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 4,1.5-9; 마태 5,17-19
+ 찬미 예수님
제1독서에서 모세는 백성들에게 “이제 내가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라고 말한 후에,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여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이 ‘지혜’와 ‘슬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산상설교의 일부인데요, 예수님께서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던 안식일 법을 어기시는 모습을 보고, 또 그분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서 율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마태 11,13)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예언서뿐만 아니라 율법 역시 예언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예언을 이루시는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율법과 예언서의 모든 예언을 이루실 뿐 아니라, 당신 가르침을 통해 율법의 근본 정신을 밝혀 주십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마태 5,20-47), 당신이 어떻게 율법을 완성하시는지 여섯 가지의 예를 들어 말씀하시는데요, 이 여섯 가지는 형제와 화해하여라(5,21-26), 마음의 정결을 지켜라(5,27-30), 아내를 버리지 마라(5,31-32), 거짓 맹세를 하지 마라(5,33-37),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5,38-42), 원수를 사랑하라(5,43-47)입니다.
이 여섯 가지의 말씀 끝에 “하늘의 저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고 말씀하시는데요, 이로써 당신이 율법을 완성하시는 방식이 어떠한 것인지 말씀해 주십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율법을 철저히 지키려 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이 율법을 완성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일만을 하심으로써 율법을 완성하십니다. 핵심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여기느냐, 그리고 이웃을, 같은 아버지를 모시는 형제자매로 여기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입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율법을 차가운 법조문으로 이해했고, 그것을 외적으로 지켰느냐 지키지 않았느냐만 따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지켰는지 누가 확인할까요? 그들은 하느님께서 감시자의 눈길로 바라보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율법을 지키지 않는 다른 사람을, 카파라치처럼 고발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 “숨어 계신 네 아버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감시가 아니라 사랑의 시선으로 우리를 돌보시는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형제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하고 감싸주는 것입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예수님의 기도에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장 반기시는 기도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모세는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야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부르지 않아도 가까이 계셔 주시는, 하느님을 같은 아버지로 모시는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https://youtu.be/zScfIqQkjUk?si=aEpH-4C4i-vztD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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