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천 추억(1)
그동안 가내 두루 평안하시온지?
아무것이 잔치한다는 고지서같은 초대장만 달랑 드리면 좀 미안스러울 것 같아 지난 이야기도 좀 드리렵니다.
새삼스런 이바구 같네만, 코 찔찔 흘리던 조무래기 때, 팔거천에서 놀았던 이야기 좀 할라 카는데 괜찮겠나?
초등학교를 오가며 팔거천(八莒川)을 건너야 했던 친구들이 많았지. 지금은 힘센 다리가 떡 버티고 서서 오가는 차량이나 길손 들을 건너게 하지만 그때는 돌다리가 고작이었지. 정말로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다리였지. 미끄럽거나 제대로 놓이지 않아 물에 빠진 적도 있었지.
팔거천을 건너야 했던 (동호, 학정, 동천, 구암동) 친구들아! 예나 지금이나 태풍은 제 혼자 오지 않고 꼭 퍼붓는 비를 몰고 왔지. 밤새도록 퍼부어 팔거천도 제 정신이 아니었을 적이 있었지. 이튼 날 학교 갈 때 물살 센 팔거천을 어찌 건넸노? 더러 아부지등에 업혀 건널 적도 있었재? 물을 못 건너 학교 못 가던 날도 있었지?
팔거천이 범람할 정도에 이르면 왕복 2차선이었던 팔달교 두 석자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난간이 물에 간당거릴 적도 있었지. 멈추지 않고 퍼붓는 비로 구덕동 팔개지(송림사못)둑이 터지면 보얗게 쓸어 간다는 동네와 동동 떠내려간다는 동네가 있었다지. 황톳물이 콸콸 내려가면 동네 사람들과 물 구경 간 적도 있었재? 힘차게 요동치며 내려가는 물 구경이 강 건너 불구경보다 더 볼거리였지. 세차게 내려오다 물살이 약해 여울져 멈추는 곳에, 사과며 참외나 오이 등이 떠 맴돌기도 했지. 뱀(巳)떼도 더러 떠내려 왔고 꿀꿀이가 허우적대며 떠내려 오는 것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에 떠 있는 사과 건져 자셔 봤나? 꿀꿀이 구해 내려고 세찬 물줄기 따라 떠내려 간 이도 있었다는 데 수영선수가 아니면 간 큰 남자가 분명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물이 얕은 곳이 있었지.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동무들 냇가에 이르면, 책 보따리는 한곳에 던져버리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지. 바지가랑이를 정강이 위까지 둥둥 걷어 올리고는 물살이 느린 곳에 뛰어 들었지. 주둥이가 붉그스름한 ‘먹지’라고 불리는 늙은 피라미 몇 마리가 젊은 피라미떼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히 헤엄치며 다니는 것을 보았지. 그 놈들을 잡으려고 물속에서 “먹지, 먹지” 하면서 손뼉을 치면서 피라미떼를 후렸지. 한동안 이리저리 바삐 후리다 보면 우리도 힘이 지쳤지만 ‘먹지’ 들도 힘이 지쳐 돌 밑에 몸을 숨겼지. 동작이 날쌘 동무가 먹지란 놈들이 숨은 돌로 살금살금 다가갔지. 두 손으로 돌을 에워싼 후 재빨리 돌 틈으로 손을 넣어 콱 낚아챘지. 그 기분은 아마 요즘 강태공들이 월척을 낚는 기분쯤 됐을 끼라. 조무래기 시절이라 그저 잡는 재미에 빠졌지. 잡은 고기는 집에 가지고 가 닭이나 돼지의 먹이로 줬겠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던가? 우리가 바로 그 짝이었지. 피라미 잡는 재미에 젖다 보니 정강이 바로 위까지 걷어 올렸던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가 흠뻑 젖을 때가 있었지. 젖은 바지가랑이 보면 엄마한테 야단맞는 기라. 그래서 물을 짜낸 후 따끈한 자갈돌위에다 말렸지. 이 삼 십분 지나면 거의 다 말랐지. 구겨진 흔적은 있었지만 한 시간 쯤 있으면 펴졌지.
피라미 잡다 이따금 냇바닥의 큰 돌 틈에 잽싸게 숨어드는 ‘뿌구리’를 잡기도 했지. 이놈은 외부 침입자에게 놀라면 쏜살같이 달아나 다른 돌 밑이나 바위틈으로 숨어들었지. 몸 색깔이 바닥의 돌 색깔과 비슷하여 눈에 잘 띄지 않았지. 돌다리나 넓적 돌을 들쳐보면 돌바닥에다 우유빛 섞인 누런 알들을 빼곡이 낳았 두었지. 시방 팔거천에 뿌구리란 놈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냇물은 유리알처럼 맑았지. 물때도 염치를 알아 자갈이나 바위에 끼지 않았지. 그래서 냇바닥이 훤희 다 들여다보였지. 주둥이가 뾰족한 ‘모래무지’란 놈이 모래 속을 파고들었지. 작은 메기같이 생긴 ‘텅가리’란 놈도 살고 있었지. 이놈은 수염이 있는데다 침이 있어서 쏘기도 했지. 뱀장어와 메기도 드문드문 보였지. 여뀌대를 짓찧어 물에 풀어 고기를 잡기도 했지. 고기가 매운 물을 들이켜 맥을 못추면 손으로도 잡을 수 있었지. 아낙네들은 다슬기를 줍기도 했는데 허리 좀 아팠을 끼라.
고기 잡다 지치면 웅덩이에 뛰어 들어 안겼지. 헤엄치며 물장구치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면 은빛 모래밭에서 몸을 말리기도 했지. 모래 묻은 몸이 마르고 햇볕에 등이 따가와 지면 다시 와락 뛰어 들었지. 헤엄치다 물을 삼키기도 했지. 웅덩이물 잡숴 본 동무들 더러 계시나?(계속)
2014. 9. 12
첫댓글 재밌는 시골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최상순드림