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투스; 존재의 힘』은 인간의 의지로 인생의 짐을 극복하며, 그 짐도 가지고 가야 할 자아임을 인정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내면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모든 사물들은 현실적 본질로서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려는 힘을 가진다.’는 스피노자의 생각, 자연이 치유해내는 궁극적 힘을 극기의 모델로 삼으며, 마라톤의 과정을 사계절의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의 완전한 표출을 행복으로 본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갈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스피노자, 시간과 공간이 하나이므로 시작과 종말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그의 우주와 세계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코나투스를 찾는다.
무겁고 힘든 짐을 끝까지 들고 가며 인생의 역경과 두려움의 허상을 극복하는 인간은 마침내 자신의 의지로 그 짐도 자신의 일부분임을 이해하며 자신을 찾고 행복을 느낀다. 이 작품은 특정한 줄거리로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움직임의 이미지를 마라톤과 사계에 비유하여 그 중심에 있는 스피노자의 노력의 힘인 코나투스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
지적이며 독창적인 『코나투스; 존재의 힘』은 1장; ‘Shuttle Run’, 2장; ‘Second Wind’, 3장; ‘45.195km’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삶과 마라톤’과의 절묘한 대비는 춤 철학자다운 고현정식 발상이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는 살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로써 윤리학·인간학적 의미로 사용될 때 자아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완성시키려는 욕구나 노력이다.
1장; ‘Shuttle Run’. 천천히 어렵지만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젊은이의 삶이다. 짧은 운동복, 운동화, 운동용 가방의 차림으로 고현정이 인생이란 마라톤을 시작하는 젊은 청춘을 대표한다. 봄을 타는 ‘사계’의 처음,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따뜻한 햇살 아래 인생의 짐이 따라 다닌다. 고현정 외 여섯 명의 발레리나가 각자의 길을 가는 청춘들이다. 자신의 짐들이 버겁지만 버릴 수 없으니 가지고 갈 의지와 힘이 필요하다.
자신을 보존하려는 개체의 힘은 인간 본질의 의지, 충동 그리고 충동을 의식하는 욕망의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모습의 본성으로부터 자신의 보존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모든 추구의 근저에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힘인 코나투스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방법론은 사고의 유연성과 긍정적 인생관이다. 긍정적 사고는 수면 중에도 연속이다.
1장에서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인간의 모습과 함께 짐과 사투를 벌이며 짐을 버릴 수도 없고 가져갈 수도 없는 미궁의 인생을 표현한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고민하는 모습을 따뜻한 봄에 재잘거리는 새의 지저귐을 표현하는 음악에 대비하여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짐을 이고 가는 인생이 힘들지만 이겨나가는 힘의 의지에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2장; ‘Second Wind’. 환희, 좌절, 고통, 슬픔 등의 많은 감정들을 겪고 살아오다 어느 순간 찾아오는, 마치 마라톤의 고통을 극복하고 사점 이후 새롭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변화와 젊은이들의 삶,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뜨거운 태양아래 지친 몸을 쉬게 할 잠을 청해 본다. 느닷없는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움직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사점에 다가간다.
인생에서 좌절된 의지는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두려움은 허상의 두려움과 실제로 다가와 있는 두려움이 있다. 이 장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강한 의지, 허상의 두려움을 마라톤의 사점에 다다를 때까지의 힘겨움과 도달한 그 순간의 몽롱한 허상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코나투스는 증가되고 감소될 수 있는 역동적 힘으로써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폭풍의 강렬한 움직임으로 ‘내면의 강한 의지’의 군무가 시작된다. 다양한 템포와 강한 움직임으로 힘의 의지인 코나투스에 다가가는 자아를 보여주고 사점에 도달하여 한 단계를 넘어서기 전 허상을 경험한다. 황홀한 무용수의 움직임이 주가 되어 환경 온도는 높아지며 평형 상태가 성립된다. 호흡 곤란이 점차적으로 해소되며 Second Wind를 경험한다.
3장; ‘45.195km’. 젊은이의 욕망과 욕심은 자신의 코나투스로 이해되고 사라진다. 자신의 내면의 욕심을 버리고 희생과 겸양을 깨닫고 이해하며 비로소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과 함께하며 드디어 49.195km의 마라톤을 완주한다. 눈으로 뒤덮인 나뭇가지를 바람이 잡아 흔들며 매서운 칼바람의 소리를 들어 본다. 집안의 난롯가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의 본질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노력의 힘을 의지로 보고 이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며 행복을 느낀다. 고현정의 자신의 의지와 건강한 욕망을 투사한 『코나투스; 존재의 힘』은 독창적 상상력, 주제에 밀착되는 뛰어난 기교, 촘촘히 짜인 두드러진 구성의 묘, 무대 공간의 분할과 효율적 조명 배치로 현대발레의 건강성을 보여준 수작이다.
■ 고현정 약력
이화여자 대학교 무용과 졸업 (무용학사)
이화여자 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 졸업 (교육학석사)
영국 브루넬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예술학과(철학박사)
장석용(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