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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현존감
ㅡ 古 松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일어나
겨우 차 한두 잔 마시는 일
독맥(獨脈)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면서
쉬 가시지 않는 어둠을 향해
손을 내지르고 발길질을 한다
때가 되어서야 아침이 밝는다
허기를 메꾸려고 아침밥에 목숨줄을 걸듯이 먹는다
숭늉을 대신해서 들이키는 모닝커피에 위로도 얻는다
늙어가는 체력을 돋우느라
해파랑길을 만보(曼步)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일과이다 보니 나무 타기를 하는 청솔모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잘 산다는 까닭이 사라지고
목적지를 지나치는 정류장 마다 나의 일상을 내려 놓는다
하루 하루 연명하는 꼬라지가 참으로 가소롭다
만나는 일이 번거로운 탓에
벗들도 멀리 둔다
할 일이 없어진 나이에
눈 앞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이
한가롭지만
깨우침은 십만 팔천리 밖으로 달아났다
추수가 끝난 뒤의
허수아비처럼 논바닥에 우두커니 선 몰골인데
까마귀때가 쪼아댄다
편두통이 심해 아픔을 잊으려고 바닷가를 거닌다
양귀비꽃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현란한 원색 빨간 입술이
끼득 끼득 웃는다
아뜩해지려는 정신을 겨우 차린다
현존(現存)하는 이 놈은 무엇인가
좋으면 웃고
싫으면 까탈 부리고
목마르니 차를 마시는
무엇이 그렇게 하는가
무엇이 주인공인 것을 알아차리는가
심성을 닦고 있다는 그 놈은
또 무엇인가
심연(心淵)에서 가을 바람이 못물을 살랑 살랑 흔든다
가만이 들여다 보니 얼굴은
낯설지가 않다
두개의 내가 서로 보고 웃는다
네 이 놈 !
무명심(無明心)이구나
막작지해(莫作知解) (알음아리를 내지 마라)
동산(東山) 혜일스님의 인자하심이 눈앞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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