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에서 2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을 지나 건대입구역에서 7호선을 갈아탔다. 운좋게 좌석에 앉아올 수 있었는데, 가끔 눈치는 보였다. 자다깨다 졸다깨다를 반복타가 어느덧 철산역을 지나는 가 싶더니, 철창에 장대비가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 겁이났다.
춘의역 3번출구에 나보다 먼저 발이 묶인 사람이 더러 있었다.
모두 서로 얼굴을 훔쳐보고는 집에 갈 궁리속에 빠져있었고, 사거리 가구점 앞 하수구가 막혀 차바퀴의 삼분지일이 잠기자 소방차가 달려오더니, 열심히 맨홀 뚜껑을 쑤셔대고, 경찰차가 앞뒤를 호위했다.
한참을 쑤석거리다 사거리 원 쿼터를 못빠져나간 흙탕물이 빠져나가고, 소방차와 경찰차가 어느덧 사라졌고, 사거리는 평온을 되찾은듯 했으나 여전히 빗줄기는 오락가락 요동쳤다.
그 사이 우산 없이 출구에서 발동동 구르던 사람들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굳세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내
다시, 지하역으로 내려가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들고 쩍 펴고 가는 사람
가방에서 뭔가 뒤지다가 제법 큰 비닐봉지에 머리를 넣고 눈만 내밀어 뜨고 내달리는 사람
아예, 코 앞의 술집으로 몸을 돌리는 사람
가족,친구들의 마중으로 쩍쩍 펼치며 가는 사람
그냥 빗속을 막 달려가는 용기있는 사람
마중나온 차 속으로 힘껏 내달리는 사람
마지막 한 사람은 그랬다.
이 모든 광경을 끝까지 지겨보며 즐기는 사람이 있었다.
첫댓글 마지막 한 사람이 가고 난 뒤에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합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사람은 없다!!. 최장자이네요 ^ ^
폭우 속 풍경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