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에서 말랑으로 이동하면서 잠시 스쳤던 수라바야를 다시 가게 된 것은, 말랑에서 반유왕이로 가는 기차편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수라바야까지 가서 환승을 하든지 아니면 수라바야와 프로볼링고 사이에 있는 기차역들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시간대가 마땅치 않았다. 아예 수라바야를 들렀다 가기로 하자.
수라바야는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데 그런 만큼 공항이나 기차의 연결성은 좋지만 반면에 뚜렷한 관광지가 없어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냥 지나쳐 가는 곳이란다. 우리도 그럴 뻔 했지만, 이왕 묵어가기로 한 것이니 3박을 하기로 했다. 구경꺼리 없으면 좀 쉬었다 가면 되지. 숙소는 기차역(구븡Gubeng 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엘미(Elmi) 호텔을 하루 3만 5천원씩 주고 잡았는데 묵어 보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시설이 오래되긴 했지만 다들 친절했고 식당 음식도 맛있었고 깊이 4미터에 이르는 큰 수영장이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였다. 다만 수영장을 청소한다고 이틀을 (하필 이 때?) 닫는 바람에 첫 날과 마지막 날만 수영을 할 수 있었다는...
2024.1.15
말랑 역에서 기차를 타고 수라바야 구븡 역으로 이동, 호텔까지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지만 날이 덥다는 핑계로 그리고 택시비가 천원밖에 안한다는 핑계로 그랩을 불렀다.
호텔에선 바로 체크인을 해 줬고,
점심과 저녁을 모두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 그 중간에는 수영을 했고... 모처럼 휴식 모드.
2024.1.16
그래도 관광객답게 도시의 랜드마크 정도는 돌아 줘야겠지? 검색해 보니 투구 팔라완(Monumen Tugu Pahlawan)과 수라마두 대교가 인기있는 곳 같다.
일단 투구 팔라완까지 걸어서 간다고 출발했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중간에 그랩을 불러 탔다.
투구 팔라완 공원 안에는 11월 10일 박물관이 있다. 수라바야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를 전시한 곳, 입장료가 15리부인데 약하나마 에어컨도 있는 좋은 박물관이다.
북쪽 해안에 North Quay 라는 전망대인지 쇼핑몰인지 뭔가가 있다고 해서 그랩을 불러 찾아갔는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12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고 그
옆 건물은 그냥 평범한 선착장 대합실이다. 앉아서 시간을 보낼 만한 곳도 없고 해서 다시 그랩을 불러 (선착장 안으로는 그랩이 못 들어와서 한참을 걸어나와서 탔다.) 수라마두 대교로 갔다. 수라바야와 마두라 섬을 잇는 큰 다리가 관광 명소라는데, 막상 현장에 가 보니 썰렁한 분위기다. 다리 밑에 도시락 싸온 사람들 몇몇이 앉아 있고 근처에 싸구려 식당 몇 채가 보이는 정도, 멋진 전망대를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실망 그 자체.
역시 수라바야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네.
시원한 쇼핑몰이나 가자고 해서 찾아간 그랜드시티 몰에서 점심으로 초밥을 먹었다. (33,000원. 제법 비싼 점심?)
2024.1.17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도 없고 해서 빈둥거리다가 맛집을 검색해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Apeng Kwetiau Medan이라는 중국계 식당인데 메단식(?) 쌀국수라는 뜻인가 보다. 종업원의 추천을 받아 국수 세 그릇을 시켰는데, 울면 비슷한 Kwetiau siram은 맛있었고 라면 비슷한 Mie keriting은 별로였다. 국수 세 그릇과 음료 합쳐서 206리부.
갈 때는 그랩을 불러 타고 갔는데, 빈민가 같은 허름한 골목들을 지나더니 넓기는 하지만 여전히 깨끗하지는 않은 거리에 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행히(?) 식당 내부는 깔끔했다.
올 때는 빈민가가 아닌 쪽으로 걸어왔는데, 중간에 마주친 육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놀랍게도 엘리베이터 안에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바로 옆 동네인데 이렇게 다른가?
호텔 근처에 있는 중국계 마트 Hokky에 들렀다가 대형 두리안을 발견했다. 늠름한 크기와 성숙한 맛, 150리부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2024.1.18
이젠 화산을 가기 위한 전초 기지인 반유왕이로 이동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