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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초전도체 국내 연구진 개발' 같은 신문 보도의 머리말에서 보듯 초전도 현상은 현대과학에서는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주제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초전도라는 말조차 생소하다. 초전도란 무엇일까? 그리고 1987년을 전후해서 고온 초전도 현상이 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일까?
1911년에 초전도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온네스를 선두로 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데 기여한 사람의 수는 대단히 많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주제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도 상당히 많다. 그만큼 초전도 현상은 특이하고 또한 복잡한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저항 없는 전류의 흐름
전류를 쉽게 흘려주는 물질은 전기 저항이 작아 도체(conductor)라고 부른다. 구리를 비롯해 모든 금속은 도체이고, 금속이 아닌 물질 중에서도 흑연처럼 비교적 저항이 적어서 도체로 분류되는 물질도 있다.
한편 전기의 흐름을 막을 때는 고무, 플라스틱 등을 사용한다. 이러한 물질은 부도체(insulator)라고 한다. 반도체(semiconductor)는 도체도 부도체도 아닌 묘한 성질을 지녔는데, 반쯤 도체인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초전도는 어떤 현상인가. '초전도'는 영어 Superconductivity를 번역한 말이다. super라는 말은 보통을 넘어서는 '강한 능력'을 뜻하고 conductivity는 도체에 의한 '전기전도'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초전도는 전기전도성이 특별히 좋은, 혹은 반대로 전기 저항이 특별히 적은 현상을 의미한다.
어떤 물체를 통과하는 전류의 크기가 I이고 그 물체의 저항이 R일 때, 그 물체에서는 매초 I2R의 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전류가 흐르면서 발생되는 열을 이용한 것이 전기 다리미 등 각종 전열기이다.
하지만 전류를 손실하지 않고 멀리 보내고자 하는 경우에 도선의 저항으로 발생하는 열은 문제가 된다. 발전소에서 사용자에게 전기를 전달하는 구리 도선도 저항이 매우 적기는 하지만 0은 아니다. 또한 도선이 길어질수록 저항이 커져 실제로 가정까지 오는 동안 도선에 발생하는 열로 많은 에너지가 손실된다.
그런데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면 저항이 0이 되므로 저항으로 인한 열손실 없이 전류를 공급할 수 있다.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한 온네스도 그런 뜻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많은 금속들이 -265℃ ~ -245℃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갑자기 저항이 0이 되는데, 이때 이 물질은 초전도체가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 한다.
고리모양의 도선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고리에 유도전류가 흐른다(그림 1). 전자기 유도라고 불리는 이 실험으로 초전도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자기장에 의해 유도된 전류는 일반 도선의 경우 저항 때문에 곧 사라진다.
그러나 초전도체의 경우 저항이 없으므로 한번 유도된 전류는 그대로 유지된다.
고리 도선 주변에 전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도선에 유도 전류를 만든 다음, 도선의 온도를 낮추어 주면 임계온도에 이르러 고리는 초전도체가 된다. 이때 전자석의 전원을 차단해 자기장을 없애더라도 초전도 상태에 필요한 낮은 온도가 유지되는 한 고리의 자장은 변하지 않고, 유도전류는 계속 유지된다.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한 온네스도 초전도체가 과연 저항이 0인지를 검사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했다.
강력한 반자성체
물질은 자기적인 성질에 따라서 세 종류로 나눈다. 상자성, 강자성, 그리고 반자성이다. 물질 중에는 구성분자들이 작은 자석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이 분자 자석들이 외부 자기장의 방향으로 배열되면서 물체는 전체적으로 자석에 끌리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체는 분자 자석들이 자기장 방향으로 배열되는 효과가 아주 약해서 일상 생활 속에서 잘 관찰되지 않는다. 이러한 물질을 상자성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성질이 아주 강한 경우 자석에 잘 끌리는데, 이를 강자성체라고 한다. 자석에 잘 붙는 철과 같은 물질이 바로 강자성 물질이다.
반자성체는 분자자석들이 없는 물질이다. 반자성체에서는 물질 내부의 전자가 외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전자기 유도를 일으켜 자석에서 밀리는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드는 유도전류가 생기므로 이때의 유도전류는 외부 자기장을 부분적으로 차단시키는 효과를 낸다.
초전도체에서는 이 성질이 아주 강해서 외부 자기장을 완전히 상쇄시키므로 물체 내부의 자기장이 0이 된다. 그러므로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반자성체이기도 하다. 초전도체가 완전한 반자성체의 성질을 띠는 것을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초전도체라 할지라도 외부 자기장을 차단하는 유도전류가 생기는 데 한계가 있어서, 외부 자기장이 일정 한계보다 세면 초전도 성질이 사라지고 보통 상태의 물질이 된다. 이때의 자기장을 임계자기장이라 한다. 그런데 임계자기장의 성질에 따라 초전도체는 2종류로 나누어진다. 1종 초전도체는 임계자기장 이하에서는 완전한 반자성체로 자기장을 전혀 통과시키지 않지만, 임계자기장을 넘어서면 초전도 성질이 사라지고 외부자기장을 통과시킨다. 2종 초전도체는 임계자기장이 2개이다. 제1임계자기장 이상에서도 초전도 성질을 완전히 잃지 않고 규칙적으로 자기장을 차단하는 구역과 통과시키는 구역이 나뉘어진다. 그러나 더욱 센 자기장을 걸어주어 제2임계자기장을 넘어가면 이 또한 초전도 성질을 잃고 자기장을 통과시킨다.
초전도의 딜레마
1950년대 중반까지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런던 방정식과 긴즈버그-란다우 이론이 있었다. 이 이론들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초전도 현상 자체는 상당 부분을 잘 설명해주었지만 초전도 현상이 본질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즉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 내부의 미시적인 과정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금속은 전자를 내놓은 금속이온들이 서로 연결돼 금속고체의 구조를 만드는 결정 격자로 이루어져 있고 각 이온은 열에너지에 의해 제자리에서 조금씩 진동하고 있는데 이를 격자 진동이라고 한다. 금속 원자들이 내놓은 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배경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다. 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는 것은 이 자유전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 3-1). 그런데 금속 내부에는 섞여있는 불순물, 결정구조의 결함, 금속이온들의 격자진동에서 오는 불규칙성 등이 전자의 운동을 방해해서 저항이 생긴다.
보통 상태의 전기 저항은 이같은 내부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아무리 순순한 물질을 가정하고, 구조적으로 규칙적인 물질을 가정하더라도 절대온도 0K가 되지 않는 한 격자진동이 있게 마련이므로 저항은 0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금속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초전도 현상은 절대온도 0K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초전도 현상의 이론적인 연구를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전기 저항은 전자가 물질 속을 통과할 때 주변의 이온과 다른 전자들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마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저항이 0이라는 것은 마찰이 전혀 없는 전자의 흐름이라는 의미다. 마찰 없는 흐름은 액체 헬륨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헬륨(4He)원자는 온도가 충분히 낮을 때 마찰이 전혀 없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양자 역학에서는 이 현상을 모든 헬륨 원자가 동일한 양자적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옛 로마의 보병들은 1백명씩 밀집해서 방패로 앞, 옆, 위를 완전히 가리고 적군에 다가가는 전법을 썼다. 이 단위 부대는 모두 함께 움직이고 아주 단단해서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헬륨원자들이 저항이 없는 흐름을 만드는 것도 이처럼 동일한 상태의 원자들이 묶음을 이루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상태는 양자적인 의미이므로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공간적으로 서로 붙어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또 다른 난관
학자들은 이러한 헬륨의 흐름을 초전도현상에 적용하려 했으나 헬륨원자와 초전도체를 이루는 전자에는 서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은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을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 때문이었다.
양자역학에서는 같은 양자적 상태를 회피하는 이러한 입자를 '페르미 입자'라고 한다. 한편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입자들도 있는데 이런 입자들은 '보제 입자'라고 한다. 페르미 입자들이 짝을 이루어서 새로운 입자를 만들면, 이 입자들은 보제 입자가 된다.
헬륨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각각 2개씩 모여서 새로운 입자가 된 것이므로 묶음으로 움직이며 저항이 없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들이 도체 내부에서 묶음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초전도 현상은 양자역학적으로 완전히 설명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속 내부의 전자들은 제각각 움직이는 페르미 입자다. 만일 전자 2개가 짝을 지어서 전자쌍을 만든다면 보제 입자로서 같은 양자적 상태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전자들은 같은 음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서로 붙어서 쌍을 이루기는커녕 밀어내는 것이다.
BCS이론의 등장
이러한 난관을 뚫고 초전도 현상을 양자역학적인 원리로 명쾌하게 설명한 이론이 바로 BCS이론이었다. BCS는 바딘(Bardeen), 쿠퍼(Cooper), 그리고 슈리퍼(Schrieffer) 세 이름의 첫글자를 모은 것이다. 바딘은 당시 트랜지스터에 관한 연구로 한차례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로 신참 박사인 쿠퍼, 대학원생 슈리퍼 같은 젊은 연구자들을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직관으로 이끌었다.
1957년 바딘은 팀원들과 함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공인되기까지 그 후로도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1972년에야 BCS이론은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탁월한 이론으로 인정받으면서 노벨상의 영광을 안았고, 바딘은 두번의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BCS이론은 이전에 나온 두가지 보고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1950년 프레리는 전자들이 금속 결정을 이루는 양이온들을 매개체로 해서 서로 당기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했다. 즉 한 전자가 지나가면서 양이온들이 전자쪽으로 조금 모이게 되고 이렇게 양전기를 띠게 된 지역으로 다른 전자가 끌리게 돼 결과적으로 보면 첫번째 전자가 두번째 전자를 끌어당기는 것과 같이 된다는 것이다(그림 3-2 ). 또 이와 비슷한 시기에 동위원소(모든 성질이 같고 핵의 질량만 다른 원소)들이 서로 다른 임계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된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즉 핵을 포함하는 양이온의 운동이 초전도 현상에 중요하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초전도 온도 예측
BCS이론에서는 금속결정의 격자를 이루는 양이온을 매개체로 해서 전자들이 쌍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각각의 자유전자들은 자신이 어떤 전자와 부딪쳤는지 전혀 모르고 돌아다니지만, 이상하게도 자신과 속도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전자를 인식하고 서로의 운동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전자들의 짝을 쿠퍼쌍이라고 한다. 이 쿠퍼쌍들은 보제 입자를 이루어서 헬륨 원자처럼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고 이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절대 온도 0K, 즉 -273℃에서 모든 전자는 쌍으로 존재하는데, 온도가 올라가면서 열에너지 때문에 쌍이 깨져서 자유롭게 다니는 전자가 많아진다. BCS이론에서는 초전도 상태에서 전자의 쌍이 깨져서 자유전자가 되려면 일정한 에너지(에너지 간극이라 함. 2Δ로 표시)가 필요하다고 가정한다. 이때 쌍으로 있는 전자가 적을 수록 Δ값이 적어지다가 임계온도가 되면 Δ값이 0이 돼 초전도 상태가 깨지게 된다. BCS이론은 결과적으로 어떤 물체가 초전도체가 되는 임계온도를 예측할 수 있었고, 자기장에 따른 임계온도의 변화도 예측했다. 이후 많은 실험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 BCS이론은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조셉슨 효과
양자적인 현상은 항상 파동-입자의 이중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의 움직임을 입자로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전자는 한편으로 파동의 성질도 나타낸다. 그렇다면 쿠퍼쌍 또한 양자적인 분자처럼 행동하지만, 이는 파동으로서의 성질도 분명히 나타낼 것이다.
두개의 초전도체를 초전도체가 아닌 물질을 사이에 두고 연결시킨 후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연결을 조셉슨 접합이라고 한다. 각 초전도체 내의 쿠퍼쌍들은 어떤 한가지 양자적 상태에 있을 것이고 그 나름의 파동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전류를 흐르게 하면 한쪽 초전도체의 쿠퍼쌍이 다른 쪽 초전도체로 이동하고 이때 두 부분의 파동은 연결된다. 그러나 파동은 주변환경에 따라 조금 어긋나 위상차이를 만들고(그림 4 ), 이는 전류의 변화로 나타난다. 더욱 특이한 것은 주변에 자기장이 존재할 때, 초전도가 아닌 부분을 통과하는 자기장이 위상차에 반영돼 전류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 현상은 1962년 조셉슨이라는 사람에 의해 예고돼 '조셉슨 효과'라고 불린다.
1963년 로웰은 조셉슨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했으며 이로 인해 1973년 노벨상은 조셉슨에게 돌아갔다. 조셉슨 접합을 하면 전류의 변화를 통해 아주 작은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으므로 신경이나 근육의 흥분으로 생기는 작은 전류가 만드는 미세한 자기장의 검출이 가능하다. 또한 위상 차이는 접합의 전압에도 영향을 준다. 접합에 흐르는 직류 전류를 증가시키면, 접합의 전압이 일정한 값의 정수배로 변하는 성질이 있어 조셉슨 소자를 이용해 전압을 측정할 수도 있다.
자기부상열차의 원리
초기의 초전도체는 단순히 현상 자체가 흥미있는 연구의 대상이었을 뿐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었다. 또한 초전도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을 사용해야하는데, 헬륨은 비쌀뿐더러 그것을 액체로 유지하기 위한 냉각시설의 유지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초전도체를 응용하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강한 자기장이 필요한 설비들이다. 전자석은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지만 이때 도선의 저항 때문에 발생하는 열을 피할 수 없다. 열은 I2R로 전류의 제곱과 저항에 비례한다. 자기장을 2배로 하기 위해 전류를 2배로 하면, 발생하는 열은 4배가 된다. 이 때문에 열로 소비되는 만큼 전력이 낭비되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시설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이므로 열을 내지 않는다. 지름 4cm인 코일에서 15테슬라(Tesla, 자기력의 단위. 1테슬라=지구자기장의 1만배)의 자기장을 만들려면, 약 5천kw의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지만, 초전도체 자석을 쓰면 4.2kW의 전력으로도 충분하다.
최근 조셉슨 소자가 개발되면서 초전도체는 우리 생활에 훨씬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아주 미세한 생체 자기(지구 자기의 1백억분의 1 정도로 작은 값)를 검출하는데 조셉슨 소자는 필수품이다. 또한 컴퓨터에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경우와 비교할 때 조셉슨 소자를 이용하면 정보처리에 걸리는 시간과 소비 전력이 각각 1천분의 1정도로 적어진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실용화 된 상태는 아니다.
초전도체가 응용된 가장 잘 알려진 설비는 아마 자기부상열차일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초전도체가 저항이 0인 성질과 완전한 반자성체라는 성질을 함께 응용한 것이다. 철로에는 전자석이 설치돼 있고, 기차의 바닥에는 초전도 코일이 들어 있다. 초전도 코일은 반자성체가 되므로 철로의 자석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자장이 생기도록 코일에 전류가 생겨서 기차가 뜨게 된다. 한편 코일은 초전도체로 저항이 0이므로 전류를 지속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또 떠 있는 상태에서는 마찰이 거의 없으므로 쉽게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고온 초전도체
1986년 스위스의 베트노르츠와 뮐러는 -243℃에서 저항이 감소하기 시작해 -260℃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을 보고했다(1987년 노벨상 수상). 임계온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 초전도상태가 기대되지 않던 물질에서 초전도 현상이 관찰된 것이 특이했다. 그런데 그해 12월에 다른 연구자가 같은 물질이 -243℃에서 초전도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했다. 그후 비슷한 결정 구조를 가진 여러 물질이 차례로 연구돼 무려 -175℃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들이 연달아 발견돼 전 세계는 고온 초전도체 열풍에 휩싸이게 됐다.
이 온도는 액체 헬륨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훨씬 싼 액체 질소의 온도이고, 액체 헬륨에 필요했던 냉각 시설도 훨씬 단순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고온 초전도체가 왜 생기는지 아직 이론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종전의 초전도체를 실용화하는 과정에서 거쳤던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을 고온 초전도체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정도 실용화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액체 헬륨이라는 어려움을 제거한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 일로 더욱 폭넓은 초전도 현상의 응용이 가능해지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