 한 자리에
<프로듀서스>는 원작과 연출을 맡은 멜 브룩스 외에도 현재 브로드웨이를 대변하는 각 분야의 최고 파워들이 뭉쳐 탄생시킨 작품이다. 연출과 안무를 맡은 '수잔 스트로만'은 브로드웨이의 최고의 안무가로 손꼽히는 인물. 영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 '질리언 린'(<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이고 미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가 '제롬 로빈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였다면 '수잔 스트로만'은 '제롬 로빈스' 이후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안무가이다. 안무가이지만 연출 능력을 갖고 있는 그는 <프로듀서스>와 <컨텍트>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았으며 <컨텍트>의 경우, 안무가로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더 뮤직 맨>, <크레이지 포 유> 등으로 토니상 5회 수상, 올리비에상, 드라마데스크상,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미라맥스에서 영화화하는 <컨텍트>의 감독으로 내정되는 등 뮤지컬뿐 아니라 오페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무대 디자인을 담당한 '로빈 와그너'도 <토요일밤의 열기>, <더 라이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42번가> 등 화려한 무대로 유명한 인물이며,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윌리엄 어비 롱', 조명을 담당한 '피터 카즈로프스키' 등 실력파 크리에이티브팀에 의해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만들어 졌다.
Record
2001년 토니상 12개 부문 수상
작품상, 연출상(Susan Stroman), 작곡상(Mel Brooks), 각본상(Thomas Meehan), 안무상(Susan Stroman), 뮤지컬 남우주연상(Nathan Lane), 남우 조연상(Gary Beach), 여우 조연상(Cady Huffman), 무대 디자인상(Robin Wagner), 의상 디자인상(William Ivey Long), 편곡상, 조명 디자인상(Peter Kaczorowski)
Drama Desk Awards 11개 부문 수상 Outer Critics' Circle Awards 8개 부문 수상 The New York Drama Critics' Circle Awards The Drama League Awards Grammy Awards 2개 부문 수상
Synopsis
막이 오르면 무대는 브로드웨이 44번가의 유서 깊은 슈버트 극장 앞. 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화려한 쇼로 탈바꿈시킨 맥스 비알리스톡의 새 뮤지컬 <Funny boy>가 공연 하루 만에 막을 내린다. '햄릿'을 각색한 공연의 제목이 '웃기는 아이'니 흥행에 성공할 리가 없다. 브로드웨이 쇼 공연기획자인 맥스 비알리스톡은 그야말로 손만 대면 실패를 거듭하는 인물이다. 그런 비알리스톡의 사무실에 어느날 회계사 레오 블룸이 찾아온다. <Funny Boy>의 결산 장부를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레오는 우연히 제작비중에 2,000달러가 지불되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정말 우습군요. 공연은 완전히 망했는데, 금전적으로 당신은 2000달러를 번 셈이네요. 하지만 제가 알아서 장부상으로는 적당히 경비로 처리해 드리죠." 그 순간, 맥스는 눈을 부릅뜬다. 바로 이거야! 비알리스톡은 레오를 꼬드겨 완전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공연을 함께 기획하자고 설득한다. 공연이 흥행에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이윤을 돌려주어야 하지만 실패하면 아무 책임이 없다는 점에 착안, 2백만 달러를 투자액으로 모아 공연을 일찍 종연시키고 달아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의 계획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첫째, 가장 형편없는 대본을 구한다. 둘째, 가장 보잘 것 없는 연출가를 섭외 한다. 셋째, 매력 없는 배우를 모은다. 넷째, 공연은 반드시 첫날 망하게 만든다. 밤을 세워가며 형편없는 대본을 찾던 맥스와 레오는 마침내 가장 적합한 물건을 찾아낸다. 제목은 <히틀러의 봄날(Springtime for Hitler)>. 히틀러와 나찌의 제 3제국을 찬양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지루한 내용이다. 이 대본의 원작자는 아직도 연락용 비둘기를 키우는 전 독일장교 출신의 나찌스트. 함께 독일 민속춤까지 추어가며 환심을 사 마침내 판권을 확보한다. 다음은 엉터리 감독을 찾는 일. 맥스와 레오는 브로드웨이에서 제일 엉뚱한 동성연애자 연출가를 찾는다. 그리곤 히틀러를 게이로 묘사한 뮤지컬을 만들자고 설득해 승낙을 얻는다. 원래 게이라는 영어 단어에는 동성 연애 말고도 명랑한 혹은 쾌활하다는 의미도 있는데, 맥스는 교묘히 이 의미를 활용해 그를 공연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마침내 네오 나찌 뮤지컬을 표방하고 나선 <히틀러의 봄날>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관계자들에게 이날만큼은 '행운을 빈다(Good luck)'이라는 말이 금기되어 있지만 맥스와 레오는 만나는 사람마다 '굿 럭!'을 외치는 정성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맥스와 레오가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간다. 비평가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은 것이다. "히틀러에 대한 완벽한 재해석", "풍자물의 극치", "한 순간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등 신문은 온통 칭찬일색이다. 아연실색한 맥스와 레오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해서 성공한 거지?" 이제 꼼짝없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지 않는 한 이들은 사기범이 될 신세다. 설상가상으로 이중장부가 경찰에 들키고, 결국 철창행 신세가 된다. 그러나 감옥에서도 이들은 죄수들의 의상과 일상을 매력적으로(?) 꾸민 새 뮤지컬 <사랑의 죄수들(Prisoners in Love)>를 탄생시킨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맥스와 레오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제작자가 된다.
|
첫댓글 ㅎㅎㅎㅎ
그 유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